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일반 투자자의 보호를 위해 상장 반대", 투명성 확보해야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 심사 신청서를 내고 기업공개(IPO) 절차를 진행중인 현대엔지니어링이 때 아닌 복병을 만났다.

노조는 최근 한국거래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회사의 상장은 반대하지 않지만 사측의 소통 없는 행보는 잘못됐다"라고 지적했다. 상장심사에서 요구하는 회사의 투명성과 커뮤니케이션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업계는 노조의 이번 행동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 사측의 일방적 상장 절차 진행...상당한 문제 있다 토로
 - 이대로 상장이 된다면 일반 투자자의 가치 훼손 우려도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주관사 선정 (미래에셋증권, KB증권, 골드만삭스)을 완료하고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진행 중이다. 목표는 11월 공모청약 이후 연말 상장으로 알려진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몸 값이 최대 수 조원에 달하고 큰 이슈가 없는 한 12월 초에 상장 승인이 떨어질것으로 전망한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현대엔지니어링-그리 높지 않은 허들, 10조원'리포트에서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주목받았던 부분은 기업가치 10조원 밸류에이션의 적정성 때문이다"라며 "상장 모회사인 현대건설이 시가총액 5조~7조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며 결론적으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 10조원은 우려만큼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14년부터 2017년 유가 하락으로 인한 발주 모멘텀 둔화로 해외 수주가 감소하면서 2019년 부터는 EBITDA가 감소했으나, 엠코 합병 이후 주택 수주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익 성장의 기반을 다져왔다"라며 "현 시점에서는 주택 착공 사이클과 더불어 확정적 증익이 기다려진다"는 긍정 평가를 내놨다.

김 애널리스트는 "상장 시점에 순현금 2.5조원을 가정한 순자산가치를 살펴보면, 2022년 EBITDA(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 기준 EV/EBITDA(기업의 시장가치(EV)를 세전영업이익으로 나눈 값) 멀티플 10X를 적용하면 NAV(순자산가치) 9조원, 정의선 회장 지분 보유 프리미엄 20% 적용시 10조원까지도 계산이 된다. 현재 장외 시가총액이 9.5조원 수준으로 어느 정도 기대감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수급적으로는 액면분할로 유통 주식수를 확대해 거래량 활성화가 기대되고, 시가총액 규모를 고려할 시 지수편입 등과 같은 이벤트도 기다려지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 이루어져야"

그런데 최근 상장 심사 채점 비율이 높은 도덕성과 관련해 논란이 될만한 일이 발생해 업계가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앞서 일요서울과 만난 노조 지회장은 "한국거래소는 상장예비심사 신청서의 내용이 허위로 기재되거나 중요한 사항이 누락됐는지 이번 기자회견을 계기로 엄중하고 면밀히 살펴 향후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 이후 일반 투자자의 보호와 공익실현에 동행할 수 있는 회사가 되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로 노조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은 노조가 창립된지 5년이 됐음에도 노조 가입 범위를 대리급 이하로 한정해 달라고 요구하며 단체협약 체결을 회피했으며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있다"며 "이대로 상장이 되면 일반 투자자 가치는 훼손될 게 뻔하다. 노조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일반 투자자 보호를 위해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을 반대한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엔지니어링 노조는 한국거래소에 보낸 내용증명 우편물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문서에는 "현재까지 노조는 사측으로부터 상장과 관련해 문서 또는 구두를 포함한 어떠한 설명도 받은 적이 없으며, 사측의 상장을 위한 행위는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며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에는 단체협약 체결 회피, 노조탄압, 부당노동행위, 과도한 배당금 등 결격사유가 존재함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심의 후 부결 처리를 거래소에 진중히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또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자본시장법에 따라 사측은 우리사주조합을 결성하고 우선 배정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러나 사측은 상장과 관련된 일체의 협의나 설명을 하지 않았고 노조의 질문을 묵살했다"고 지적했다.  

- "경영승계자금 마련의 한 축이 될 것" 분석도

한편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는 현대건설이다.38.62%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다. 현대글로비스, 기아차, 현대모비스, 정몽구 회장 등으로 주주가 구성돼 있다. 

따라서 현대엔지니이렁 IPO흥행에성공하면 이들 기업의 지배구조도 덩달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의 지적처럼 정 회장의 경영승계자금 마련에 한 축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조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예비심사서를 제출한 올해 정의선 회장을 포함한 대주주들은 회사의 영업이익은 최저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의 초고배당을 통해 사익을 취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오토에버 등 그룹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지배구조 개편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안은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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