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배리 엥글 총괄부사장 한국 방문 악몽 떠올라...무슨 일
- 노조 "산은은 GM 2대 주주, 대주주끼리 비정규직 해결하라" 촉구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스티브 키퍼 지엠 본사 수석부사장 겸 GMI(아시아 태평양) 사장이 산업은행장과 정부 관계자 면담을 예고하면서 지엠 소속 일부 근로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2018년 과거 악몽이 떠오른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8일 오전에도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라는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과연 3년 전 GM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2018년 악몽 떠올라

한국GM 노조에 따르면 스티브 키퍼 수석 부사장이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스티브 키퍼 부사장은 9일 부평공장 방문, 10일 창원공장, 보령공장 방문, 11일 산업은행장과 정부 관계자 면담 등의 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지엠 일부 노동자들이 우려의 목소리는 내고 있다. 11일 이동걸 산업은행장을 만나 어떤 얘기가 오갈지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스티븐 키퍼 수석부사장의 방문은 2018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라며 "당시 지엠 CEO인 메리 바라가 한국지엠 구조조정을 언급한 뒤 곧 군산공장은 폐쇄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엠의 책임자로 한국을 방문한 배리 엥글 수석부사장은 이동걸 산업은행장, 기재부 차관, 산업부 차관 등을 만나 경영정상화 관련 3대 원칙(▲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에 합의했다. 정부가 자금줄을 대고 노조는 구조조정을 받아들이라는 협박이었다. 이후 한국지엠 노동자들에게 임금동결, 비정규직 해고라는 고통을 안겨주었다"라고 전했다.

일요서울과 통화 한 배성도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지엠 비정규직 창원지회장은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당시 배리 엥글 총괄부사장이 방문해 한국지엠의 정상화를 이야기하면서 정부 관계자를 만나고 산업은행이 8100억 원의 원의 혈세를 투입했지만, 한국지엠에서 근무하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언급조차 없었다"라고 했다.

이어 "만남 이후 노동부, 법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하라고 했지만,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가 됐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한국지엠 현장에는 스티븐 키퍼 수석부사장이 정부와 산은을 방문해 전기차 또는 신차 배정 외에도 불법파견, 비정규직 문제에 관해 청탁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소문은 비정규직 일부를 신규 채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산은에서 신규 채용에 필요한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정부에게는 불법파견 재판 중이 카허 카젬 사장에게 면죄부를 부여해달라는 것이다"라며 "만약 이 소문이 확인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금속노조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는 이날 키퍼 부사장의 방한과 산업은행 방문에 맞추어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지엠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8100억 원의 국민이 낸 혈세를 지원받은 게 지엠이다. 내년 대선이 코앞이라 지엠이 협박하기 딱 좋은 시기다. 지회는 키퍼 수석부사장이 산업은행을 만나 전기차와 신차 배정을 핑계로 자금지원을 요구하고, 불법파견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면죄부를 달라고 할 것을 우려한다"라고 밝혔다.

배성도 지회장은 본지에 "또다시 GM의 스티븐 키퍼 수석 부사장이 한국에 방문한다고 한다. 키퍼 수석부사장에게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의 2대 주주로서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촉구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2대 주주로 책임 있게 나서라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재차 강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한국지엠 2대 주주로서 불법파견,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불법파견 문제가 제기된 지 16년이며 대법원판결도 두 차례나 있었다"라며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사법부의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한국지엠에 자금지원을 해선 안 된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하며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2대 주주로인 산은도 결국엔 불법파견의 실질적 공범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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