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올해 국정감사는 차기 대선을 앞둔 여야의 네거티브 난타전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책국감을 다짐했다. 시급히 다뤄야 민생경제 이슈가 하나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의 부동산 난맥상, 전세대출 논란은 물론 코로나19 장기화 등 산적한 현안이 많았다. 여야의 다짐은 그야말로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정책은 그야말로 온데 간데 없었다. 오직 차기대선의 유불리를 겨냥한 여야의 기싸움만 넘쳐났다. 모든 상임위에서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넘쳐났다. 국감 기간 내내 여야는 하루종일 파행을 이어가면서 수시로 충돌했다. 사실상 A부터 Z까지 대장동 게이트가 모든 국감장을 싹쓸이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당력을 총동원해서 전면전을 치른 셈이다. 민주당은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에 맞불을 놓으며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여야 모두 상대당의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흠집내기로 전면전을 치른 셈이다.

이재명 경지지사가 경기 수원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사업 '50억 클럽'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10.20. 뉴시스
이재명 경지지사가 경기 수원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사업 '50억 클럽'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10.20. 뉴시스

- 여야, 3주간 국감 난타전대장동·고발사주 이슈 부각
- 법사위·정무위·행안위·국토위, ‘이재명 vs 윤석열대리전

여야 국감 난타전의 하이라이트는 1018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1020일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였다. 뜬금없이 조폭 연루설이 등장한 것은 물론 양두구육(羊頭狗肉) 인형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적극 방어하면서 대장동 이슈가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점을 부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장동 특혜개발의 설계자가 이재명 지사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당의 모든 화력을 총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지사는 국민적 의혹에 대한 진솔한 해명과 사과보다는 다소 고압적인 태도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국민의힘 역시 이재명게이트의 본질을 폭로하겠다고 장담했지만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 자충수 남발로 오히려 이 지사에게 판정패 당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차기 대선을 앞둔 여야의 난타전 국감은 민생경제가 완전히 실종돼 버렸다. 이 때문에 해마다 되풀이되는 국감 무용론이 올해도 불거졌다. 한 달여간 여야의 전면전이 이어져온 국감 막전막후를 짚어봤다.

국감 첫날부터 파행마지막날 아수라장

올해 국감은 시작부터 난장판이었다. 문재인정부 마지막 국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때보다 행정부에 대한 꼼꼼한 견제와 감시가 필수적이었다. 다만 1일 시작된 국감에서는 정국 최대 이슈로 떠오른 대장동 논란과 고발사주 의혹을 놓고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결과적으로 국감 첫날 법사위, 정무위, 교육위, 외통위, 행안위 등 대다수 상임위는 질의 시작 이후 한시간여만에 파행을 빚으면서 올스톱되기도 했다. 거의 모든 상임위가 여야 대선주자의 대리전 양상이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특검을 촉구하면서 이 지사와 민주당을 압박했다. 대장동 특혜의혹의 본질이 화천대유의 천문학적인 수익구조를 가능하게 한 것이었는데 이는 이 지사가 대장동 사업을 스스로 설계했다고 언급한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민주당 역시 국민의힘 출신인 무소속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점은 물론 남욱 변호사와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 연루설을 거론하면서 돈받은 자가 범인이라면서 오히려 국민의힘게이트라고 몰아세웠다. 특히 국민의힘은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이재명 판교 대장동 게이트 특검 수용하라는 피켓을 국감장에 일제히 내걸면서 공세를 최고 수위로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국감과 관련없는 내용의 정치적 흠집내기라며 강력 항의했다.

법사위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화천대유 고문단에 김수남 전 검찰총장,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 이경재 변호사 등 야권인사들이 포함된 점을 지적했다. 특히 권순일 전 대법관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김만배씨 누나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친이 부동산 매매를 한 과정도 의혹투성이라며 문제삼았다. 국민의힘도 반격에 나섰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취지로 파기환송된 것과 관련해 권순일 전 대법관과 김만배 씨의 접촉을 문제삼으며 재판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이밖에 국감 진행 도중에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공익 제보자인 조성은 씨의 녹취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민주당은 윤 전 총장을 향한 맹공에 나서기도 했다.

여야는 국감 마지막날까지 대장동·고발사주 이슈로 충돌했다. 21일 법사위 국감에서 민주당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주임검사가 윤석열 전 총장이었다며 당시 부실수사 논란이 대장동 의혹의 출발점이라며 윤 전 총장의 대선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이슈에 대한 검경의 늑장·부실 수사를 질타하면서 이 지사의 배임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기상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석에 '대장동 의혹' 특검 촉구 피켓이 설치돼 있다. 2021.10.20.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기상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석에 '대장동 의혹' 특검 촉구 피켓이 설치돼 있다. 2021.10.20. 뉴시스

증인채택 공방 이재명·유동규”vs“윤석열·김건희

여야의 충돌은 국감 기간 3주 내내 이어졌다. 특히 대장동 논란 및 고발사주 이슈와 관련해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맞섰다. 법사위, 정무위, 행안위, 국토위 등 핵심 상임위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주고받았다. 특히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 충돌에 언론의 관심이 쏠리면서 부동산 난맥상 전세대출 논란 일자리 창출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 위드코로나 대책 등 민생 이슈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여야는 국감 내내 증인문제로 충돌했다. 민주당은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나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를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장동 의혹의 설계자인 이 지사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정무위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의혹 해소를 위해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을 동시에 증인으로 부르자는 파격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5일 행안위 국감에서는 윤 전 총장의 장모인 최모 씨의 옛 동업자였던 정대택 씨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가 철회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12일 정무위 국감에서는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이재명 대선캠프의 대장동 TF단장을 맡았던 김병욱 의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진상규명과 관련, 김건희 씨를 증인으로 요청했다. 이에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대장동 게이트와 관련해 수십여명을 증인 채택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반대했다고 반박했다.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국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경선 TV토론으로 불똥이 튀기도 했다. 윤 전 총장 측이 김 씨의 주식계좌 거래내역을 공개했지만 라이벌인 홍준표 의원 측이 일부만 편집해 공개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교육위 역시 법사위, 정무위, 행안위 등 핵심 상임위 못지 않게 여야 논쟁이 뜨거웠다. 민주당은 김 씨가 대학 강의를 위해 교사근무 경력을 허위로 제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해명을 촉구했다. 또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 부정 의혹도 제기하면서 교육부의 재조사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이 지사의 가천대 석사논문 표절 의혹을 거론하는 한편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 조민 씨의 부산대 입학 취소 문제를 질의하면서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여야의 신경전은 증인 논란은 물론 자료제출 여부로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내실있는 국감을 위해 자료제출이 필수적인데 경기도의 대응이 너무 무성의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자료 제출 요구라기보다 사찰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이재명vs국힘 전면전인사청문회 방불

국정감사 최대 하이라이트는 이 지사의 기관 증인 출석이었다. 당초 이 지사는 야당의 무분별한 정치공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민주당 대선후보 확정 이후 경기지사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경기지사를 사퇴할 경우 행안위와 국토위의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기관 증인으로 나서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실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 지사의 대선후보 확정 이후 지사직 사퇴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턱걸이 과반으로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되기는 했지만 대장동 이슈의 여파로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지지율이 정체 상태를 빚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결국 지사직 사퇴 시점을 국감 이후로 미뤘다. 이에 따라 전국민의 눈과 귀는 18일 행안위의 경기도 국감에 쏠렸다. 다만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명쾌한 해법은 없었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국민적 의혹 해소는 과한 기대였다. 여야의 거친 충돌만이 넘쳐났다. 여야 의원은 물론 이 지사와 국민의힘 의원간 충돌이 수시로 빚어졌다.

이날 국감에서는 대장동 이슈와 관련한 모든 의혹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이 지사는 사실상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나선 것으로 비춰질 정도였다. 칼을 갈가온 국민의힘은 이재명 경기지사=대장동 몸통의혹을 제기하면서 음주운전 이력, 여배우 스캔들, '형수욕설' 논란, 변호사비 대납의혹도 거론했다. 김용판 의원의 경우 조폭연루설까지도 거론했다. 다만 이후에 조폭연루설의 근거로 제시한 사진이 가짜로 드러나면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5000억원대의 공익환수를 강조하며 반박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공세는 거셌다. 이 지사는 이에 이 일을 담당했던 사람의 하나로서 정말 무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하면서도 민간업자에게 금전적 이익을 얻은 건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거나 가까운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라고 반박했다.

20일 국토위의 경기도 국감도 마찬가지였다. 대장동 이슈와 관련한 모든 의혹을 놓고 이 지사와 국민의힘이 맞붙었다. 특히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며 양의 탈을 쓴 개 인형을 꺼내자 민주당 의원들이 품격을 지키라며 반발해 파행을 겪기도 했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행안위 국감에서 체면을 구긴 국민의힘은 범인은 설계자이고, 이 사건의 범인은 이재명 지사라며 거칠게 물아세웠다. 특히 초과이익환수 조항과 관련 이 지사의 배임 가능성을 집중 거론했다. 반면 민주당은 대장동 사업은 공공환수의 모범사례다. 공공개발을 저지한 건 국민의힘라고 반박하며 이 지사를 적극 방어했다. 이 지사 역시 단군 이래 최대 공익환수사업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아울러 이날 국감에서는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의원이 대장동 이슈를 놓고 민주당 대선후보인 이 지사와 격돌하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기상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석에 '대장동 의혹'에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피켓이 설치돼 있다.  2021.10.20.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기상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석에 '대장동 의혹'에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피켓이 설치돼 있다. 2021.10.20. 뉴시스

여야 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야가 국감장에서 정치적 이슈로 갈등을 빚는 것은 매년 되풀이돼온 일이지만 차기 대선을 앞둔 올해의 경우 유독 그 정도가 심했다코로나19의 장기화로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삶이나 대출규제에 따른 전세난민 논란 등 실생활에 밀접한 이슈는 여야의 정쟁에 사실상 파묻혔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 국감은 대장동에서 시작해서 고발사주로 끝났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여야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때리기와 흠집내기가 극심했다이번 기회에 상시국감 제도화 등 제도적인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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