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육사 출신·항공우주전문가 타이틀로 이목…임명 직후 ‘혼외자 논란’
사생활 논란으로 자진사퇴…‘가짜뉴스’ 주장했던 여당 태도 지적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오른쪽).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오른쪽).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됐던 영입인재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가 사생활 논란에 휩싸이며 영입 사흘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더불어민주당이 ‘1호 영입 인사’로 발탁한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가 혼외자 출산 등 사생활 논란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조 교수가 입장을 고수하자 민주당 측은 결국 사퇴를 수용했다. 

조 교수는 지난달 30일 30대 워킹맘이자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항공우주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민주당의 ‘1호 영입인재’로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을 맡으며 화제를 모았다. 육사 졸업 후 이라크 자이툰사단, 한미연합사령부, 외교부 정책기획관실, 육군본부 정책실 등에서 17년간 복무한 이력과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공공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예일대학교 월드펠로우, 메릴랜드대학교 컬리지 파크 국제개발 및 분쟁관리센터 방문학자로 활동했던 화려한 스펙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임명 직후 조 교수와 관련해 사생활 의혹이 불거졌다. 강용석 변호사가 유튜브 채널에서 조 교수가 결혼생활 도중 혼외자를 낳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이어 언론에서도 관련 의혹 제기가 이어지며 상황은 악화됐다.

논란이 커지자 조 교수는 지난 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관련 의혹에 대해 입을 열였다. 그는 “개인적인 사생활로 인해서 많은 분들께서 불편함을 느끼셨을 것”이라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기울어진 결혼 생활을 시작했고 양쪽 다 상처만 남은 채로 결혼생활이 깨졌다”며 사실상 의혹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자녀들의 신상이 노출되자 조 교수는 자진사퇴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이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제가 짊어지고 갈 테니 죄없는 가족들은 그만 힘들게 해달라.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힘든 시간들이었다”며 “그간 진심으로 감사했고 죄송하다. 안녕히 계시라”고 해 사퇴를 시사했다. 조 교수가 사퇴를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연락이 두절되자 민주당 측이 경찰에 신고까지 하면서 한때 ‘실종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음날인 지난 3일 조 교수의 사퇴 입장을 전달받고도 결정을 유보하던 민주당은 조 교수의 확고한 의사에 따라 사퇴 수용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 위원장이 자녀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결정을 한 것이라 의사를 존중해 사임을 수용한 것”이라며 “후보나 대표 모두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한편, 조 교수의 사퇴 이후에도 사태의 파장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측은 조 교수의 사생활 의혹을 폭로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조 교수의 사퇴를 두고 정치권에서의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조 교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너무나 인권 침해적”이라고 했다. 또 “조동연 교수가 뭘 잘못한 것인지, 무엇에 사과해야 하는지 조금도 이해할 수 없다”며 “부당한 공격을 단호히 막아서도 모자랄 판에 ‘국민 정서’를 운운하며 부화뇌동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라고 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혼외자가 있는 사람은 정치하면 안 되느냐”며 프랑스 정치인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의혹이 제기된 초기에 민주당이 보였던 태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조 교수의 혼외자 의혹이 터져나온 직후 그를 감싸기에 급급해 의혹 제기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몰아세웠던 여권 인사의 언행 탓이다.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허위 사실이라고 단언했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안 의원의 발언도 역풍을 맞게 됐다. 차승훈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상근부대변인은 이에 대해 “국민들의 검증 요구에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보다 법적 대응을 운운하면서 국민들을 겁박하는 데 급급했다”며 “그동안 가짜뉴스로 몰아세우며 국민들을 윽박지르는 집권여당의 대선 후보 선대위 주요 관계자들의 이러한 행태를 국민들은 뭐라고 생각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거짓말은 도덕성에 치명적인 요소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여론을 호도할 수 있고 많은 사람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워킹맘’,‘항공우주전문가’ 등의 타이틀이 붙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민주당의 ‘1호 영입인재’가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면서, 당 역시 인사 검증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여기에 조 교수를 보호하기 위해 의혹 제기를 가짜뉴스로 매도했던 행동까지 겹치면서, 민주당 선대위 지도부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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