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의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선출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양강 대결 구도가 확정됐다. 이번 대선은 전례 없이 ‘0후보 간 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윤 후보는 특히 검찰총장에서 대선후보로 직행한 정치 신인이다. 윤 후보의 최대 약점은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윤 후보는 경선 기간 각종 설화를 일으키며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윤 후보가 자신의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김영삼 전 대통령(YS) 어록을 열공하며 벤치마킹에 들어간 모습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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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망언논란 윤석열, ‘YS 어록열공하는 이유는
- YS 벤치마킹으로 윤석열 리스크최소화 시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후보로 선출된 이후 컨벤션 효과로 다수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윤 후보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것인지 의구심을 품은 유권자층도 상당하다. 또한 윤 후보는 정계에 진출한 이후 끊임없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정치권 안팎의 질타를 받으면서 ‘11망언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이에 윤 후보 측은 김영삼 전 대통령(YS)벤치마킹해 취약점 극복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윤석열 후보 측 한 관계자는 “YS 어록을 살피며 공부 하고 있다고 전했다.

YS “호랑이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전격 국힘입당

윤 후보가 정계에 입문한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행적을 살펴보면 YS의 언행을 벤치마킹한 듯한 장면들이 있다. 19901월 통일민주당 총재였던 YS는 민주정의당, 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을 결행하며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3당 합당을 놓고 군부 세력과의 야합이라는 거센 비난이 제기되자 이 같은 논리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윤 후보도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선택을 감행했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 재직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여권과 극심한 갈등을 겪다 지난 34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검찰총장직을 벗어 던졌다. 윤 후보는 이후 공개 행보를 자제하며 잠행을 이어가다가 지난 629일 서울 윤봉길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정치권에선 윤 후보의 향후 정치 행보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윤 후보가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면 수많은 대선후보 중 한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대한 제3지대에 머무르며 몸집을 키운 후 국민의힘과 후보단일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대로 윤 후보가 제3지대에 머무르는 것보다 국민의힘에 선제적으로 입당해 당내 기반을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 후보는 호랑이 굴에 뛰어드는 길을 선택했다. 그는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인 지난 7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결국 윤 후보는 국민의힘 입당을 결행한지 3개월여 만에 대선 후보 자리까지 거머쥐었다.

YS “인사가 만사”, 윤석열의 선대위 인선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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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YS의 유명한 어록 중 하나다. YS는 한번 신뢰한 사람에게는 많은 힘을 실어주고, 노선과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을 중시해 인재를 발탁하는 용인술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YS는 이러한 용인술을 펼치면서도 민심에 어긋난 인사는 빠르게 교체를 단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임기 후반에는 차남 김현철 씨를 비롯한 비선 조직이 인사에 개입하면서 YS의 용인술이 크게 퇴색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열 후보의 용인술은 YS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르다. 윤 후보는 한번 신뢰한 사람에게 계속 힘을 실어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민심을 때때로 거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후보는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선대위 구성 문제와 관련 기존 경선 캠프를 확대 개편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윤 후보는 “(경선) 캠프에 있는 사람들을 내보낸다는 뜻이 아니다기존 멤버들에다가 더 진영도 넓히고 다른 후보 캠프 분들도 영입하고 우리 당 전체가 하나가 돼 큰 선거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은 윤석열 후보 비서실장으로 당초에 권성동 의원이 아닌 장제원 의원이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당 안팎에서 아들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는 장 의원에 대한 비토론이 제기되면서 윤 후보가 장 의원 대신 권성동 의원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윤 후보의 용인술이 허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종인 전 위원장이 캠프 물갈이론을 쏘아올렸다.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경선 캠프 일부 인사들을 겨냥해 자리 사냥꾼들이라고 비판하며 선대위의 전면적 재구성을 압박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가 YS인사가 만사라는 어록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낼지 지켜볼 대목이다.

1979년 헌정 사상 첫 제명 국회의원으로 기록된 YS순교의 언덕, 절두산을 바라보는 이 국회의사당에서 나의 목을 자른 공화당 정권의 폭거는 저 절두산이 준 역사의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는 어록을 남겼다.

이 말은 우리 사회에서 저항을 대표하는 상징적 표현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YS의 이 같은 표현은 윤석열 후보의 반문재인기치와 정권교체에 대한 강한 의지 표현에 녹아있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후보로 선출된 직후 수락연설에서 이 정권은 집요할 정도로 저를 주저앉히고자 했다저 하나만 무너뜨리면 정권이 자동 연장된다고 생각하고 2년 전부터 탈탈 털었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미련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이 문재인 정권의 정치적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정치공작도 저 윤석열을 무너뜨릴 수 없다. 어떤 정치공작도 국민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을 무너뜨릴 수 없다면서 윤석열은 이제 한 개인이 아니라 공정과 정의의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국민께서 저를 지켜주실 것이기 때문이라며 정권 교체에 대한 결기를 드러냈다.

YS “닭모가지 비틀어도 새벽은...”, 어떤 정치공작도...”
 

김영삼, 대도무문 大道無門, 종이에 먹, 33.5×134cm, 1986, 추정가2,000,000 - 4,000,000, 시작가 1,500,000, 결국에는 380만원에 낙찰됐다.  2019.02.08 뉴시스
김영삼, 대도무문 大道無門, 종이에 먹, 33.5×134cm, 1986, 추정가2,000,000 - 4,000,000, 시작가 1,500,000, 결국에는 380만원에 낙찰됐다. 2019.02.08 뉴시스

이밖에 건강 주의령을 내린 머리는 빌릴 수 있으나 건강은 빌릴 수 없다YS의 어록도 유명하다. YS1995년에는 일본 정치인의 거듭된 망언에 대해, 2008년에는 한나라당 공천을 두고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고 큰소리를 쳤다. 1999년에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의 회동에서 국민들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말을 남겼다.

이 같은 YS의 함축적이면서도 때로는 직설적인 화법은 지금도 정치권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윤 후보는 정계에 진출한 이후 끊임없이 부적절한 화법으로 논란을 일으켜 왔다. 윤 후보가 YS의 어록을 열공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것도 YS의 이 같은 화법을 벤치마킹해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윤석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 윤석열 후보는 지난 7월초 동작구 상도동 김영삼대통령 기념도서관을 방문해 방명록에 민주주의 큰 산 김영삼 대통령의 가르침을 따라 국민만 바라보고 걸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윤 후보는 이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를 만나 환담을 갖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몸 바쳐 싸우신 분이라며 김 전 대통령이 지키고자 애쓰셨던 민주주의가 다시는 반민주, 반법치 세력에 의해서 유린되지 않도록 수호하는 것이 후대의 책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는 여러 차례 윤 후보 공개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김 이사는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예상했던대로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의 본선 대표로 확정됐다이제야말로 후안무치한 부패 덩어리인 현 정권을 확실히 심판할 제대로된 후보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이럴 때일수록 더욱 초심을 붙잡고 정권탈환을 지상 목표로 윤석열 후보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만이 우리가 원하는 정권교체라는 벅찬 감격의 숙원을 이룰 수 있는 것이라며 내년 대선에서 총력을 다해 모든 사심을 내려놓고 깨어 있는 우리 국민들과 함께 우리가 염원하는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어 내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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