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정희 대통령의 용인술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 국민의힘 대선후보 맞수토론에서 원희룡 예비후보는 “박정희 대통령이 기본적인 식견과 함께 용인술에서 아주 전설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홍준표 후보는 “우리나라 대통령 중 과학계를 가장 중요시한 사람이 박정희”라며 “박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내세우고 국방과학연구소를 유성에 둬 자주국방의 길이 열렸고, 박 대통령 이후 과학자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다”고 화답했다.

최고의 리더는 국가 및 공동체 발전을 위해 큰 성과를 낸 사람이다. 동서고금의 리더들 중 한국, 미국, 중국의 가장 성공한 지도자를 꼽으라 하면 박정희, 링컨, 당태종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이 세 지도자의 공통점은 자신의 라이벌을 넘어 정적(政敵)들까지도 포용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한 정권이나 왕조는 용호상박(龍虎相搏)의 경지에 달하는 참모들이 즐비할 때 성공할 수 있다는 역사적 전거(典據)를 세 지도자는 실증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가장 앞장서 자신에게 반대한 최두선 동아일보 사장을 삼고초려(三顧草廬)를 넘어 4차례나 만나 초대 국무총리로 모셨다. 5·16 진압에 나섰다 체포돼 미국으로 추방됐던 이한림을 건설부 장관에 임명해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성공시켰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던 남덕우 서강대 교수를 재무부 장관과 경제기획원 장관에 기용해 선진국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18년 5개월 재임 동안 영남 출신 총리는 단 한명도 없었다.

제16대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국가의 해체 위기 때 권력을 잡았다. 대통령 취임(1861년 3월) 직전 나라가 남북으로 쪼개졌다. 링컨은 제일 먼저 정적인 더글러스를 순회특사로 임명하여 연방정부가 전쟁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각주에 설명케 했다. 또한 대통령 예비선거 때의 경쟁자들인 윌리엄 슈어드를 국무장관에, 새먼 체이스를 재무장관에 임명했다. 나중에 민주당 출신 에드윈 스탠턴을 전쟁장관으로 발탁했다.

링컨의 내각은 경쟁자들을 합친 ‘탕평 내각(Team of Rivals)’이었다. 링컨은 ‘노예해방’을 역사의 필연으로 전환시켰고, 남부와 북부의 2개 나라로 쪼개질 위기를 막아 ‘연방의 재통합’을 이뤄냈다. 링컨은 남부 대통령에 대해서는 정치적·법적 책임을 묻지 않고 바로 사면하는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당태종이 중국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말은 고루 들으면 현명해지고, 한쪽 말만 들으면 어리석어 진다(兼聽卽明 偏信卽暗·겸청즉명 편신즉암)”는 위징의 조언을 평생 실천했기 때문이다.

이건성(당고조의 장자)의 태자세마(太子洗馬)가 된 위징은 황제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던 이세민의 축출을 도모한 일이 있었다. 나중에 당태종으로 즉위한 이세민은 자신을 독살하여 제거하려 한 위징의 소신과 용기, 직간할 줄 아는 점을 높이 사 간의대부(諫議大夫, 감사원장)의 요직을 역임하게 한 후 재상으로 중용했다.

이처럼 박정희, 링컨, 당태종 리더십의 공통점은 ‘집사광익(集思廣益)’으로 집약된다.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으면 더 큰 유익함을 얻을 수 있듯이, 정치는 중의(衆意)를 모으는 게임이다.

대통령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CEO 회장이다. 기업인들은 부문별 사장들이며, 관료들은 그를 보좌하는 스태프들이다. 대선을 코앞에 둔 국민은 위기의 대한민국호(號)를 이끌 탁월한 지도자를 갈망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선 선대위를 전면 개편하여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투톱’과 ‘6본부장’ 체제로 선대위를 출범시켰다. 특히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윤석열 선대위에 내 자리 있다면 내놓겠다”며 외연확대를 위한 백의종군(白衣從軍)을 선언해 윤석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집사광익’을 위해 선대위에 새로운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윤 후보는 백의종군을 선언한 홍준표 의원을 ‘오고초려(五顧草廬)’ 해서라도 선대위에 모셔야 한다. 또한 ‘탄핵파’ 중심으로 짜인 선대위를 ‘드림팀’으로 넓히는 포용적인 용인술을 펴야 한다. 그래야 정통 보수의 굳건한 지지를 얻을 수 있고, 그 기반 위에 중도 진보로 외연을 확대할 수 있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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