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교사, ‘교육 외 업무까지 과중’…민원 제기 및 전국 교원 서명 돌입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등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지난 2일 서울교육청 앞에서 2차 총파업 대회를 열고 학교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집단임금교섭 승리를 외쳤다. [학비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등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지난 2일 서울교육청 앞에서 2차 총파업 대회를 열고 학교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집단임금교섭 승리를 외쳤다. [학비노조]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일선 교사들의 항의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각 시도 교육청 및 교원 단체 등으로 민원도 이어지고 있다. 발단은 지난 10월 급식조리 및 방과 후 돌봄 담당자 등 학교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총파업에 참가하면서다. 교원들이 돌봄 현장 대타로 나서면서 교육 기본 업무 외 돌봄 등 부가적인 업무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교총을 중심으로 교육계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을 위한 전국 교원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지난 8월 교육부의 결정으로 2학기부터 전국 유치원을 비롯한 초·중·고 각 급 학교들에 대한 단계적 전면 등교가 시행됐다. 이런 가운데 초등돌봄전담사 및 급식조리사 등의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이 전국 규모의 총파업에 나서면서 일선 교사들이 그 공백 채우기에 나섰다.

10만 명 빠진 공백 매우는 일선 교사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10만 명이 넘는 인력의 공백을 채우기는 역부족. 교사들의 항의와 민원은 각 시도 교육청 및 교원 단체 등으로 쏟아졌고, 급기야 교총이 앞장서서 ‘교육 여건 조성을 위한’ 교원들의 청원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17개 각 시도 교총을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는 돌봄‧급식 등 파업 대란 방지와 교원 잡무 경감 등을 위해 지난 2일부터 전국교원 입법 청원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교원 및 예비교사 등을 대상으로 이달 17일까지 전개한다.

어린 학생들이 많은 초등학교에서 돌봄전담사와 급식조리사의 파업 참여는 교육 현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크다. 이에 교원들이 파업 대란을 우려해 노동법 등 3법 개정 등을 위한 청원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이창환 기자]
어린 학생들이 많은 초등학교에서 돌봄전담사와 급식조리사의 파업 참여는 교육 현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크다. 이에 교원들이 파업 대란을 우려해 노동법 등 3법 개정 등을 위한 청원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이창환 기자]

6일 교총 대변인은 일요서울에 “돌봄과 급식 파업은 학생과 학부모를 볼모로 한 파업으로 학교와 가정이 혼란과 피해를 겪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공백을 일선 교사들이 채우고자 나서도 한계가 있고 교사들 역시 업무 과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서명 운동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학교와 교원들이 본연의 업무인 교육 외 돌봄 등에도 나서면서 교육활동에 차질을 빗게 됐고 오히려 노무 갈등과 파업은 지속되는 상황이 나타났다”며 “일선 교사들의 민원이 교총으로도 이어지고 있어 이번 서명 운동을 전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일요서울 취재 결과, 교총은 돌봄이나 급식조리 인력의 파업을 무조건 철회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돌봄과 교육을 나누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총은 돌봄을 위해서는 보건복지부가 주민 복지 차원에서 직접 관할하고, 지자체가 운영주체가 되는 체계마련을 주장했다. 

돌봄 등의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교총은 “돌봄 교실의 지자체 직영, 돌봄 인력 고용승계 및 돌봄 예산 확충 등을 담은 ‘온종일 돌봄특별법’ 제정안을 국회가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10월20일 학비노조의 전국 총파업을 앞둔 기자회견 모습. [일요서울DB]
10월20일 학비노조의 전국 총파업을 앞둔 기자회견 모습. [일요서울DB]

파업 피해자는 학생과 학부모

앞서 학비노조는 지난 8월 ‘죽음의 급식실! 노동환경 개선, 노동강도 완화!’를 제목으로 기자회견를 열고 ‘학교현장 노동자의 고통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했다. 아울러 각종 직업성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경 개선과 급식실의 고강도 노동 및 직업성암 발병 문제에 대한 폭로에 나섰다. 아울러 인력충원과 직업암 전수조사 등을 포함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교육부 등을 상대로 불성실한 교섭이라며 지난 10월20일 4만 명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파업 집회를 열었다. 이어 11월부터 지속 2차 총파업을 이어오며 일선 학교의 돌봄이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 놓이게 됐다. 

일선 학교 교원들의 추가적인 업무에 이어 어린 학생들과 학부모들까지 피해를 입게 되면서 반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 다만 교총은 단순히 파업을 반대하기보다 교육부 등 정부의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교총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이런 상황에서 피해 최소화를 위해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고 필수 최소 인력을 보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파업에 따른 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 등의 피해를 경감하기 위해서는 모든 학교 내 사업장의 최소한 경영 보장을 위한 대체 근로제도 등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교시간 어린 학생들을 마중 나온 학부모들이 교문 앞에 모여있다. [이창환 기자]
하교시간 어린 학생들을 마중 나온 학부모들이 교문 앞에 모여있다. [이창환 기자]

학교의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必

현재 철도와 전기, 은행 및 의료 분야 등은 노동조합법 상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되어 소속 노동자들의 총파업 등 비상시에도 필수최소인력의 가동이 가능하도록 보장돼 있다. 

이와 관련 교총은 “10만 명이 넘는 공무직 및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의 원인과 해결책 마련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며 “피해를 입는 곳은 단지 교사와 학교 뿐 아니다. 학생들과 학부모 등 가정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회와 정부가 교원들의 불필요한 업무 삭제 등 교원업무총량제 도입 및 행정업무 표준화‧전문화‧정보화 시스템 마련 등 체계적인 잡무 경감을 위한 별도 법률이 필요하다”며 “‘학교행정업무개선촉진법’ 등의 제정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지난 6월 교총의 전국 교원 2889명에 대한 설문 결과, 91% 교원이 행정업무가 ‘과도하다’며 행정업무 가중의 원인으로 행정인력 부족, 돌봄 등 비본질적 업무 전가를 꼽았다. 실제 교사들은 CCTV 관리 및 몰카 탐지, 미세먼지 및 정수기 관리, 계약직원 채용‧관리, 교과서‧우유급식 주문‧정산 등을 일상적으로 해오고 있다.

학교에 대한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위한 노동조합법 개정, 교원 잡무 경감 위한 학교행정업무개선촉진법 제정, 돌봄 운영 지자체 이관 등을 포함한 온종일돌봄특별법 제정 등이 교총의 세 가지 요구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교총이 제기한 ‘청원 3법’은 교원이 학생 교육에 전념할 여건을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입법과제”라며 “국회와 정부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법률 제‧개정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지난 8월 돌봄 노동자 등 학비노조 관계자들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법안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요서울DB]
지난 8월 돌봄 노동자 등 학비노조 관계자들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법안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요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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