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다방(好事多妨)’, ‘좋은 일에는 방해가 많이 따른다’고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민의힘 대선 선대위가 지난 6일 본격 출범했다. 지각 출범이다. 11월 5일 대선후보로 윤석열이 선출된 지 꼭 한 달만이다. 한 달 동안 얻은 것은 윤석열의 정치력과 포용력이요, 잃은 것은 당과 후보 지지율이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윤석역의 지지율이 한 달 사이 10% 포인트 이상 빠졌다. 그 원인은 윤 후보 본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한 달간 몽니와 그 문하생인 이준석 대표의 가출에 따른 것이다.

선대위 구성은 윤석열 입장에서는 총괄선대위원장 자리에 삼고초려를 해서라고 홍준표를 추대하는 게 상책이었고,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비워놓고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체제로 가는 것이 중책이었고, 김종인과 이준석을 포용하는 것이 하책이었다.

그러나 윤석열은 하책을 선택하여 3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는 정치적 승부수를 띄워 관철시켰다. 김종인은 ‘전격 합류’했고, 이준석은 ‘빈손 귀가’했으며, 홍준표는 ‘마음 편한 백의종군’의 길을 각각 선택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10월30일~11월2일) 결과 이재명과 윤석열은 4자(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가상대결에서 각각 36%를 얻었다. 2주전 윤석열 우세에서 백중세로 바뀐 것이다. 정당 지지도는 역전되어 민주당 35%, 국민의힘 34%, 무당층 21%로 집계됐다. 특히 이재명의 대구·경북(TK) 지지율은 28%포인트로 2주 만에 19%포인트 급등했다. 역대 대선에서 좌파 후보들이 20%포인트 고개를 넘지 못한 지역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비상이 걸렸다.

당장 눈앞의 과제는 최근 내부 갈등(권력투쟁) 속에 잃어버린 윤석열 지지율과 국민의힘 지지율을 어떻게 회복하느냐이다. 만약 한 달 이내에 윤 후보 지지율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지 않고 역전 된다든지 박빙으로 갈 경우 선대위 재개편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

‘독임성란(獨任成亂)’, ‘한 사람에게 권력을 맡기면 난이 이루어지는 법’이다. 과거 박근혜-문재인 대선 경험에 비춰볼 때 김종인 체제가 언제든지 파열음을 일으킬 개연성이 있어 자중지란(自中之亂)이 우려된다.

김종인 체제는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탄핵은 정당했다는 인식, 안철수를 무시하는 전략, 홍준표와의 적대적 관계가 그것이다. 따라서 윤석열은 이러한 문제점을 장외에서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별동부대)을 세워야 한다. 또한 선대위에 중도좌파 인물이 많이 참여해 우파정당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체제수호와 국가대개조에 대한 믿음을 줘야한다.

윤석열은 김종인 체제에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주면 표의 확장성을 꾀할 수 없다. 국민은 윤석열의 ‘윤석열 다움’을 보고 표를 주지 김종인­이준석을 보고 표를 주는 것은 아니다.

정통우파가 윤석열을 대선판에 소환한 것은 그가 탄핵과 적폐청산 과정에 무리한 수사를 한 업보(業報)가 있지만, 역대 어떤 검찰총장도 해내지 못한 정치권력과 맞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해 정권교체의 적임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탄핵 적폐몰이 업보’라는 과(過)보다 ‘정의 수호’라는 공(功)이 더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대선전략은 여기에 중점을 둬야 한다.

여론조사에 나타나지 않는 함정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안철수와의 연대는 일차적인 목표고, 자유우파 후보들과의 연대도 중요하다. 또한 ‘이재명-심상정 공동정부’ 기도에 대한 대책도 세워둬야 한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군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기타”로 정형화 되어 있다. ‘기타 후보’로 쏠리는 표들이 좌파 표보다는 우파 표가 많을 수 있다는 점도 선거전략에 반영 되어야 한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2일 윤석열 후보와 만나 “아직 시간이 많으니 선대위 구성을 새롭게 다시 해보라고 조언만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홍 의원의 조언이 선대위 출범에 큰 동력이 되었지만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체제를 염두에 두진 않았을 것이다.

향후 윤석열의 남은 과제는 선대위와 홍준표 등 대선주자들을 조화시켜 ‘용광로 원팀’을 만드는 일이다. 나아가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유지론에 비해 15%포인트 가량 높은데도 이를 윤 후보의 지지율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문제점을 찾아 해결해야 된다.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뤄야 할 국민에 대한 의무가 있다”고 한 윤 후보의 분발을 기대한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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