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귀히 여길 줄 알아야”

노재흥 교수(분노관리사)
노재흥 교수(분노관리사)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두 번째 멘토로 분노관리사라는 직업을 창직한 노재흥 한양대학교 교수를 만나 분노관리사가 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노재흥 교수는 “분노관리사는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고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사람을 사랑하고 귀히 여길 줄 아는 심성을 도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대한민국 제1호 분노관리사인 노 교수는 “분노관리사는 우선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타인을 사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항상 자신을 사랑하듯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가서는 노 교수는 그 누구를 만나든 진실하게 대하고 귀히 여기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 분노관리사란 직업이 조금 생소한데요. 분노관리사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분노를 에너지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에너지가 너무 약하거나 강하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우리는 에너지관리공단이라는 기관을 운용합니다. 이같이 분노관리사는 분노라는 감정의 에너지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하면 이 에너지를 발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같이 고민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자살이나 우울증 등은 분노 에너지를 자기 자신을 향해 표출하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분노관리사라는 직종은 주로 상담이나 강의를 통해서 분노 때문에 고통이나 고충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교수님은 어떤 계기를 통해 분노관리사가 됐나요.

▲저는 분노관리사가 되기 전에 현역 군인으로서 약 30여 년간 근무하며 2002년도에 국방부 민원 제기 사망사고 특별조사단장을 역임했습니다. 당시에 국민의 자제들이 군에 와서 자살하면 통보받은 유가족들이 자기 자녀는 절대로 자살했을 리가 없다는 의문점을 갖기 때문에 그에 따른 민원을 국방부에 제기합니다. 저는 유가족들이 제기한 의문점 등을 조사해서 알려드리거나 잘못된 결과가 있을 시 바로잡는 것이 주 임무였습니다.

사실 자기 자녀가 부모보다 먼저 떠나는 것이 부모 입장으로서는 그렇게 한스러울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 아픔과 슬픔 안에서 일어나는 유가족들의 분노를 보고 ‘만약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유가족들이 분노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려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2002년도부터 연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역한 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분노 관련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분노관리사란 직업을 창직했습니다. 그리고 분노관리사라는 직업을 좀 더 명확하고 구체화하기 위해서 민간자격증으로 보건복지부에 등록했고 2015년도 3월1일에는 제가 대한민국 제1호 분노관리사가 됐습니다.

- 분노관리사가 되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기본적으로 분노라는 것이 학교 기관의 학과목으로 자정돼 있지는 않아요. 그러나 분노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분노관리사 과정 양성 프로그램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국방부 산하 법인 단체인 한국인력진흥원에서 출제한 소정의 평가를 거치면 보건복지부에서 인정한 민간자격증을 발급해주고 있습니다. 분노관리사 과정 프로그램은 교육 시간이 대략 3시간씩 12회기 36시간입니다. 저는 현재 분노관리사들과 분노관리사 지망생들을 위한 밴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화해하기’라는 밴드를 보면 분노관리와 관련된 내용뿐만 아니라 소소한 일상에서 분노를 관리하는 방법 등에 대해 게재해 놓았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분노관리사가 진출할 수 있는 취업처나 근무지는 어디인가요.

▲저처럼 학교 기관의 센터장이라든지 학교 기관 또는 정부 기관 등의 상담사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양대학교에서 약 11년 이상 겸임교수 겸 학점은행제 교수를 하고 있는데, 올해는 지난 2월까지 강의를 했습니다. 한양대학교에서는 주로 리더십이나 인간관계론 상담 과목 강의에 분노관리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시켜서 강의를 했고요, 동덕여대에서는 박사 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용 심리학을 강의하면서 분노관리와 관련된 내용을 곁들였습니다. 즉 제가 기본적으로 연구, 상담, 강의 등 세 가지 분야의 활동을 주로 하고 있듯이 강의와 상담 그리고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는 기관, 학교, 교회, 군부대 등 여러 분야에서 근무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스펙으로 분노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 분노관리사가 되기 위한 자질과 역량 그리고 마음가짐에 대해 알려 주세요.

▲분노관리사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인간으로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 탄탄하게 중심을 잡지 않으면 타인을 존중할 수 없어요. 우선 자기 존중감과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되고요. 두 번째로는 공부를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인간 심리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하는 것이죠.

‘화’에서 비롯된 ‘분노’라고 하는 것은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에 누군가가 상처를 입혀서 흘리는 피라고 저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분노라고 하는 것은 자기가 무엇인가를 하려고 했을 때 그것이 좌절되면 불쾌하게 느껴지는 감정, 사소하게는 내가 가지고 있는 욕구에 대한 좌절 등으로 생기는데, 이러한 인간 심리에 대해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단정적으로 앞에서는 에너지라고 그랬지만 그 에너지가 과연 어떤 자극을 받아서 불이 붙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하고요. 마지막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은 인내심과 경청 능력을 꼽습니다. 인내심을 갖고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으면 문제점이 뭔지 알 수 없어요. 게다가 이야기하는 도중에 치유 효과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경청하는 능력,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 드립니다.

- 마지막으로 분노관리사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분노는 에너지지만 불과 같은 특성이 있습니다. 불은 잘 관리하면 유익하지만 잘못 관리하면 자신은 물론 주변까지 몽땅 태워버리고 마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의롭지 않거나 정당하지 않은 분노는 불붙은 석탄을 남에게 던지는 것과 같다’라고 말하지요. 그러나 사실은 분노가 우리 삶의 에너지이기도 하고 나라나 어떤 조직 또는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이끄는 중차대한 역할도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3.1운동 때 죽음을 무릅쓰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던 것은 의로운 분노입니다. 오히려 부정·비리·부패 등에 대해 눈 감고 있다면 아주 비겁한 사람이겠죠.

그러나 의롭지 않거나 정당하지 않은, 혹은 사적인 분노들은 불붙은 석탄을 남에게 던지는 것과 같은데, 불붙은 석탄을 남에게 던지려면 자기 손으로 집어야 하잖아요. 그러면 손이 먼저 타버리니까 자기도 망가지고 상대도 망가집니다. 우선 분노관리사가 되려면 자신의 마음속 불을 먼저 다스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다음에 열심히 공부해서 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면 분노관리사가 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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