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취업 제한 풀려···경영 보폭 확대 예상
- 미래 먹거리 배터리, 수소 사업 영향력 기대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최재원 ㈜SK수석부회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10월 말로 취업 제한이 풀리면서 경영 복귀가 점쳐지고 있다. 재계는 최 부회장이 내달 초 SK그룹 정기 인사에서 경영 복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SK그룹은 통상 12월 첫째 주 목요일에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 수석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경우 최태원 회장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최재원 부회장은 故 최종현 SK그룹 2대 회장의 아들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최 부회장은 2014년 SK그룹 계열사 펀드 출자금 465억 원을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가 2016년 7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그러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에 따라 5년간 취업 제한을 적용받았다. 때문에 지주사인 SK㈜와 SK E&S 미등기임원만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취업 제한이 풀리면서 경영 복귀가 가능해졌다.

- SK이노베이션·SK E&S 경영 참여 가능성↑ 

재계는 최 수석부회장이 복귀한다면 SK이노베이션 복귀가 가장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가 SK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초기부터 진두지휘했고 출소 이후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공장, SK이노베이션 헝가리 코마콤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 미국 배터리 공장 기공식 등 전기차 배터리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7월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최태원 회장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전기차 관련 협력을 논의할 때도 동석했다. 또한 최 부회장이 2012년 1월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황에서도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팀장에게 편지를 보낸 사연은 유명하다.

당시 최 부회장은 편지를 통해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의 정유·석유 사업을 대체할 정도로 유망한 사업”이라며 “차에 연료를 채우는 것이 아니고 집이나 사무실에서 자동차를 충전하는 시스템에 리딩 역할을 해내자. 저는 이미 그렇게 마음먹었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SK E&S를 이끌면서 수소 사업을 총괄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된다. 구속 수감되기 전까지 최 수석부회장은 SK E&S 대표이사를 맡았다. 지주회사인 SK(주)가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는 SK E&S는 최 회장의 장남 인근 씨가 전략기획팀으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고 있어 오너 사관학교로도 주목받고 있다.

게다가 SK E&S는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최 수석부회장이 대표를 맡았던 만큼, 사업 이해도가 높다. 더욱이 SK E&S는 SK그룹의 수소 사업을 주도하는 핵심 계열사이기도 하다.

SK그룹이 사촌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최신원 전 회장은 SK네트웍스를, 삼남인 최창원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를 맡고 있다.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은 SK㈜ 대표에 재직 중이다.

또한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분을 증여 받은 것도 최 부회장이다. 최태원 회장은 2018년 말 친척들에게 1조 원에 가까운 ㈜SK 지분을 증여했다. 증여를 받기 전까지 최 부회장은 ㈜SK 지분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았다.

오직 SKC 9만8955주(0.3%), SK네트웍스 19만1661주(0.08%)만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랬던 최 부회장은 4600억 원대에 달하는 ㈜SK 지분 2.34%를 형으로부터 받았다. 최태원 회장이 증여 지분의 절반을 친동생에게 몰아준 셈이다. 이를 두고 공식적인 복귀에 앞서 최 부회장이 선제적으로 자신의 경영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ESG경영 측면에서 부정적 여론 형성되기도  

최 수석부회장의 경영복귀가 재차 주목받으면서 일각에서는 배터리부문과 수소사업 등 미래먹거리 사업을 책임지면서 그룹 내영향력을 확대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최 수석부회장이 보유한 그룹 내 지분은 거의 없고 지주사 지분도 1.52% 정도로 미미해 독자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각에서는 최 수석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경우, 최 회장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최 회장은 ESG 경영의 마지막 퍼즐인 G(지배구조)를 바꾸는 딥체인지(근본적 혁신)를 실행 중이다.

하지만 ESG 측면에서 볼 때 유죄 판결을 받은 이가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청와대 청원게시판는 SK이노베이션의 물적분할 추진과 관련해 “회사의 물적분할로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를 만들고 있다”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최태원을 사임시켜달라”고 촉구했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통해서는 ESG 경영을 실천하는 경영인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이노베이션 주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SK이노베이션의 물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6월 24일 30만2000원이던 주가가 배터리데이 발표 때 이노베이션 김준 대표가 물적분할 가능성을 발표한 뒤로 계속 떨어졌고 8월 20일 현재 23만3000원 까지 내려왔다. (22% 주가 하락)  "며 부당함을 지적한다.

또한 그는 "횡령혐의로 구속되었던 최재원 부회장이 10월 취업제한이 풀린다고 미래의 먹거리 회사인 이노베이션 지주회사의 회장으로 가족끼리 족벌경영체제로 가려고 하는 부도덕한 SK가족 경영진이다"라며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는 대통령님과 정부의 각부처(특히 보건복지부,연기금)에서는 이러한 대주주의 배불리기가 횡포가 더 이상 합법적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조치를 하여 주시기 바란다"며 복귀 반대를 시사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부회장의 경영복귀와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현재는 그룹 주요 행사에 참석하거나 향후 사업 방향 등에 대해 조언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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