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월 29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접견한 자리에서 방북을 권유했다. 그는 교황에게 “기회가 되어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교황은 “초청장을 보내주면...기꺼이 가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교황청의 문 대통령  교황 접견 보도자료에는 교황의 방북 내용이 빠져있다. 교황청 실무자들이 교황의 방북이 쉽지 않음을 엿보게 한다.

3년 전인 2018년 10월에도 문 대통령은 교황을 예방한 자리에서 방북을 권유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한 달 전인 9월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을 때, 김이 “교황님이 평양에 오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환대 의사를 밝혔다.”고 교황에게 전달했다. 김이 구두로 교황의 방북을 초청했다는 말이었다. 그러자 교황은 그 당시에도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2개월 후 교황청은 교황의 방북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함부로 교황의 방북을 추진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교황이 특정 국가를 방문하기 위해선 해당 국가 정부와 천주교 교회가 공동으로 초청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종교를 말살하는  독재자 김정은이 교황에게 공식 초청장을 보낼 리는 없다. 또한 북한에는 교황청에서 인정한 천주교 사제도 한 명 없다는 데서 초청장을 보낼 자격을 갖춘 사람도 없다.

더욱이 김정은은 교황의 방북으로 내부에 신앙자유 바람이 확산될 걸 우려, 교황에게 초청장을 발부하지 않을 것도 뻔하다. 북한 정권은 김정은을 살아있는 신으로 숭배할 것을 강요한다. 그런데도 교황이 방북해 모든 인간은 ‘죄지은 자’라고 설교하며 하나님에게 구제를 빌 때 김의 신격화는 흔들리고 만다. 교황 방북은 보통 사람인 김정은을 신으로 받들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을 깨우치며 북에 천주교 신앙 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북한은 1991년 김일성이 살아있었을 때 교황 방북을 추진했었으나 중도에 취소한 적이 있다. 김의 1인 신격화를 거부하는 천주교 신자들이 확산될 걸 두려워 한 때문이었다.

한편 교황청으로서도 교황의 방북이 정치적 부담이 된다는 데서 섣불리 나설 수 없다. 북한은 세계 최악의 인권유린 국가로 지탄받는다. 국제사회의 핵 폐구 요구를 거부하고 계속 개발하며 남한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량 국가”이다. 교황이 이런 불량 국가를 방문하게 되면 북의 인권 유린을 묵인해주고 핵무기 보유와 개발을 인정해 준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된다.

2018년 11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임수정 추기경은 “북한에서 비핵화를 투명하게 의사표명을 하지 않는다면 교황님의 북한 방문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벤 로저스 세계기독교연대(CSW) 동아시아 팀장은 2018년 10월 “인간의 존엄성과 종교의 자유...인권 문제를 거론한다는 조건에 북한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방북을 수락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했다.

교황의 방북은 북의 종교 자유와 인권 개선 그리고 핵폐기 등이 선결 과제로 걸려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그런 중대 과제 선결 없이 교황의 방북 추진에만 열을 올린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권유해 성사시켰지만 북핵은 더 증대되고 있을 따름이다.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은 결코 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평화의 모멘텀” 운운하며 교황까지 방북하도록 거듭 권유한다.

2018년 12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 머릿속에는 북한과 김정은 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 머릿속에 김정은이 가득한 것은 북의 비핵화와 인권개선 및 종교 자유를 위해서가 아니다. 김정은을 기쁘게 하기 위한 것뿐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거듭된 교황 방북 권유는 불안과 불신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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