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호 수석부지회장 단식투쟁 6일차...천막농성 12일차
- 정치권 "EU 기업결합 심사 지연 타격...전면 재검토 필요"
​​​​​​​- 이동걸 "대우조선 매각 외 대안 바람직하지 않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 '매각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한지 25일로 12일차가 됐다. 일요서울이 이날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앞 천막농성장을 찾았을때도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노동자들이 농성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 천막농성 12일, 단식농성 6일째

한 노동자는 일요서울에 "지난 20일 아침부터 신태호 대우조선지회 수석부지회장이 곡기를 끊는 단식투쟁에 돌입했다“라며 ”현대중공업으로의 대우조선 매각은 국내 조선산업을 동반 몰락시키는 잘못된 정책임에도 한국 산업을 지켜야 할 산업은행 수장이 한국 산업을 말아먹는 매국행위를 하고 있고 이제는 노·사간 자율교섭조차 훼방을 놓으며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지키는 농성천막에는 "경남 지역경제 파탄! 명분 없는 투자계약 4번째 연장, 재벌특혜 대우조선 매각은 실패한 정책임이 밝혀졌다. 산업은행장 이동걸은 대우조선매각 즉각 철회하고 자율경영 보장하라"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앞서도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위원장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현대중공업이 독과점을 해소할 방안은 없다”라며 "산업은행이 매각 실패를 인정하고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지 노조와 이야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U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될 경우 발생할 액화천연가스(LNG)선 독점 해소 방안 마련하라고 현대중공업에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우조선의 매각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노동계와 지역시민사회, 정치권을 중심으로 들끓고 있다. 합병이 현실화할 경우, 대량 실업과 연관 생태계 파괴, 지역 경제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수 절차가) 계속 연기되는 상황에서 연말까지 유럽연합(EU)에서 승인받지 못하면 국고손실 등 리스크는 점점 커진다며 "정책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국고 부담을 줄이고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가치 훼손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결정했을 때와 지금의 상황이 여러 가지 달라졌는데, 매각만으로 가는 게 적절한가"라고 묻고, 포항제철 방식의 국민적 공모방식이나 각계가 참여하는 한국조선산업발전협의체를 만들어 조선업 회복을 위한 장기적 계획을 수립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대우조선 매각반대 범시민대책위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범준 거제정책연구소장도 합병이 완전 무효화 될 때까지 1인 시위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소장은 지역 매체를 통해 "대우조선 매각 문제를 다음 정권에 미루려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불확실성의 시간이 늘어날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대우조선 뿐"이라며 "대우조선 매각문제는 이미 산업은행과 정부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으로 시작된 대우조선 매각문제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서만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우조선 매각문제가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해결 될 때까지 조선소 앞 1인 시위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매각 철회와 관련해 이동걸 산업은행장에게 책임을 묻기도 한다.

하태준 금속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일요서울에 "이동걸 회장은 매일 농성장 앞을 가로질러 출퇴근하면서도 노동자의 절규를 절저히 외면하고 있다"라며 "모든 사태의 책임은 이동걸 회장에게 있으며 조속히 특혜매각을 철회하고 노사 자율교섭 보장으로 노동3권을 존중하라"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매각이 불허될 경우 유동성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며 조선 산업과 지역 경제를 협박하고 있다"라며 "이 회장의 협박은 산업은행의 임무와 목적을 거스르는 수준을 넘어 산업은행의 존재 이유를 회의하게 만들며 산업은행의 독선과 독단이 심각한 수준임을 증명한다"라고 덧붙였다.

- 현대중공업외 뚜렷한 대안 없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와 관련해 "여러 대안을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매각 과정에 있어서 공개적으로 다른 대안을 공식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매각 가부가 결정될 때까지는 (현대중공업과 합병에) 매진하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국회 공동취재단]
[국회 공동취재단]

이어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면서 (대우조선의) 독자 생존 가능성 유무를 판단해야 하는데 현재 일시적인 수주량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규모 적자를 보인다"라며 "기초적인 경쟁력은 취약한 부분이 있어 대안을 검토할 때는 경쟁력과 산업구조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산은은 2019년 1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발표한 바 있다. 이후 3월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내용의 현물출자 및 투자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선행조건인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되자 계약 종결기한을 계속 연장해 왔다.

현재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 당국이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했지만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당국은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 U는 조선시장의 독과점 가능성 여부를 꼼꼼하게 살피고 있는데 올 상반기 기준 글로벌 발주 LNG선 중 한국 기업의 비중은 94%에 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이후 두 회사의 LNG선 점유율은 약 60%로 추산된다.

산업은행과 한국조선해양은 9월30일 계약 종결기한을 12월31일로 다시 연장하는 5차 수정계약을 맺었다.

이용우 의원은 국감 관련 자료에서 "LNG선 시장이 점점 확대되고 있어 독과점 해소는 별도로 회사를 분리해 매각하지 않는다면 어려운 현실이다"며 "유럽의 해운사 비중이 약 30%에 달하는 상황에 EU 결합심사가 승인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매각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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