- CEO자리 기피하는 분위기 '팽배'...오너가 찾기 더 어려워
- 안전관리 비상...건설사 중심으로 실효성 비판 목소리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의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또한 수많은 건설인들이 범법자로 전락하고 소송에 시달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미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기피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건설사 CEO는 수억 원의 연봉이 주어지는 자리임에도 신임 CEO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 시행 눈앞…떨고 있는 건설업계

임기 중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1년 이상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처해지는 상황에서 대주주 2세나 고위 임원들이 CEO직 맡기를 꺼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건설업 특성상 사고를 완벽하게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CEO들이 언제 처벌받을지 몰라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대안으로 최고안전책임자(CSO)직을 신설하는 건설사도 늘고 있지만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이 워낙 강하다 보니 CSO 영입도 쉽지 않다. 게다가 올해 진행되는 국정감사에서 건설현장 안전 관리 문제와 관련해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설사도 함께 긴장하고 있다. 

환노위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재승인 기준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현대건설(23명)이다. 부상자까지 범위를 넓히면 GS건설(1476건), 대우건설(960건), 대림산업(현 DL이앤씨, 681건) 순이다.

내년부터 중대재해법이 시행된다는 점도 국회가 안전 이슈에 주목하는 이유다. 국회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김형 대우건설 사장,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사장 등이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는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가 잦은 사업장의 CEO들을 불러 안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전망이다.

경제계는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계는 중대재해 정의, 의무주체 범위, 준수의무 내용 등의 법상 모호한 규정들은 명확히 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은 여전히 안전보건의무, 관계법령 등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기업들은 법을 어떻게 준수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향후 관계부처의 법 집행과정에서 자의적 해석 등 많은 혼란과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고, 과잉처벌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국민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건설사들은 자신들이 처벌밥든것에만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현장 노동자의 안전관리부터 신경 써야하는데 처벌부터 신경쓰는 것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하는 산재사망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건설업에서는 458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2020년 1월1일 53세 건설노동자가 호이스트(건설현장용 엘리베이터)를 타려다가 개구부(건설현장에서 자재반입 등 일정한 이유로 바닥에 뚫린 부분)에 추락해 사망했다. 같은 해 12월30일 43세 건설노동자가 배수시설 설치 공사 중 화물열차에 치여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 기간 중엔 4월 29일 한익스프레스 남이천 물류센터 화재참사로 목숨을 잃은 38명의 노동자들도 있다. 

- "노동자 안전은 우선, 법 집행 당연"

이에 지난달 29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지난해 산재사망 건설노동자 458인 합동위령제를 개최하고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개최를 요구했다. 

당시 노조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최근 건설현장에서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근로자들을 추모하는 동시에 대형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제42회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사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고나리체계 구축 등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이번 시행령에선 ▲직업성 질병자의 범위 ▲공중이용시설의 범위 ▲안전 보건확보 의무 등 중대재해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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