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만에 또 해외로...위기감에 직접 나섰다
- 3개 부문장 전원 교체...미국 출장에서 위기감 느껴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또 다시 해외 출장에 나섰다. 지난 11월23일 미국 출장 이후 13일 만이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행보는 그동안 단절된 인맥 복원과 신사업 모색 등 뉴 삼성을 만들기 위함으로 알려진다. 7일 단행된 삼성 인사에서도 이 부회장이 경영에 고삐를 바짝 쥔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 부회장은 6일 밤 10시께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윽고 전세기편으로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공항 출국장에서 "출장 목적이 어떻게 되느냐", "중동에서 집중해서 볼 사업 분야는 무엇이냐", "어떤 사업 파트너를 만나느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 "잘 다녀오겠다. 목요일(9일)에 돌아온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 해외 네트워크 복원·신사업 모색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UAE 고위층을 만나는 등  그동안 단절된 중동 지역 네트워크를 복원하고 신사업 기회 등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도 이 부회장은 2019년 2월 UAE를 방문해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회동하며 정보통신, 5G 등 미래 사업 분야에 대한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곧이어 한국을 찾은 빈 자이드 왕세제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으로 초청해 5G 통신을 시연하고 첨단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공장을 소개했다.

이 부회장은 UAE 일정이 끝나는데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는 지난달 2일 삼성물산 건설 부문이 사우디 투자부(MISA)와 포괄적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사우디의 국가혁신 전략에 맞춰 에너지·도시·인프라 개발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는데, 이번 출장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오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해외 출장에 나서 신정장 동력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전하며 "이달 말부터 내년 초까지 2주간 서울중앙지법이 겨울철 휴정기라 이 부회장은 이 기간에 또다시 해외 출장길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현재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 관련 재판을 매주 목요일을 참석하고 있는데 이번 주에는 재판부 사정으로 월요일에 열리게 됐다. 이에 다음 공판 기일(16일)까지 열흘의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해외 출장에 나서게 됐다.

- 변화를 위한 과감한 세대교체

이처럼 이 부회장이 해외 행보에 숨 가쁘게 움직이는 것은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대표이사 3명을 전면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한 것도 이러한 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한 수라는 것. 삼성전자는 7일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애초 업계에서는 올해 사장단 인사는 큰 개편없이 대부분 유임되면서 안정을 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에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버라이즌, 모더나 등 글로벌 파트너사와 만나 협력을 논의한 후 성과보다는 위기감을 더욱 강조하면서 전면적으로 조직 구성이 다시 재편됐다.

중동 지역 출장길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뉴시스]
중동 지역 출장길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뉴시스]

당시 이 부회장은 "투자도 투자지만 현장의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게 되니 마음이 무겁다"며 위기론을 꺼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3개 부문 수장이 이번에 모두 교체됐다. 김기남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의 역대 최대 실적과 글로벌 1위 도약 등 삼성전자의 고도 성장에 크게 기여한 공을 고려해 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종합기술원 회장으로서 미래기술 개발과 후진양성에 이바지하도록 했다.

후임 DS부문장으로는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임명됐다. 경 사장은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삼성전자에서 DRAM 설계, Flash개발실장, 솔루션개발실장 등을 역임하며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경 사장이 DS부문장으로서 반도체 사업의 기술 리더십을 발휘하며 부품 사업 전반의 혁신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했다.

CE부문과 IM부문은 통합됐다. 한종희 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 부회장 승진과 함께 SET부문장을 맡아 두 사업 전체를 이끈다. 한 부회장은 TV 개발 전문가 출신으로, 2017년 11월부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아 TV 사업 15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등 뛰어난 리더십과 경영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 부회장이 SET 사업 전체를 리딩하는 수장을 맡아 사업부 간 시너지를 극대화함은 물론, 전사 차원의 신사업·신기술 등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해 SET 사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함은 물론, 미래준비에 집중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초일류 100년 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기존 인사안이 주말에 전면 수정됐을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다"면서 "이번 사장단 인사는 그만큼 '뉴 삼성'을 향한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사법리스크가 이 부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현재 이 부회장은 가석방 출소 상태로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혐의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코로나19와 의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해외 입국자는 10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지만, 이 부회장은 '임원급 등 기업의 필수 인력'에 해당해 자가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다. 

[박스] 이재용 부회장식 ‘영업본색’ 화제

[일요서울] 이재용 부회장의 영업본색이 최근 진행되는 재판과정에서 알려져 주목받기도 한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1심 속행공판에서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골드만삭스 고위 경영진과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이 공개됐다. 이메일에서 이 부회장은 “왜 골드만삭스에서는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나요? 보안 때문인가요?”라고 물은 뒤 “알겠습니다. 제가 기술진과 다시 방문해 애로 사항을 해결하겠습니다”라고 언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들은 업무 기밀이 유출될 수도 있기 때문에 보안을 이유로 기술부서의 특별 인증을 받은 아이폰과 블랙베리만 사용해 왔다. 이에 이 부회장이 골드만삭스와의 미팅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직접 삼성폰 영업에 나선 것이다.

실제 삼성 엔지니어와 함께 뉴욕 본사를 찾아가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그 결과 골드만삭스 기술부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특별인증을 내줬다고 한다. 이후 골드만삭스 임직원들은 애플과 블랙베리 대신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업무용 전화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도 이 부회장에게 타사 이동통신단말기를 들고 인터뷰를 진행한 취재진에게 자사 휴대폰을 건네 준 일화도 있었다.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이 부회장에 대한 인지는 물론 제품 판매 매출에도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알려진다.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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