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지지율 한 자릿수 정체...尹 급부상에 존재감 격하
尹에 쏠린 정권교체 기대심리...安 대선 역할론 축소
尹 지지율 강세에 安 ‘캐스팅 보트’로서 가치도 퇴색
안철수 측 “대선 변수는 많아...安 지지율 반등 기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중도 집결지인 이른바 ‘제3지대’에서 대선 행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지지율 정체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안 후보가 ‘비호감 대선’ 국면 장기화에 스윙보터로 전향한 여야 지지층과 전통적 중도 표심을 끌어안기에는 대선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평가다. ‘대선 3수’ 이미지가 강한 터라 중립 유권자들 사이에서 소구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도 안 후보의 입지를 뒤흔드는 리스크다.     

정가에선 줄곧 대선 3자 구도의 한 축을 맡은 제3지대가 차기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돌았다. 그러나 경선 컨벤션 효과에 따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지지율 강세와 군소주자들의 부진으로 제3지대가 결국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7~8일 여론조사기업 리얼미터가 실시한 대선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안철수 후보가 각각 46.2%, 4.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5~6일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도 윤 후보가 43%, 안 후보는 4.7%로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안 후보가 합리적 중도주의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중도 표심은 제1야당 소속인 윤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지난 7~8일) 결과 중도층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로 윤 후보가 48.2%의 지지율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한 데 반해, 안 후보의 중도 지지율은 6.0%에 그쳤다. 중도 대변인을 자임한 안 후보로선 씁쓸한 대목이다.   

안 후보의 이러한 지지율 정체 현상은 정권 교체에 대한 갈증과 기대 심리가 ‘반문(反文) 전사’로 지명된 윤 후보에게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저점을 찍으며 레임덕이 거론되는 데다, 대장동 의혹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논란에 휩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바라보는 민심도 시큰둥하다. 여기에 야당 전당대회에서 윤 후보가 ‘무야홍’ 돌풍을 이끌었던 홍준표 의원을 꺾고 극적으로 선출되면서 ‘컨벤션 특수’까지 톡톡히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안 후보와 윤 후보는 정권 교체 기수를 자처했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제1야당과 군소정당이라는 배경에서부터 출발점이 다르다. 특히,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의 핍박으로 검찰총장에서 일약 야권 대선 후보로 거듭난 격랑의 스토리를 보유한 윤 후보에 비해 안 후보의 브랜드는 범야권의 정권 교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엔 색채가 옅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소속 한 전직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정권 심판 열망이 높은 상황에서 제3지대에 머무른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의 브랜드파워에 압도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대로 윤 후보의 지지율 강세가 지속된다면 안 대표는 캐스팅 보트로서의 가치마저 상실할 수 있다. 결국 (안 후보가) 대선 말미에는 범야권 후보 단일화로 급선회하게 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또 일각에선 지지율 박스권에 갇힌 안 후보가 향후 윤 후보나 야당에게 표심 분화라는 위협 요소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대 대통령선거에서 안 후보는 대선에 출마해 무려 21.41%의 득표율(3위)을 기록하며 대선 영향력을 과시한 바 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 교체 여론이 높았던 점을 감안해도 자유한국당에겐 뼈아픈 대목이다. 반면 차기 대선은 중도·보수 유권자들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윤 후보가 건재한 상황에서 안 후보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안 후보로선 지지율 제고 방안도 마땅치 않다. 여야 대선 후보를 동시 타격하며 자신이 새로운 대안임을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모양새다. 범야권 대선 후보로서 야당과의 종국적 단일화 협상이 사실상 불가피한 가운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선대위 원톱 등판 가능성이 거론되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부담도 떠안고 있다.

다만 안 후보 측은 여야 후보들의 대장동·고발 사주 의혹 등 대형 리스크가 엄존하는 만큼, 대선 지형은 언제든지 크게 뒤바뀔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선대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본지와의 취재에서 “당장 (안 대표의) 지지율이 미미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아직 대선까지 4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고 산재한 변수도 많다”면서 “기득권 정당 후보들이 모두 각종 의혹과 구설수로 불안한 상황에서 네거티브전이 지속된다면 변곡점을 맞는 시점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안 후보의 지지율 반등 가능성을 낙관했다.  

※ 기사 본문에 인용된 각종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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