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을 운영하는 유일한 회사가 한수원이다. 원자력을 지켜야하는 현장의 중심이다. 나는 그 현장에서 원자력의 안전한 운영에 잔뼈가 굵은 원자력기술사이다. 그런데 탈원전 정책에 오히려 앞장서는 한수원 사장을 보면서, 국가 에너지안보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한수원은 종합 에너지기업인 한국전력의 자회사이다. 원자력과 수력 발전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원자력발전 가동 덕분에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의 주력산업인 반도체, 철강, 자동차, 제조업체가 싼 에너지 덕분에 고속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부자나라가 되었다. 대부분의 한수원 직원들은 문정권의 정재훈 사장 취임 전까지는 국가에 기여한다는 저마다의 자부심이 있었다. 우리 직원은 신재생 확대와 전기자동차 산업에도 싸고, 안정적인 원전은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라는 신념이 있었다.

그 신념을 무너뜨린 시초가 있었다. 20184월 정재훈 사장의 취임사에서 과거 정부의 원전정책에 안주한 낡은 관행은 타파한다고 했다. 태양광 등의 신재생확대에 역량을 집중하는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 할 것을 요구했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의 원자력발전 기술개발들이 낡은 관행이 되는 순간이었다. 낡은 관행의 명분으로 급히 원전을 없애야 되는 압박감이 있었나? 사장 취임 후 2개월 만인 2018615일에 이사회를 개최한다. 이 이사회는 영덕과 삼척의 신규원전 4기의 건설과 가동 중인 월성1호기를 폐지시킨다. 그런 후 새만금 수상 태양광 사업, 부산스마트 시티 사업 수주 등의 신사업에 진출하였다. 수상 태양광 사업은 시공사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혐의로 감사원감사를 앞두고 있다. 스마트시티사업은 수주에 실패했다.

또한 경주 월성1호기는 경제적 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하여 계속운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재훈 사장 취임 즉시 한수원 기술본부는 월성1호기가 경제성이 없는 적자설비라는 평가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정재훈 사장은 월성1호기 계속운전은 어리석은 결정이었다고 주장한다. 사장 본인이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이었기 때문에 월성1호기 계속운전의 타당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월성1호기 경제성 수치조작 혐의가 하나둘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경제성 조작을 안전문제로 덮으려는 여론조성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제는 월성1호기가 R-7이라는 격납건물 요건을 불만족 시켜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선동한다. 정재훈사장 취임 전에는 한수원이 월성1호기가 R-7 요건을 만족한다고 국회 등에 보고하였다. 사장이 바뀌니 요건의 만족여부도 바뀌게 된다. 이것도 부족해서 사장은 월성1호기와 동일노형을 운영하는 캐나다도 경제성을 이유로 가동 중단한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은 정재훈 사장 취임 전에는 캐나다도 월성1호기처럼 경제적으로 설비교체를 한다면 계속운전을 포기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장 취임 후 회사입장이 180도로 바뀌었다. 한수원 직원들은 과거에 정직하게 했던 말과 행동들을 전부 부정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월급쟁이인 직원들은 정신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장은 '원보이스 원마인드'라는 구호를 외친다. 사장의 생각과 다른 마인드는 갖지 말고, 다른 의견도 내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것이 한수원의 모습이다.

이번 107일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정재훈 사장은 2018, 2019, 2020년과 동일한 발언을 자신감 넘치게 했다. 자신의 월성1호기 경제성조작 혐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대전지검의 공소장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미 3년 동안 사장의 거짓 진술에 속아 넘어간 입법기관의 국회의원들을 보며, 원자력발전 현장에서는 국회의원이라도 국가 에너지 안보를 지켜주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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