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 내년 3월 차기 대선에 공식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지난 2012년과 2017년에 이은 세 번째 대선도전이다. 19대 대선, 21대 총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연이어 패배하면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치생명을 내건 도박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정치를 화두로 화려하게 정치권에 진입했던 안철수 대표는 10년간의 대중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희로애락을 모두 경험했다. 20대 총선 당시 녹색혁명으로 불리는 국민의당 돌풍으로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이후 여야 거대 양당의 기득권 구조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안 대표의 대선출마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다소 싸늘하다. 주요 정치적 고비 때마다 되풀이됐던 이른바 철수정치가 차기 대선국면에서 반복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안 대표가 선전할 경우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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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박빙 대선구도 속 지지율 유지시 캐스팅보트 역할
- 단일화 불발로 정권교체 실패시 어부지리 승리 부담

정치적 위상 몸값 높이면서 막판 전략적 선택 관측 대두

실제 차기 대선구도가 여야의 박빙승부로 흐를 경우 5% 안팎에서 두자릿수에 가까운 자 지지율을 유지해온 안 대표의 정치적 존재감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최근 차기대선 지지율은 여야 유력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오차범위 안팎의 접전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나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국면처럼 안 대표에게 또 한 번의 정치적 기회가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안 대표가 97년 대선 당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끌어냈던 신의한수로 평가받는 ‘DJP(김대중·김종필)연대를 벤치마킹해서 대선완주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대로 대선완주보다는 실리를 선택해 정권교체에 기여한 뒤 차기 정부에서 실세 총리를 맡는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과 동시에 실시되는 서울 종로 보궐선거 출마를 통해 여의도 재진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인생 마지막 도전에 나선 안 대표의 승부수를 들여다봤다.

안철수, ‘중간평가승부수대혁신 시대 열겠다

당선되면 임기 중반에 중간평가를 받겠다. 당선된 후 임기 중반에 여야가 합의하는 조사 방법으로 국민의 신뢰를 50% 이상 받지 못하거나, 또는 22대 총선에서 제가 소속된 정당이 제1당이 못 되면 깨끗하게 물러나겠다.“

지난 1일 오전 10시 국회 잔디광장 분수대 앞. 주요 매체의 정치부 기자들과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안 대표의 3번째 출마선언이 예정됐기 때문이다. 20·30세대 청년들이 안전 미래 공정을 키워드로 릴레이 연설을 한 이후 안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안 대표는 증오와 거짓과 과거에 머무르는 정치와 결별하고, 대전환·대혁신의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하면서 차기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기존 여의도정치 문법을 거부하면서 제3지대 후보로서의 참신성과 혁신성을 강조한 셈이다. 본인의 대선출마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에도 바보라는 비아냥도 순진하다는 놀림도 감수하겠다. 진실한 정치로 세상을 바라보고 걸어가겠다고 진정성을 강조했다.

안 대표의 참전으로 차기 대선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의 4자구도가 완성됐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와 더불어 3번째 대선도전이다. 안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정치입문과 동시에 대선주자로 떠올랐지만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후보직을 양보했다.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막판 야권 단일화에서 실패하면서 득표율 21.4%3위를 기록했다

안 대표는 이날 출마선언문에서 문재인정부의 부패 무능과 여야 거대양당의 기득권 정치를 강력하게 성토했다. 여야의 기득권 정치에 실망한 중도·무당층을 공략해서 제3지대 후보로서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승부수다. 우선 문재인정부 평가와 관련, “경제무능, 안보무능, 백신무능에다가 권력 사유화를 통해 내 편 지키기, 내 편만 살찌우기에 몰입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차기 대선 라이벌인 여야 대권주자들에 대해서는 여당 후보는 부동산 부패 카르텔 범죄를 설계해 천문학적 부당 이익을 나눠 갖게 하고도 뻔뻔한 거짓을 늘어놓고 있다고 꼬집었고 야당 후보들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전근대적 주술 논란과 막말 경쟁으로 국민들을 절망케 하고 있다. 기득권 양당들이 간판선수만 교체하는 정권교체는 '적폐 교대'만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철수(왼쪽)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 용산역 앞 광장에서 오세훈(오른쪽)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2021.04.03. 뉴시스
안철수(왼쪽)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 용산역 앞 광장에서 오세훈(오른쪽)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2021.04.03. 뉴시스

쏟아지는 단일화 러브콜정권교체 이겨내고 완주?

안 대표는 대선출마 사흘 뒤인 4일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공식 확정됐다. 국민의당이 3~4일 이틀간 전당원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 92.18%, 반대 7.82%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단독출마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추대에 가까운 것이다.

안 대표가 차기대선 레이스에 참여하면서 최대 관심은 단일화가 됐다. 이는 야권 지지층의 정권교체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안 대표가 독자출마해 대선에서 완주할 경우 민주당이 어부지리로 대선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특히 5% 안팎의 차기 지지율을 고려하면 독자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안 대표의 속내는 대선완주가 아니라 국민의힘과의 단일화를 통해 후일을 도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단 독자행보를 통해 본인의 정치적 위상과 지지율을 한껏 끌어올린 뒤 단일화 협상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안 대표는 대선출마 선언 이후 크고작은 언론 인터뷰는 물론 취재진과의 접촉 과정에서 단일화에 나설 것인가라는 단골질문을 받았다. 그때마다 안 대표의 답변은 단호했다. 단일화는 없고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것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매번 받으면서도 단일화는 없다고 못박은 것과 비슷하다.

지난 2일 국민의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주최한 압박면접도 마찬가지였다. 패널로 참여한 조국흑서저자인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와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의 질문도 단일화에 집중됐다.

안 대표는 당선을 목표로 나왔다. 제가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겠다면서 정권교체를 위해 제1야당(국민의힘) 후보가 되는 분이 양보해준다면 충분히 압도적인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권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본인이 최종 후보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야권분열에 따른 정권교체 실패 우려에는 현재 양당에 강고한 지지층이 있지만, 중도에 있는 국민이 4050% 정도 된다1지대라고 말할 정도로 굉장히 많은 분이 중도층에 있다. 중도 중심의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것이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도 제가 빠지고 여야 11 구도가 되면 현재 야당 실력으로는 정권 교체를 못 한다저만이 정권교체와 시대교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강조했다.

3지대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에 대한 비판여론이 커져가고 있다. 심상정 후보는 이번 대선은 34년간 번갈아 권력을 잡아 온 기득권 양당과 시민이 밀고 가는 미래정치, 즉 제3지대의 대결이라면서 조만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만나 양당 체제 종식을 위한 공동선언을 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공개 러브콜도 보냈다.

다만 안 대표의 대선완주 공언에도 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여야의 시각도 없지 않다. 이른바 철수정치의 딜레마다. 만일 안 대표가 또다시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에 나섰다가 패배할 경우 안 대표의 정치적 미래는 없다. 최악의 경우 정계은퇴의 수순에 내몰릴 수도 있다. 반대로 대선완주에 나섰다가 민주당이 정권재창출에 성공할 경우 대선패배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대변수 지지율안철수 대권도전 속내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여야4당 대표들과 만찬 회동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2017.09.27.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여야4당 대표들과 만찬 회동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2017.09.27. 뉴시스

최대 변수는 역시 지지율이다. 안 대표가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어느 정도의 지지율을 얻느냐에 따라 전망이 엇갈린다. 5% 안팎의 저조한 지지율에서 벗어나 10%대 이상의 두자릿수 지지율에 올라설 경우 안 대표의 차기행보에도 무게가 실릴 수 있다. 기득권 양당구조에 실망한 중도층 표심을 장악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시 말해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 전선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양보하는 게 아니라 안철수로의 단일화를 압박할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지만 여야 모두 압도적인 절대 강자가 없다는 점에서 안 대표의 지지율이 10% 안팎만 유지해도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다.

안 대표는 본인의 대선출마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에 대해 임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사례도 강조했다. 안 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가 있다. 기득권 양당이 수 십 년간 나라를 주고받다가 어느 순간 양당에 대한 실망이 커졌을 때 마크롱이 등장했다여당 후보가 당선되면 간판 교대, 1야당 후보가 당선되면 적폐 교대다. 정권교체는 아니다. 제가 당선돼야 시대교체와 정권교체를 둘 다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의 안주 의사에도 국민의힘은 적극적이다. 안 대표와 구원이 있는 이 대표의 경우 지난 4월 보궐선거 사례를 보더라도 섣부른 교섭이 오히려 일을 장기화하고 사태를 나쁘게 만들 수도 있다. 당 후보로 뭉쳐야 하는 시점에 정치공학을 앞세워 거간꾼 행세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정치개혁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대선주자들은 적극적이었다. 정권교체 실현을 위해 단일화가 필수적이라면서 경선 국면부터 경쟁하듯 안 대표를 향한 단일화 러브콜을 쏟아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야권통합이 이뤄질 것이라며 원론적 찬성 의사를 보였다. 홍준표 의원은 과거 DJP 연대하듯 안 대표와 공동 정부를 창출할 수도 있다며 세력연대를 거론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선 후보가 되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를 바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단일화는 필수라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안 대표가 결국에는 불투명한 명분보다는 보다 분명한 실리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대선 완주를 고집하고 있지만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막판에 전격적으로 단일화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DJP연대를 벤치마킹한 공동정부 구성 서울 종로 보궐선거 출마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 지분 확보 등 전략적 선택을 통해 차차기를 도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의 강경한 입장에 비춰보면 아직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격언에 비춰보면 안 대표의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전문가는 안 대표의 차기도전과 관련, “차기 대선이 네거티브 진흙탕 양상의 여야의 박빙 구도로 흐르면 흐를수록 제3지대에 속하는 안철수 대표의 몸값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역대 대선에서 분열은 곧 패배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민심이 높아질수록 야권후보 단일화 압력도 거셀 것이다. 안 대표 역시 무작정 대선완주만을 고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안 대표가 그동안 정치과정에서 보여준 각종 행보에 이른바 안철수식 정치에 대한 냉소적인 여론도 상당한 만큼 안 대표가 이를 어떻게 돌파해낼지가 최대 관건이라면서 세번째 대선도전에 나선 안 대표의 운명이 해피엔딩 또는 새드엔딩으로 마무리될 것인지의 여부는 안 대표가 어느 정도의 지지율을 유지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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