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1대1 회동’ 제안...의혹→정책 대결 프레임 전환 시도
尹 ‘대장동·고발사주 동시 특검’ 주장…李 뇌관 집중 타격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우)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우)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들 삶을 놓고 진지하게 논의할 일대일 회동을 제안드린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쌍특검 얼마든지 가능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면 좋겠다.”(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3.9 대통령선거 본선 무대의 막이 오르자마자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전략적 승부수가 격돌하는 모양새다. 상대 후보를 압박할 공세 소재로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1대1 회동’과 ‘쌍특검’을 꺼내 들었다. 

성남시장·경기도지사 등 굵직한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낸 이 후보는 행정가로서 다져진 정무 감각과 정책 추진력을 바탕으로 의정·행정 경험이 전무한 ‘정치 신예’ 윤 후보를 찍어누르기 위해 자신의 노련함을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윤 후보는 격상하고 있는 정권 교체 여론을 동력 삼아 ‘대장동 의혹’에 노출된 이 후보의 환부를 집중 타격하는 등 경쟁자의 약점은 드러내면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 사주 논란’에 대해선 결백함을 강조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들 후보가 제시한 ‘1대1 토론’과 ‘쌍특검’ 카드는 선뜻 수락하기엔 리스크가 있고, 거부하면 여론의 냉소에 맞닥뜨릴 수 있는 ‘낭패불감(狼狽不堪)’의 묘수다. 이는 상대 후보를 자신의 프레임에 두고 대선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정치 공학적 셈법으로도 풀이된다.    

‘변방 장수’에서 일약 집권여당의 맹주로 떠오른 이 후보와 문재인 정부의 총아(寵兒)에서 야권 정권 교체 기수로 거듭난 윤 후보의 치열한 수싸움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맞짱 토론’ 제안한 이재명, 의혹→정책 프레임 전환 시도

이 후보가 지난 8일 윤 후보를 향해 일대일 회동을 제안했다. 여야 대선 후보가 대면해 민생을 논해보자는 것으로, 국민의힘 경선 토론회 등에서 드러난 윤 후보의 토론 능력을 집중 겨냥한 발언이다. 정치권에선 이 후보가 행정 이력과 정책 이해도, 언변에서 윤 후보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현 대선 경쟁의 프레임을 여야 후보 간 ‘의혹 공방’에서 ‘정책 승부’로 환기시키려는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야당 전당대회 이후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윤 후보의 상승 흐름을 끊어내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후보님께 이 나라 미래를 놓고 국민들 삶을 놓고 진지하게 논의할 일대일 회동을 제안드린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회동을 통해 국민의힘을 포함한 야당이 주장하고 민주당도 동의하는 민생개혁안들이 많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쟁하고 논쟁이 있는 부분은 제외해도 합의할 수 있는 부분들은 신속히 합의해서 작은 진전이라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의 정책 토론 제안도 이어졌다. 이 후보는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각자가 가진 철학과 가치, 비전과 정책, 실력과 실적들을 수시로 논쟁해볼 수 있는 장으로서 주1회 정도는 정책토론의 장을 한번 가져보자는 제안도 다시 한번 드린다”면서 “이번 대선 과정이 역대로 가장 많은 정책토론이 이뤄진, 미래를 놓고 희망과 비전을 논쟁하는 장이 됐다는 그런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윤 후보는 “한번 생각해보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전했다. 이날 오후 윤 후보는 서울 여의도 헌정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의 제안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모르겠다”라며 “오늘 일정 소화 과정에서 잠깐 들었는데 생각해보겠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지원 사격도 이어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느닷없이 ‘정치쇼’ 하듯이 만날 건 아닌 것 같다. 무슨 내용인지, 어떤 방식으로 뭘 하자는 건지 한마디로 하기는 조금 그렇고, 실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라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남이 돼야 한다”라고 신중론을 폈다.

“‘쌍특검’ 하자” 尹, 이재명 뇌관 때리기

윤 후보는 자신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과 함께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특검을 동시에 진행하자는 ‘쌍특검’ 카드로 맞불을 놓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대장동 의혹 관련 수사 결과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이 후보의 뇌관을 집중 공략하는 모양새다.

윤 후보는 이번 대선을 ‘대장동 게이트 몸통과 싸우는 부패와의 전쟁’으로 규정하며 이날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특검으로 제대로 규명해보자”라며 양대 의혹에 대한 동시 특검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른바 ‘대장동 특검’을 기피하고 있는 이 후보와 여당을 전면 압박하는 한편, 고발 사주 특검은 자신에게 전혀 리스크가 되지 않는다는 ‘당당함’을 어필하기 위한 이면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5일 윤 후보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도 “여권에서 2개(대장동 개발 의혹, 고발사주 의혹)를 쌍으로 특검을 가자고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면 좋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이날 윤 후보의 동시 특검 제안에 대해 언급을 자제했다.

현재 여야 대선 후보들을 휘감은 의혹들에 대한 검찰·공수처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실체적 진실 규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정계 관측이 파다하다. 미래 권력인 대선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사정기관들의 부실 수사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대장동 수사의 핵심 관건은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등 651억 원대 배임 혐의와 관련, 당시 부동산 개발사업의 관리·감독을 맡은 성남시의 개입 여부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 압수수색을 받기 전 통화한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에 대한 수사마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은 ‘의혹을 살피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고 있다. 정 전 실장은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공수처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 역시 진척이 없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이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한 것과 관련해 현재까지도 고발장 작성 주체와 전달자를 특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