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더불어민주당에 초비상이 걸렸다. 차기대선 최대 변수로 떠오른 MZ세대의 민심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2030세대들은 역대 선거에서 늘 진보 성향으로 분류됐다. 한마디로 민주당의 우군이었다. 다만 조국사태를 거치며 거리를 두기 시작하더니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탓에 완전히 돌아섰다. 2030세대들 사이에서 민주당은 곧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질 정도로 위상이 추락했다. 차기 대선을 4개월 정도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2030세대의 지지율은 민주당보다는 오히려 국민의힘이 더 높다. 특히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2030세대의 표심이 차기 대선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경우 민주당의 정권재창출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상암농구장에서 2030 생활체육인 여성들과 ‘넷볼’ 경기를 한 뒤 `성평등' 펼침막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넷볼’은 여성에게 특화된 팀 스포츠로 패스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협력하는 팀 스포츠다. 2021.10.31.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상암농구장에서 2030 생활체육인 여성들과 ‘넷볼’ 경기를 한 뒤 `성평등' 펼침막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넷볼’은 여성에게 특화된 팀 스포츠로 패스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협력하는 팀 스포츠다. 2021.10.31. 뉴시스

청년=진보전통적 세대론 깨지면서 차기대선 최대 승부처
‘11청년이재명 청년층 러브콜가상자산 과세 유예 발표
2030세대 표심, 이념·지역관계 없이 실리위주의 스윙보터

정권재창출의 위기의식으로 인해 민주당은 총력을 걸고 청년층 공략에 나섰다. 2030세대의 표심이 차기 대선을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더이상 손 놓고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2030세대는 유권자 분포에서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더구나 지역, 이념, 구도 등 기존 선거의 3대 변수보다는 세대별 표심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재명 대선후보는 절박한 심정으로 연일 청년층 맞춤형 일정과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민주당 역시 청년층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이재명 후보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현 정부의 내로남불 이미지에 극도로 실망한 2030세대의 표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잃어버린 MZ세대 표심을 되찾기 위해 러브콜에 나선 민주당의 속내와 고민을 들여다봤다.

MZ세대, 민주당 비판적 지지에서 내로남불 손절

2030세대들이 민주당의 지지층이라는 정치권의 통설이 깨진 건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다. ()보수로 불리는 젊은층은 문재인정부를 손절하면서 사실상 국민의힘 지지를 선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보선 초반만 해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빙 승부를 이어갔다. 개표함 뚜껑을 열고나니 결과는 놀라웠다. 오 시장은 사실상 더불스코어에 가까운 압승을 기록했다. 대선, 지방선거, 총선 등 연전연패를 거듭해온 국민의힘이 정권교체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승리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더 놀랍다. 오세훈 시장은 20대에서 55.3%, 30대에서 56.5%를 각각 득표하며 과반을 얻었다. 반면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20대에서 34.1%, 30대에서 38.7%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게다가 오 시장은 이른바 이대남으로 불리는 20대 남성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그에 반해 박영선 후보가 얻은 표는 초라했다. 민주당이 이른바 꼰대정당으로 몰락한 결정적 징표였다.

2030세대들은 지난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본인들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30대 중반 0선으로 유명한 이준석 대표를 보수정당의 새로운 수장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다시 볼 수 없는 한국 정치사의 혁명적 사건이었다. 서울시장 보선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2030세대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정치적 파워를 과시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MZ세대는 놀라운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들은 무야홍(무조건 야권후보는 홍준표) 무대홍(무조건 대통령은 홍준표)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내면 지지를 보냈다. 홍준표 의원이 초반 열세를 딛고 윤석열 후보와 박빅 승부를 이어간 것 역시 M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였다. 더구나 홍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2030세대들로부터 꼰대 취급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변화다.

이후 여야를 가리지 않고 MZ세대의 표심이 차기 대선을 뒤흔들 것이라는 가설이 만들어졌다. 다급한 쪽은 민주당이었다. MZ세대의 정치적 영향력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위기의식을 버릴 수 없었다. 결정타는 내로남불 논란이었다. 2030세대들은 현 정부 초반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우군이었다. 2017519대 대선, 20186월 지방선거, 202021대 총선 등 전국 단위 선거에서 민주당의 압승을 이끌어냈다. 변화의 조짐은 조국사태를 거치면서 불거진 내로남불논란이었다. 전통적인 산업화 민주화 담론보다는 오히려 공정의 문제가 현정부 임기 내내 화두로 떠오르면서 2030세대는 86세대의 위선적인 모습에 지지를 사실상 철회했다. 또 저성장의 고착화에 따른 낮은 취업률은 물론 부동산 가격폭등으로 결혼과 출산 등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접게 만들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MZ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을 커지게 만들었고 민주당의 우군이 아니라 비판세력으로 변화해갔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 공제한도 상향청년표심 구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생활기준 2030 범국민특별위원회 활동보고 간담회에 앞서 홍익표 공동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30.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생활기준 2030 범국민특별위원회 활동보고 간담회에 앞서 홍익표 공동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30. 뉴시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로서는 대단한 위기상황이다. 최근 2030세대 표심 확장에 주력하는 일정과 행보를 선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후보는 희망을 잃은 청년을 구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포퓰리즘이라도 기꺼이 하겠다며 러브콜에 나섰다. 특히 선대위 내부에 청년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물론 2030세대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전방위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 직속기구에 청년플랫폼을 신설하고 이동학 최고위원을 비롯해 전용기·오영환·이소영·장철민·김남국 등 젊은 초선 의원 5명을 배치한 게 대표적이다. 사실상 선대위의 주요 활동 방향도 청년표심 잡기에 방점을 찍고 청년층을 겨냥한 맞춤형 정책을 마련했다.

사실상 11청년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청년층이 원하는 정책행보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대선 라이벌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비해 2030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청년층 표심잡기 행보는 이 후보의 의지도 크게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선대위 온라인소통단장인 김남국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 “이재명 후보께서 나는 망가져도 괜찮다, 진심으로 청년들과 소통하며 이야기 듣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특히 가상자산 문제와 관련해 청년층의 이해를 대변한 보다 전향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내년부터 실시하겠다는 재정당국의 방침에 맞서 2023년부터 실시하는 것으로 1년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공제한도 또한 대폭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 후보는 이와 관련, “납세자인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납세제도를 만들어야 한다준비 없이 급하게 추진된 과세는 정당성을 얻기 어렵고, 조세저항과 현장의 혼란을 불러오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투자소득 개편 방안이 본격 시행되는 2023년에 가상자산을 포함한 자산소득 전반에 대한 과세가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방안이 더욱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은 청년층의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 중 하나였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서울지역 아파트는 거대 자본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언감생심이다. 동학개미로 상징되는 주식시장은 코인시장보다 수익률이 낮다는 점과 올들어 지루한 박스피 장세가 지속되면서 2030세대들이 대거 이탈했다. 문제는 내년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실시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가상자산 주요 투자층인 2030세대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의 경우 2023년부터 기본 공제금액 5000만원이 넘는 소득에만 과세하는 것과 달리 가상자산의 경우 내년부터 과세를 시작하는 것은 물론 기본 공제금액은 250만원에 불과하다.

또다른 야심작은 매타버스 프로젝트. ‘매주 타는 민생버스의 줄임말인데 이 후보가 버스를 타고 일주일에 사흘 정도 전국 민생현장을 누비는 새로운 선거 캠페인이다. 버스 내부에 실시간 방송 송출이 가능한 스튜디오를 구축해서 MZ세대와의 대화프로그램 등도 준비했다. 청년층과의 소통강화를 통해 재선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 보여준 강력한 추진력으로 MZ세대의 고민을 파고들어 구체적인 결과물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MZ세대 지지없이 차기 대선 없다절박한 몸부림

뉴시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서울 거주 806명을 대상으로 3월30~3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이념성향을 '보수'라고 한 응답은 20대 19.8%, 30대 19.7%로 전체 연령대 평균(26.0%)을 밑돌았다. 자신을 '진보'라고 한 응답은 20대 30.7%, 30대 25.6%로 전체 평균(24.35%)을 상회했다. 하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2030세대의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보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더 높게 조사됐다. 2021.04.01뉴시스
뉴시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서울 거주 806명을 대상으로 3월30~3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이념성향을 '보수'라고 한 응답은 20대 19.8%, 30대 19.7%로 전체 연령대 평균(26.0%)을 밑돌았다. 자신을 '진보'라고 한 응답은 20대 30.7%, 30대 25.6%로 전체 평균(24.35%)을 상회했다. 하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2030세대의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보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더 높게 조사됐다. 2021.04.01뉴시스

내년 39일 차기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약 4개월 정도다. 민주당이 싸늘하게 변해버린 2030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면 대선 전망 또한 불투명하다. 4년 전 촛불대선과는 달리 2030세대의 표심이 보수정당을 향하면서 대선지형 자체가 험난해진 것이다. 더 큰 과제는 MZ세대의 지지 철회가 2019년 하반기 조국사태 이후 꾸준히 누적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단기적인 해법을 사실상 찾기 어렵다. 특히 2030세대의 표심은 전통적인 이념이나 지역에 좌우되기보다는 전반적인 정치상황과 주요 이슈에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자유주의적 스윙보터의 성향도 뚜렷하다. 민주당의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최대 문제는 세대별 표심의 보수화다. 과거에는 2030세대가 진보, 5060세대가 보수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이 때문에 40대가 세대별 득표율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한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는 지역별 구도에서 영남이 보수, 호남이 진보일 때 충청권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한다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다만 최근에는 세대별 표심의 보수화가 두드러진다. 2030세대는 신보수층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반면 6070세대의 보수 지지 현상은 더욱 강화됐다. 과거 세대별 표심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40대는 이제 50대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권위주의 정부에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해 진보적 경향성이 강한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가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긴 현상이다. 결과적으로 2030세대의 표심이 차기 대선 초대 승부처로 떠오른 셈이다.

물론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30세대의 표심이 내년 대선까지 보수정당을 향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홍준표 의원의 경선탈락으로 2030세대의 지지철회 현상이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물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2030세대의 비호감도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유일하게 승부를 걸어볼수 있는 곳은 바로 이 지점이다. 진보보수라는 거대담론을 떠나서 부동산·취업·일자리·가상자산 등 청년층이 관심을 가진 핵심 이슈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을 경우 지지를 되찾아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역대 선거에서는 2030 청년세대가 진보라는 공식이 통용됐지만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전통적 세대론은 완전히 깨졌다탄핵국면과 촛불시위 이후 2030세대는 꾸준히 민주당을 지지해왔지만 대선국면에서는 정반대의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으로서는 대단한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MZ세대의 표심은 단순히 진보·보수를 나누는 이념적 성향이라기보다는 실리 위주의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그냥 부동층으로 이해하는 게 더 쉽다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MZ세대는 사실상 미래를 잃어버린 세대다. 이재명 후보가 대선승리를 목표로 한 걸음 다가서기 위해 2030세대를 위한 맞춤형 공약 제시는 물론 러브콜이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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