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권교체 민심은 폭발 직전이다. 부동산 정책 등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면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은 60%에 육박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그렇다면 해보나마나 야당의 승리로 귀결될까. 정권교체 민심이 들끓고 있지만 변수는 곳곳에 산재해 있다. 야당은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당 내에서는 정권교체 민심으로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이지만 물밑에서는 막상 ‘뚜껑을 열면 결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상당하다.
- 국힘-윤석열, 정권교체 민심 모두 흡수 가능할까… ‘의문 부호’
- 위기의 민주당 “마지막 뚜껑 열어봐야” 기대감 여전
내년 3월 치러지는 대선의 최종 승자는 누가될까. 현 여당이 정권재창출에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5년 만에 다시 국민의힘이 정권을 재탈환할 것인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의 민심 흐름이 대선 결과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가정한다면 정권교체는 불가피해 보인다.
정권교체 민심 60% 육박, 일부 지역선 70%넘어
쿠키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응답(58.2%)이 정권재창출(32.2%)보다 26%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지난 조사 대비 정권재창출 여론은 6.6% 포인트 하락했고, 정권교체 여론은 10.9% 포인트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에서 정권교체 여론(78.6%)이 가장 높았고 강원권도 70%나 됐다. 부산‧울산‧경남과 충청권에서도 정권교체 응답이 64%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실시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57%로 집계된 반면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게 좋다’는 33%에 그쳤다. 정권교체론은 직전 조사인 한 달 전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정권 유지 응답은 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중도층에서 정권교체론 응답이 54%에서 61%로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들끓는 정권교체 민심이 대선 결과로 그대로 이어질 수 있을까.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해 100% 확정적으로 답을 하는 사람은 현재까지는 아무도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장동 의혹으로 수세에 몰려 있는 상황인 것은 맞다. 정권교체 민심이 높은 상황에서 대장동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대선 정국이 야당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정권교체 민심이 대선 전에 50%가 넘더라도, 그것은 큰 의미는 없는 것이고 결국 대선 당일에 가면 진보와 보수 지지층이 총결집하면서 여야 초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대장동 의혹이 불거졌다.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의혹을 어느 정도 불식시킨다면 여야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초박빙 승부는 힘들 것이고, 지금의 정권교체 민심이 대선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정권교체 민심 높지만 국힘 위협 변수들 산재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 지표상에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에게 대선 정국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내재된 불안 요소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정권교체 민심을 모두 흡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 높은 정권교체 민심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후보가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됐지만 본선을 잡음 없이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설화를 일으키며 비호감도를 높였다. 이는 중도층 이탈을 초래할 수도 있다. 윤 후보는 주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청약통장, 전두환 칭찬 논란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9~21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 ‘호감이 간다’ 응답은 이재명 후보 32%,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31%, 윤석열 후보 28%로 집계됐다. 반면 ‘호감 가지 않는다’는 이 후보 60%, 홍준표 의원 59%, 윤석열 후보 62%였다.
또 정권교체 민심은 60%에 육박하고 있지만 일부 여론조사 결과 당선 가능성은 이재명 후보가 가장 높은 것도 변수 중 하나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달 23~25일 ‘차기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를 물은 결과 이재명 후보(35.5%)가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 뒤이어 윤석열 후보는 30.8%, 홍준표 의원은 19.1%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기다 최근 진행된 대장동 의혹 관련 일명 ‘이재명 국정감사’에서 보여준 국민의힘 의원들의 ‘헛발질’ 모습은 크게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가 직접 출석한 경기도 국감에서 “이재명이 쓰고 있는 위선의 가면을 제대로 찢겠다”고 별렀다. 그러나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의 ‘가짜 돈다발 사진’, 이영 의원의 ‘몇십억 푼돈’ 발언 등이 논란이 되면서 오히려 국민의힘이 “한 방 맞았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국민들이 ‘이재명 국감’을 통해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제대로 국정운영을 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됐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다 정권교체 민심이 60%에 육박함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정권교체 민심이 들끓는다고 해도 국민의힘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지난 3일 YTN에서 “국민의힘이 뭘 잘한 건 별로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지금 좀 높고 또 더군다나 국민의힘으로 정권교체를 해야 된다는 여론이 높다”며 “지금이 가장 위험한 시기다. 오만한 모습을 보일 때 국민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꼭 인식해야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與, ‘정권교체 민심 다독이기’… “선거 막판까지 봐야...”
민주당은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대선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집토끼 결집’과 ‘산토끼 잡기’ 투트랙 전략을 세운 모습이다. 민주당은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해 ‘용광로 선대위’ 구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또 들끓는 정권교체 민심을 다독이고 산토끼인 중도층을 잡기 위한 비책 마련에도 골몰하고 있다. 송영길 대표가 최근 내세운 ‘이재명 정권교체론’도 정권교체 민심을 의식한 발언 중 하나다. 송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집토끼 표심을 의식해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문재인 정부의 일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계승자임을 부각시키면서도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선대위 출범식에서 문재인 정부에서의 부동산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부동산 제도 대개혁을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는 “부동산 문제로 국민들께 너무 많은 고통과 좌절을 드렸다.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린다”며 “이재명 정부에서는 이런 일,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여당의 투트랙 전략이 정권교체 민심 잠재우기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당 내에서는 여전히 ‘끝까지 가봐야 안다’라는 목소리와 함께 대선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표출되고 있다.
고민정 의원은 5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일단 대한민국의 모든 선거가 그렇지만 마지막까지 가봐야 안다는 걸 국민들도 다 알고 계시는 부분”이라며 “얼마큼 정책 경쟁 또 선의의 경쟁을 해서 가장 적정한 사람에게 정권이 그리고 대통령직이 가느냐의 싸움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YTN에서 “김대중 대통령 말기에 정권교체를 원하는 비율도 이 정도였고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말기에 정권교체를 원하는 비율도 이 정도였다”며 “그런데 두 가지 다 특징은 정권 재창출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교수는 “5년 단임제 대통령제에서는 더 실정이 부각되고 그 다음에 레임덕 현상이 일어나고 그러면서 국민들이 좀 더 나은 대통령이 왔으면 좋겠다고 하는 열망을 가지기 때문에 정권교체 비율은 항상 높다”며 “여기에 맞춤식의 후보를 당이 내놓지 못한다면 정권교체는 안 되는 거고, 또 정권재창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