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산' 택한 씨티은행...2500명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현실화 되나
- 신규 서비스 조만간 중단 발표...기존 이용객 피해 없도록 대비 중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한국씨티은행 소속 일부 종사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26일 여의도 국회 앞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 종사자들은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졸속 청산(단계적 폐지) 발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진창근 한국씨티은행지부장은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철수 발표 이후 수 개월에 걸친 복수의 인수의향자들과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도 없이 헛심만 썼을 분 아니라 고객 보호와 고용 안정을 위한 노력은 시늉만 내고 결국 가장 손 쉬운 방법인 졸속청산(단계적 폐지)를 선택한 것이다"라며 "자본은 그들의 탐욕스런 본성을 드러내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그야말로 안하무인의 형태가 아닐 수 없다"라며 이날 회견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매각의 실패 원인은 '씨티그룹의 조급함'과 '한꺼번에 손을 터는 매각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진 지부장은 "본사는 4월 매각 결정 이전인 2월 언론을 통해 한국 철수를 발표했다"라며 "매각 시도를 하기도 전에 철수부터 공식 발표하고 시작하니 그 어떤 인수의향자가 소위 가격과 고용승계 인원을 후려지지 않겠느냐"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회견에 함께 한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200만 고객 피해 및 2500여 직원들의 고용불안을 발생시키고 있다"라며 "사측은 국민과 금융당국을 무시한 졸속 청산 결정을 당장 철회하고 향후 금융 산업 전반 여건이 개선될 때까지 매각을 유보하고 이후 재매각을 추진해야 할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도 은행지부는 입장문을 통해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청산) 결정을 철회하고 재매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씨티 경영진의 무책임한 소비자금융 졸속 청산 발표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결사항전할 것이다"라며 "경영진은 씨티그룹 본사에 한국 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 유지를 설득해 200만명 이상의 고객 보호와 소비자금융 소속 2500명 직원의 고용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함에도 가장 손쉬운 방법인 졸속 청산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은행 전체 사업부문에 대한 인수·합병 사례는 다수 있었으나 이렇게 대규모 부분매각은 국내 시중은행 초유의 사례다. 한국씨티은행의 잘못이 아닌 씨티 뉴욕 본사의 경영 실패가 원인이며 고객 피해, 직원들의 고용 불안이 발생한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노조는 일단 매각을 유보하고, 재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 지부장은 회견 직후 일요서울과 만나 “한국씨티 경영진의 무책임한 소비자금융 졸속 청산(단계적 폐지) 발표에 분노를 금치 못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결사항전 할 것이다"라며 "사측은 대한민국 국민과 금융당국을 무시한 졸속 청산 결정을 당장 철회하고 2016년도 콜롬비아씨티의 사례와 같이 향후 금융산업 전반의 여건이 개선될 때까지 매각을 유보하고, 이후 재매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관심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청산(단계적 폐지)은 명백한 금융위원회 인가 사항이며, 금융당국이 이를 인가한다면, 금융소비자 피해와 직원들의 대규모 실업사태를 방관하는 것이다"라며 "금융당국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엄격하게 심사해 대한민국 금융주권을 수호하여야 할 것이며, 또한 허가 업종에 속하는 금융기관이 일방적으로 청산을 결정하는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단계적 철수 결정이 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철수 결정이 났다해도 인가사항이 맞는만큼 그 인가사항 결정을 하지 않는 금융당국의 행보가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씨티은행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금융당국도 생각해 주시길 바라며 이 부분이 검토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당국의 책임을 묻고 싶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금융업계게 따르면 씨티은행 뉴욕 본사는 지난 4월15일 ‘유럽/아시아지역 13개국 소비자금융 매각’ 발표에 이어 유명순 한국씨티은행 은행장도 ‘CEO 메시지’를 통해 글로벌 본사의 의사결정에 따라 소비자금융 매각 절차를 진행할 것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국내에서 은행 전체 사업부문에 대한 인수.합병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 한국씨티은행처럼 소비자금융 사업부분 매각과 같은 부분매각은 이례적이다. 업계는 씨티은행 글로벌 본사의 이번 단계적 폐지 발표는 수개월간 진행된 매각 협상이 불발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한국씨티은행의 잘못이 아닌 씨티 뉴욕 본사의 경영 실패가 원인이며, 한국씨티은행의 청산(단계적 폐지) 결정에 따라 고객 피해 및 한국씨티은행 직원들의 고용불안이 발생한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한국씨티은행 청산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그간 이용객들도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씨티은행 종사자 A씨는 "지금 은행 창구에는 예금을 찾겠다는 고객들이 줄을 섰고 콜센터에는 내 대출이 만기 때 연장이 가능하냐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와 관련해 한국씨티은행 측은 모든 상품과 서비스 신규 가입을 조만간 중단할 예정이다. 다만 기존 고객이 보유한 계좌·상품은 계약 만기 또는 해지 전까지 그대로 유지된다. 또 추가 안내가 있을 때까지 영업점, 모바일·인터넷뱅킹, 콜센터, 현금자동입출금(ATM)기, 제휴 ATM 등 기존 서비스를 변경 없이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다음달 1일부터 중도상환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 대출 중도상환은 모바일애플리케이션(앱), 홈페이지, 영업점에서 가능하다. 대출 연장과 관련해서는 아직 연장 기준을 포함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지만 만기일 30일 전이라면 일단 은행 문의가 필요하다.

신용카드도 표시된 유효기간까지 사용하면 된다.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자료를 통해 "고객과의 기존 계약은 계약 만기나 해지 시점까지 정상적으로 유지되며 그때까지 금융서비스를 차질 없이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계적 폐지가 완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 과정에서 관련 법규와 절차를 준수하고 당국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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