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한 일터 만들겠다는 약속 여전히 안 지켜져...비정규직 죽음 계속
- 김용균母 "한 사람의 죽음에 450만 원 벌금 내면 끝, 가해자들 엄벌" 촉구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오는 12월10일은 청년비정규직 김용균 노동자가 사망한 지 3년이 된다. 고 김용균씨의 죽음은 안전하지 않은 일터,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문제를 사회에 드러내는 일이었고 더 이상은 이와 같은 죽음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가 외부에 나오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3년이 다되어가는 현 시점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 故 김용균 노동자 3주기 추모

8일 대법원 앞에서는 한국서부발전 원하청 사업주 엄중 처벌촉구 기자회견이 열리는 등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 일요서울도 찾아가 봤다.  

추모식에 참석한 이들은 대법원 정문에 '법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십시요', '누구에거나 공정한 판결하라.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고 싶다', '우리모두가 김용균 이다'이라는 글귀를 적어 붙였고 한 참가자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라는 조끼를 입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고 김용균씨의 모친 김미숙 씨는 "아들 사고 이후 너무 어이 없는 죽음이 발생하고 있음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며 "전쟁도 안 벌어진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라며 말을 이었다. 

그는 "용균이 재판이 시작되고 회사측이 합의할 때 했던 반성의 말은 간데 없다"라며 "처음에는 원하청법인에 사업주까지 기소돼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피고인들이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했던 진술을 다 뒤집고 있다"라며 "노동자들이 개선해달라고 하지 않아 위험한지 몰랐다고 한다. 결국 용균이가 잘못해서 죽었다는 주장을 회사가 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김미숙씨는 "용균이 사고 이후 시설개선한다고 수십억을 썻다고 했다. 그들 말대로라면 안고쳐도 안전한데 왜 고쳤냐"라며 "관련자들을 엄벌해 줄 것을 촉구했다. 

고 김용균씨의 모친 김미숙씨
고 김용균씨의 모친 김미숙씨

고 김용균씨의 재판을 맡고 있는 김덕현 변호사는 본지에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에 책임이 있다고 하고 하청업체는 원청업체에 책임이 있다고 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원청도 하청도 책임이 (분명) 있다"라며 "사망 원인이 원하청의 안전조치 미비(이기 때문이다)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건은 설비상의 위험을 예방할 법적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원하청 피고인들, 2인 1조 작읍을 명시해놓고도 정작 이윤을 이유로 그 기준을 지키지 않은 원하청 피고들인에게 책음을 묻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건이다"라며 "법원이 명확한 판단을 해 피고인들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내려 달라"고 했다. 

앞서 2018년 12월 11일 새벽 3시 故김용균(당시 24세) 씨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석탄 운송 설비를 점검하다 벨트에 끼여 사망했다. 이 사고로 당시 국회에 계류 중이던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했고, 여기엔 도급 제한과 도급인 산재 예방 조치 의무 확대, 안전조치 위반 사업주 처벌 강화 등이 담겼다.

- 안전 일터 조성에 노사정부 나서야

노동계와 정치권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규탄하며 노동 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9월말 산업재해발생현황을 보면 지난 1월부터 9월에만 1635명, 하루 평균 6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3~2017년 산재 상해ㆍ사망사건의 형량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자연인 피고인 2932명 중 징역 금 금고형은 86명(2.93%)에 불과했다.

대부분 집행유예 981명(33.46%)나 벌금형 1679명(57.26%)에 그쳤다. 징역 및 금고형의 경우 '6개월 이상 1년 미만' 비중이 높았고 벌금 평균 금액은 자연인 420만 원, 법인 448만 원이었다. 

정부는 산재 사망률을 절반으로 줄이겠다했지만 현실은 제자리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중대재해 대부분이 발생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이 빠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업계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반드시 엄한 처벌이 뒤따른다는 것을 보여줘여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권한과 책임에 대해 분명하고 엄청하게 처벌이 내려져야 그 권한과 책임이 더욱 분명해 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민노총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열악한 사업장 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일하다 죽지 않는 평등한 일터 조성에 노사와 정부, 정치권이 모두 나설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김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오는 22일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한국서부발전(태안화력) 관계자 등 피고인 14명에 대한 검찰 구형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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