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흙수저’ ‘소년공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우여곡절 끝에 더불어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최종 낙점을 받았다.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때만 하더라도 여권의 비주류이며 강성 친문의 비토가 강한 이재명 후보가 본선에 진출할 것이라고 전망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일각의 부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는 결국 여러 장애물을 넘고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본선에서는 더욱 더 험난한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후보-당대표-상임고문단 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을 받으며 본관을 나서고 있다. 2021.10.13.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후보-당대표-상임고문단 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을 받으며 본관을 나서고 있다. 2021.10.13. 뉴시스

- 대선 후보로 낙점 받고도 웃을 수 없는 이재명
- 여권 분열은 파국 수준, 대장동 의혹은 일파만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달 4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진행된 지역별 순회 경선과 1~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합한 누적 득표율에서 50.29%를 기록해 결선투표 없이 본선으로 직행하는데 성공했다. 국회의원직까지 사퇴하며 배수진을 쳤던 이낙연 전 대표는 39.14%를 얻는데 그쳐 극적인 반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턱걸이로 겨우 과반에 이르면서 곧바로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 선관위는 특별당규에 따라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정세균 전 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표를 무효 처리한 바 있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특별당규 59조에는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정 전 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표를 무효처리하지 않았다면 이 후보의 득표율은 49.32%로 떨어진다. 이 후보가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면 2위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와 결선투표에서 다시 겨뤄야만 한다. 이 때문에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강성 친문 지지층에서는 사사오입이 웬말인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이 전 대표 측도 경선 승복 입장을 밝히지 않고 무효표 처리를 취소하고 결선투표를 실시하라는 내용의 이의신청서를 당에 제출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당무위원회가 이 전 대표 측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그렇지 않아도 여권의 반이재명 세력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친문 적자 후보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친문 세력이 존립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형수 욕설 논란’ ‘여배우 스캔들등 각종 도덕성 논란으로 인한 거부감도 컸다. 거기다 대장동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이 후보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의 좌장 역할을 했던 설훈 의원은 현재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교하며 이재명 후보의 구속 가능성까지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가 논란의 여지 없이 절반을 훌쩍 넘긴 득표율을 획득했다면 반이재명 세력의 반발은 지금보다는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가 정세균 전 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무효표 덕에 절반을 겨우 넘기게 되면서 후보 선출의 정당성까지 위협 받고 있는 상황이다.

원팀의 길 험로 예고

이낙연 전 대표는 당무위에서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경선이 끝난지 사흘 만에 침묵을 깨고 대선 경선 승복 선언을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승복 선언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갈등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사실상 본선에서 원팀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은 급기야 지난 14일 서울남부지법에 민주당 경선 결과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소송인단에는 총 46천여명이나 참여했다. 이들은 민주당 경선에서 투표권을 갖는 당원들과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승복 선언을 한 이낙연 전 대표도 선대위 참여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경선 과정에서 쌓아온 앙금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4일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요즘 저건 아닌 듯 싶은 일들이 벌어져 제 마음에 맺힌 것이 있어 이 정도만 표현한다면서 다시 안 볼 사람들처럼 모멸하고 인격을 짓밟고 없는 사실까지 끄집어내는 것은 인간으로서 잔인한 일 일뿐 아니라 정치할 자격이 없는 짓이라고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이 전 대표는 해단식 후 기자들로부터 원팀을 위한 역할, 선대위 참여 여부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답변 없이 자리를 떠났다.

여기에 송영길 대표는 YTN에 출연해 이재명 후보의 구속 가능성을 언급한 설훈 의원을 국민의힘 대변인처럼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또 이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이 문자 폭탄등을 보내며 반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일베 수준으로 공격한다고 비판하면서 이 전 대표 측의 반발을 불러왔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 사퇴한 친문 성향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극렬문빠가 포함된 원팀이면 민주당의 재집권은 장담하기 어렵다극렬문빠도 원팀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나는 반대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지지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경선 사사오입 철회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2021.10.11.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지지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경선 사사오입 철회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2021.10.11. 뉴시스

강성 친문집단 탈당?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친문이 대거 집단 탈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대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이미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이 대거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가 민주당 경선 직후인 지난 11~12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에서 내년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물은 결과,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4자 가상대결에서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 중 이재명 후보라고 답한 응답자는 14.2%에 그쳤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선택한 응답자는 40.3%나 됐다.

이 때문에 여당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후보의 본선 경쟁력에도 의구심이 표출되고 있다.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재명 후보는 28.3%를 획득해 62.37%를 얻은 이낙연 전 대표에게 압도적 차이로 패배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장동 의혹 여파로 이재명 후보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중도층 민심이 돌아섰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본선 경쟁력지속?

또 일부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는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도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convention)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1~13일 실시한 가상 대결 조사 결과, 이재명 후보는 39%, 윤석열 전 검찰총장(35%)4%포인트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후보 확정 전인 지난 4~6일 조사 대비 이 후보의 지지율은 5%포인트 떨어졌고 윤 전 총장은 2%포인트 상승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김근식 윤석열 캠프 비전전략실장은 15YTN에서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대장동 게이트에 대한 국민적인 여론을 반영한 거라고 본다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다고 하는 그 자체만으로 컨벤션 효과로 정말 확실한 집중적인 지지가 결집되는 효과도 있어야 되는 건데 그렇지 않고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숨통 조여오는 대장동게이트

박소영 행동하는자유시민 상임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이재명 대장동 특검 요구 수용 긴급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0.07. 뉴시스
박소영 행동하는자유시민 상임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이재명 대장동 특검 요구 수용 긴급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0.07. 뉴시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의혹을 국민의힘 게이트로 규정하며 야당의 이재명 게이트라는 정치적 공세를 적극 방어하고 있다. 대장동 의혹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경기도지사직 사퇴도 미루고 국감에 출석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대장동 의혹에 대한 민심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터졌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재보선 민심을 좌우했던 것처럼 이번 대선도 대장동 의혹이 판세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910일 실시한 대장동 의혹 관련 인식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 당시 사업을 설계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지휘권을 가진 이재명 지사의 책임이 크다는 응답은 56.5%로 집계됐다. 반면 사업 당시 집권당이자 성남시의회 다수당으로 공영 개발을 막은 국민의힘 책임이 크다는 답변은 34.2%에 불과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CBS 라디오에서 대장동 의혹에 대해 대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내년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할 가능성이 60~70%가 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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