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기우 언론인] 대선을 90여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행보가 대조적이다.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송 대표는 권한을 양보하고 삼고초려까지 하며 발로 뛰고 있는 반면,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되기 전부터 이 대표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두 대표의 행보가 확연한 차이점이 발견되는 대목이다. 다만 송 대표와 이 후보 간의 상황은 다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송 대표 때문에 이 후보를 찍을 사람은 거의 없지만, 이 대표를 보고 윤 후보에게 투표할 젊은층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 대표가 없으면 대선에서 패배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11.25. 뉴시스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11.25. 뉴시스

- 차차기? 김종인 영입.대표 흔들기.패싱논란 후보 갈등 폭발
- 차기총리? 송영길 대표 이재명탈바꿈 적극협조 정중동행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행보가 상반된 모습이다. 민주당은 송 대표가 권한을 양보하고 발로 뛰는 모습이지만 이 대표는 잠행하는 등 윤 후보 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쇄신 전권 위임한 송영길, 이재명 알리기 주력 중!

송 대표의 대표적인 행보가 바로 김영희PD 영입이다. 민주당 김영희 신임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정치권에서 많은 제의를 받아왔지만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게 더 크다고 판단해 다 거절해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본부장은 이재명 후보와 손을 잡은 이유에 대해 송 대표의 역할이 정말 컸다휴일 밤에 우리 집 앞에 오셔서 한 시간을 기다리셨다고 한다. 전 몰랐는데 어디 들어가 계시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제가) 얼른 나와서 뵙고 술도 한 잔 하면서 밤늦게까지 잘 마시지도 못하는 폭탄주를 마시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했다그때 마음이 좀 움직였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시다시피 국민의힘 쪽에서도 그 전부터 제안이 있었다. 계속 고민해 보겠다고 말씀드린 상태였다그 이후에도 또 만나고, 송 대표가 지극 정성을 들이는 걸 보고 이쪽으로 와서 제 능력을 다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캠프행을 예고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던 김 본부장이 민주당으로 마음을 돌리는 데는 송 대표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얘기다.

그는 또 전화로 이재명 후보와 통화도 했고, 결정적으로 며칠 전에 두 분과 함께 셋이 만나서 이야기했다고 부연했다. 당대표와 후보자가 합심해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며 시너지를 낸 셈이다.

송 대표가 지난달 21일 이 후보에게 선대위 쇄신 전권을 위임한 일도 이 후보가 슬림 선대위로 재편할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 대표가 민주당의 이재명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인식을 전환시키는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송 대표는 또 당의 공식 대통령후보에 대해 더 공부하고 분석해봐야 국민들을 설득해 갈 수 있다며 릴레이 이재명 바로알기 캠페인을 촉구하는가 하면 이재명에 대해 공부를 해서 이재명이 어떤 사람인가를 주변에 알려달라고 소속 의원들과 당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송영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1.11.15.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송영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1.11.15. 뉴시스

 

투스톤 갈등 최고조, “당대표, 대선후보 부하 X”

반대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측근들만 데리고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방 순회라고 하지만 사실상 선대위 일정 보이콧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이 대표는 부산을 방문해 정의화 전 의장을 만난 데 이어 윤석열 핵심이었던 장제원 의원 사무실을 방문한 뒤 순천을 들렀다가 제주도로 향했다.

이 대표를 만난 국민의힘 순천당협위원장인 천하람 변호사는 “(이 대표는) 이대로 가선 대선에 이길 수 없다는 위기감을 크게 가지고 있다면서 위기감이 해결되지 않는 한 빈손으로 올라갈 생각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선대위 출범 초반부터 당내 갈등이 주목받는 데 대한 우려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잠행 중인 이 대표는 윤석열 후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깔린 발언들을 연일 내놨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합류 무산, 이수정 경기대 교수 영입, 윤석열 후보 일정 사전 비공유, 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의 모욕적 발언 등으로 인해 양측 간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장예찬 전 윤석열 캠프 청년특보는 지금처럼 취중 페북으로 폭탄발언을 하고, 갑자기 칩거하며 부산-순천을 오가는 행보를 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목전에 둔 제1야당 당 대표다운 행동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글에 이 대표는 물론 측근들조차도 반발했고,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 측 한 관계자의 말이다.

최고위에서 이 대표를 흔들기도 했으나 윤 캠프 핵심관계자들이 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일정변경을 요구했다. 여기에 권성동 의원이 이 후보 사무실을 방문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등 이 대표와 윤 후보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들이 이른바 이준석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당직에서 물러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요구했다. 이 대표 패싱은 물론 윤 후보 측 핵심관계자들이 마치 정권교체가 된 것처럼 자리다툼을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대표는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윤 후보를 겨냥해 당 대표는 대선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던 말의 울림이 지금의 윤 후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대선 후보, 또는 대통령이 당을 수직적 질서로 관리하는 모습이 관례였다면 그것을 깨는 것부터가 신선함의 시작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언론과 익명 인터뷰로 자신에게 비판했던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모두 아시겠지만 여러 명이라며 익명으로 장난치고 후보의 권위를 빌어 호가호위하고 있다. 저는 실패한 대선 후보, 실패한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조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윤 후보에 대해서는 저에게 상의를 요청하거나 의견을 물어본 바가 없다. 결정 사항을 들고 설득하려는 시도만 있었던 것 같다이수정 교수 영입처럼 결론을 정한 상황에서 통보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여러 여론조사도 들썩였다. 윤 후보와 이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줄어드는 추이를 보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불화에 대한 우려가 심상치 않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윤 후보가 나서서 이 대표를 설득해야 한다는 여론과 이 대표가 윤 후보와 기싸움을 그만두고 당무에 복귀해야 한다는 여론이 충돌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요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 후보 측이 이 대표를 끌어안아야 한다며 선대위 변화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이 대표가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없으면 MZ표심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이 대표 입장에서 나름의 충정으로 윤 후보 주변의 측근 그룹을 쳐내야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게 국민의힘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 '비상대책위원장-김종인'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1.11.15.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 '비상대책위원장-김종인'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1.11.15. 뉴시스

MZ세대 표심 때문에 송-이 몸값 다르다

이처럼 송 대표와 이 대표의 상반된 행보에 대해 정치권 한 인사는 이렇게 평가했다. “송 대표 때문에 이 후보를 찍을 사람은 없지만 이 대표를 보고 윤 후보에게 투표할 사람은 어느 정도 있다. 특히 MZ세대를 잡으려면 이 대표가 꼭 있어야 한다. 결국 이준석과 송영길의 몸값이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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