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 언론인] 차기 대선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영부인 경쟁이다. 대선전이 본격화할수록 여야 유력후보 뿐만 아니라 예비 퍼스트레이디의 일거수일투족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론조사 기관의 차기 지지율로 본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불꽃 튀는 한판 대결이 예상된다. 두 사람은 여야 유력후보인 남편만큼이나 크고작은 구설수에 올랐다. 악재를 뚫고 대선과정에서 어떤 활약상을 보여줄지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 대선 과정에서 여야 유력후보의 배우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적지 않다. 대체로 소리없이 내조에 집중하지만 때로는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예비 퍼스트레이디들은 역대 대선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 때문에 대선후보인 남편들이 소화하기 힘든 일정들을 대신해왔다. 대체로 여성, 장애인, 노인, 아동 등 사회적 소외계층을 만나고 격려하는 지원사격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도 여야 후보 배우자의 외모와 품성은 물론 도덕성과 자질도 논란거리도 떠오른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부인 김혜경씨가 광주 남구 한 미혼모시설을 방문한 뒤 나란히 나오고 있다. 2021.09.18.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부인 김혜경씨가 광주 남구 한 미혼모시설을 방문한 뒤 나란히 나오고 있다. 2021.09.18. 뉴시스

- 김혜경, 성남시장·경기지사 선거 도우며 이재명 지원사격
- 김건희, 구설 우려해 신중행보공개행보시 의혹해소 과제
- 현모양처 육영수 스타일 선호 속 힐러리형에도 기대와 관심

대한민국에서 전형적인 영부인상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다. 육 여사는 신사임당과 같은 현모양처형 영부인 스타일로 인기가 높았다. 화려하게 본인을 외부로 노출시키기보다는 그림자 내조에 집중하는데 주력했다. 다만 최근 예비 퍼스트레이드의 경우 단순한 조력자를 넘어선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힐러리형 퍼스트레이디는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마다하지 않는다.

시대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영부인상에 대한 이미지는 점차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매일매일 강행군을 소화하는 여야 후보들의 건강관리와 이미지 메이킹은 물론 일정과 메시지 전략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로는 대외활동에 바쁜 남편들을 대신해 세간의 비판적인 여론을 전달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내년초 이후에는 예비 퍼스트레이디들이 TV 예능 또는 교양프로그램에 출연해 유권자들과의 접촉을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후보들의 약점을 보완하거나 때로는 언론 인터뷰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대선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인 예비 퍼스트레이디들의 불꽃튀는 경쟁구도를 들여다봤다.

김혜경vs김건희 맞대결 관심사각종 루머와 의혹 변수

차기 대선이 이재명 vs 윤석열여야후보의 양강구도로 짜여진 만큼 예비 영부인 경쟁은 김혜경 vs 김건희 씨의 맞대결로 압축된다. 차기대선에 다가올수록 유력 후보 부인들의 내조경쟁 또한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신문, 방송, 인터넷매체 등 주요 언론 또한 예비 영부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면서 연일 뉴스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여야 모두 상대후보에 대한 극심한 네거티브가 이어지면서 두 사람의 공식 데뷔는 다소 늦어지고 있다.

김혜경 씨는 한국의 힐러리로 불릴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선보여왔다. 이 후보가 선출직 선거에 나설 때마다 화끈한 지원사격을 마다하지 않았다. 재선 성남시장은 물론 201719대 대선,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등 크고작은 선거를 지원해왔다. 아울러 지난 대선 이후 이 후보와 TV 예능프로그램에 동반출연하면서 알콩달콩한 부부 사이를 자랑하면서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린 것도 강점이 됐다. 최근에는 남편인 이 후보를 대신해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목포 장인상에 조문을 다녀오면서 정가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대선후보 확정 및 선대위 공식 출범 이후 김 씨는 이 후보의 선거운동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었다. 특히 이재명 후보가 이른바 여배우 스캔들탓에 크고작은 공세에 시달린다는 점에서 김 씨의 역할론은 기대 이상이었다.

다만 최근 뜻하지 않은 낙상사고의 여파로 휴지기를 가졌다. 이 후보 지원일정을 올스톱한 채 건강관리 및 컨디션 회복에 집중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부부폭행설을 비롯한 근거없은 루머들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곤혹을 겪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과열취재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한 인터넷매체가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씨 깜짝 변신이라며 외출사진을 보도했다가 김혜경 씨 낙상사고후 첫 외출 포착 사진은 수행원’”이라며 정정보도와 함께 공식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과거 경기지사 선거 당시 이른바 혜경궁 김씨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소용돌이에 뜻하지 않게 휘말린 셈이다. 건강을 회복한 김 씨는 18일 남편인 이 후보와 함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공개 관람에 나서면서 본인을 둘러싼 우려와 의혹을 불식시켰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김건희 씨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엄청나다. 보수진영 일각에서 윤석열 전 총장은 괜찮지만 배우자 김건희씨는 안된다는 일종의 불가론이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과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윤 후보와 부부동반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것을 제외하고는 공개 일정이 거의 없었다. 여전히 베일이 가려진 인물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학력위조 의혹 등 크고작은 의혹 탓에 두문불출하면서 그림자 내조에 전념하고 있다. 다만 선거전이 본격화할수록 윤 후보의 배우자로서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주변에서는 우려와는 달리 김건희 씨의 적극성에 기대를 거는 시각도 나온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김 씨와 관련, “사회적으로 굉장히 사교성도 있다고 들었다적적한 시기에 활동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 선대위 역시 김 씨의 공개행보 시점에 대해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내부 의견은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어차피 대선에서 털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 조기에 공개행보에 나서정면돌파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줄리 의혹을 비롯한 근거없는 억측에는 정공법으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과거 줄리 의혹이 여야 정치권에 확산될 무렵 한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가려지게 돼 있다. 이건 그냥 누가 소설을 쓴 것이라며 쥴리 의혹을 일축한 바 있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 씨가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자리하고 있다. 2019.07.25. 뉴시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 씨가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자리하고 있다. 2019.07.25. 뉴시스

반면 김 씨의 조기등판은 뜻하지 않게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만 부를 수 있는 만큼 공개석상 등장을 최대한 뒤로 미룬 채 그림자 내조에 일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후보 캠프에서는 당 선대위가 꾸려지는 시점에 김씨를 등장시킨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는 공개 활동을 앞두고 머리 스타일도 단발로 자르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 후보 부인으로 선거지원에 나서더라도 최대한 조용히 움직이면서 소외계층 봉사활동 등 비정치적인 분야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적 영부인상 육영수소외층 격려.비판자

역대 영부인들 중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였다. 주로 한복을 즐겨입으면서 우아하고 기품있는 이미지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또 대외행보에 본격 나서기보다는 소외계층을 돌보거나 아동, 여성, 청소년, 노인 지원 등에 힘써왔기 때문이다. 때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전달하는 청와대 내부의 야당 역할도 해왔다. 이 때문에 역대 선거에서 예비 퍼스트레이들이 육영수 여사를 이상적인 영부인상으로 벤치마킹하면서 주로 그림자 내조에 집중해왔다.

반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같은 영부인상은 정반대다. 단순한 청와대 안방마님이 아니라 남편의 정치적 동지다. 사회현안에 대한 공개적인 목소리는 물론 적극적인 대외활동도 마다하지 않는 경우다. 이희호 여사는 한국 여성운동의 대모로 전후 최고 엘리트 여성이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군사독재에 투쟁하면서 정치적 박해에 시달릴 당시에는 든든한 지원군 역할도 아까지 않았다. 여성의 사회진출 확산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영부인상이 대두되면서 이희호 여사의 행보를 참고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예비 영부인들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력도 막강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호남에서 압도적인 몰표를 받았지만 불과 1년 전인 201620대 총선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주도했던 국민의당에 밀리면서 호남에서 참패에 가까운 수모를 당했다. 대선과정에서는 김정숙 여사가 호남표심 공략에 적극 나섰다.

김 여사는 광주에 상주한 뒤 호남의 맏며느리가 되겠다며 문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결과는 효과만점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실패를 뒤로하고 2017년 대선에서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에 올랐다. 집권 이후에도 김 여사의 활약은 계속됐다. 다소 무뚝한 성격의 문 대통령과는 달리 유쾌한 정숙씨로 불릴 정도로 사교적이고 활동적인 김 여사 탓에 해외 정상외교가 부드럽게 마무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일관된 평가다.

다만 예비 영부인들의 활동은 사실상 양날의 검이다. 대선후보와 가장 가깝다는 점에서 선대위라는 공식 조직을 무력화시키고 비선실세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예비 청와대 안방마님이라는 문고리 권력으로 막강한 파워를 과시할 수도 있다. 실제 김건희 씨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을 전후로 뜻하지 않은 구설수에 시달리기도 했다. 윤 후보가 경선과정에서 손바닥에 왕()자를 적은 것과 관련해 역술인 연루설이 나돌면서 김 씨가 연루됐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진료 봉사를 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에게 32번째 결혼기념일을 축하해주고 있다. 2020.04.30.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진료 봉사를 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에게 32번째 결혼기념일을 축하해주고 있다. 2020.04.30. 뉴시스

정의당 심상정후보 남편유일 퍼스트 젠틀맨

김혜경 vs 김건희 맞대결이 예비 영부인 경쟁의 메이저리그라면 군소후보 배우자들의 마이너리그 경쟁도 치열하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남편 이승배씨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김혜경·김건희 씨는 대선 본선 첫 선거지원에 나선 것과 달리 이승배 씨와 김미경 교수는 그야말로 베테랑이다. 대선 지원 경험만도 한두번이 아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과거 선거지원 경험을 되살려 차기 대선에서도 실속있는 지원과 내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심상정 후보는 200417대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여의도 정계에 입문한 뒤 크고작은 선거를 적잖게 치렀다. 대선만도 4번째 도전이다. 특히 2007·2012·2917년 등 3차례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이 씨는 자타공인 내조의 달인으로 떠올랐다. 이 씨는 심 후보와 같은 서울대 출신 노동운동가로 심 후보의 정치입문 이후에는 스스로 주부남편으로 활약해왔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정의당을 상징하는 노란색 바탕에 남편이라고 적힌 재킷을 입고 지원유세에 나서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김미경 교수 역시 안철수 후보의 가장 확실한 정치적 동반자로서 크고작은 선거에서 조언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서울대 의대 출신에 변호사 자격증까지 가진 엘리트로 안 후보가 정치적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점 때문에 국민의당 안팎에서는 안 후보가 가장 신뢰하는 정치적 조언자라는 평가마저 나올 정도다. 여야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제3지대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부인 정우영씨도 최근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경기 아동보호 전문기관을 찾아 김 전 부총리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육영수 여사와 같은 현모양처형 스타일의 영부인상을 선호해왔지만 최근 성평등 의식의 확산으로 보다 적극적인 대외행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선거전 못지 않게 미래의 청와대 안방마님간 맞대결에도 여론의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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