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았다. 윤석열 후보 입장에서는 선대위 구성관련 갈등으로 이재명 후보와 지지율이 좁혀지자 자존심 다 버리고 이준석, 홍준표에 이어 김종인 위원장까지 고개를 숙였다. 결국 김 위원장은 본인이 원하는 대로 원톱이 됐다.

김 위원장은 일성은 정권교체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내가 보기에 이번 선거는 정권을 교체해야겠다는 열망이 높기 때문에 후보를 비롯해서 선거대책위원회가 별다른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정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민심을 어떻게 하면 우리가 굳혀서 내년 선거에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정책개발 부서에서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현재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지사간 지지율을 보면 박빙의 대결을 보이고 있는 조사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5~7%차이를 보이고 있다. 높은 정권교체 지수에 비하면 10%p이상 이겨야 정상인데 아직은 자만하기에 이르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단일화 없이 승리한 전력을 상기시키면서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는 고려치 않고 있다. 오히려 안철수 후보에게 후보직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 출현해 본인이 정권교체를 위해서 뭐든지 하겠다고 얘기를 했기 때문에 정권교체를 위한 길을 택해 주시지 않겠나 생각한다“(대선) 포기는 본인의 결단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윤 후보가 단일화 후보가 될 수 있도록 해 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후보직을 내려놓고 정권교체의 길에 백의종군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안 후보의 입장은 단호하다. 단일화 없이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계획이다. 안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3~5%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내년 대선이 김 위원자의 참모들에게 굳히기 전략을 주문에 가장 근접한 것이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일 수 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내년 대선에서 어차피 10%p 이상 차로 이길 것이기에 야권단일화는 불필요하다는 모순적인 주문을 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론 조사상이지만 한 표가 아까운 상황에서 안 후보의 중도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예를 든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과 단일화 과정을 거쳤지만 대선은 다르다. 일단 안철수 후보의 완주 의지가 강하다. 또한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점도 단일화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여당 후보다. 임기말이지만 현직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이다. 지지율도 40%대로 역대급이다. 169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지방선거까지 싹쓸이하다시피해 조직에 있어서 슈퍼정당이다.

단순히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높다고 해도 냉소주의가 팽배하고 우군으로 여기는 2030세대가 투표장에 안 나갈 경우 현재의 자만은 독이 될 수 있다. 선거는 표 싸움이다. 한 표라도 이기면 이기는 것이다. 5%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표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만 맡았지 대선 지휘한 적은 없다. 다만 2017년 대선에서 일주일만에 포기했지만 출마를 한 적은 있다. 적은 갈라치기하고 아군은 결집시켜야 한다. 그래야 김 위원장의 주문한 것처럼 굳히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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