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국, 혐의 사실이라면 책임지지 않을 수 없다”
조응천 “‘조국의 강’을 확실히 건넜느냐가 與 숙원과제”
脫민주당 선언한 이재명, 외연 확장 위한 선 긋기 셈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일가에 대해 “잘못이 확인되면 충분히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선 긋기에 나섰다.

당내 친문·친조국 계열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던 조 전 장관인 만큼, ‘조국의 강’을 건너 외연 확장에 치중해야 한다는 당내 소신파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렇듯 당내 핵심 계파의 반발 리스크에도 과감하게 ‘도강 작전’에 돌입한 이 후보의 대선 셈법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정가에선 최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지지율 컨벤션 효과가 장기화된 데 따른 긴급 조치로 ‘외연 확장’ 행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 23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과도한 수사로 피해를 입었을지라도, 그게 사실이라면 책임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며 “똑같은 행위에 대한 책임도 권한이 있을 때는 더 크게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수사를 하는 건지, 마녀사냥을 하는 건지, 피의사실 공표를 통해 정치 행위를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행태들을 많이 느꼈다”면서도 “그럼에도 집권세력 일부로서 작은 티끌조차 책임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난 7월 민주당 경선에 임하면서도 “검찰의 선택적 검찰권 행사에 더 큰 문제가 있지만, 만약 유죄가 확정된다면 조국 전 장관 가족도 책임져야 한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님이나 가족들이 어떤 행위를 했는지, 불법적인지 알지 못한다. 인간의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조응천 의원 등 당내 소신파들이 ‘조국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주장과 ‘탈(脫)민주당’을 통한 새로운 대선 브랜드 장착이 필요하다는 자성적 목소리에 호응한 대목으로도 읽힌다. 

앞서 이날 오전 선대위 공동상황실장을 맡은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결국은 이 선거의 관건은 누가 중도의 마음을 얻느냐”라며 “우리한테 주어진 과제 중에 큰 것은 결국은 ‘조국의 강’을 확실히 건넜느냐”라고 말했다. 민주당 골수 지지층들 사이에서 인기가 여전한 조 전 장관과 확실히 선을 그어야 이재명호 민주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조국의 강을 건넌다고 해도) 골수 지지자들이 국민의힘으로 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당내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조 의원은 당내 친문·친노 등 특정 계파에 소속되지 않고 줄곧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 온 인사다. 조국 사태 이후에도 조 전 장관과 그 일가에 대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낸 바 있다.

이렇듯 초당적 이미지가 강한 조 의원이 강력한 메시지를 내자, 이 후보가 여기에 호응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에 소속된 한 재선 의원은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집토끼를 놓칠까 선뜻 나서지 못했던 이 후보에게 사실상 조응천 의원이 칼자루가 되어 준 셈”이라며 “최근 이 후보의 지지율이 회복세에 있지만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강세가 여전한 만큼, 대선 지형을 뒤집기 위해선 강력한 한 수가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이 후보가 당내 소신파들을 전면에 내세워 본격적인 중도 확장에 나선 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