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인터뷰이는 논리가 맞지 않는 얘기를 늘어놓는 사람”

이상석 서울경제TV 대표 (발행인 및 편집인)
이상석 서울경제TV 대표 (발행인 및 편집인)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미래 전망이 밝은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 일요서울은 언론인을 꿈꾸는 10·20대 청소년들의 멘토로 이상석 서울경제TV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도록 노력한다.”,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항상 겸손하게 대한다.”, “순리대로 산다.”

이상석 서울경제TV 대표는 이 세 가지를 항상 되뇌며 살고 있다. 서당 훈장을 하셨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아버지의 가르침에서 큰 감화를 받아 이 좌우명들을 가슴에 새기게 됐다는 것.

그래서일까? 이 대표는 언론인으로서 출중한 능력을 인정받으며 주변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음에도 겸손이 몸에 배어 있다. 또한 항상 원칙을 중요시하면서도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배려하는 삶을 살아가는 그는 성공한 언론인으로서 오늘도 호기심 가득한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 평기자로 시작해 서울경제TV 대표가 되기까지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저는 우리나라의 양대 영어신문인 코리아타임스와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와 편집국장, 한국일보(우리말 신문) 기자, 인터넷 매체(한국아이닷컴)에 이어 방송사까지 두루 섭렵한 이색적인 경력의 언론인이라고 자부합니다.

1980년 2월에 코리아헤럴드에 입사. 사회부 기자로 법조, 보건사회부(보건복지부), 국방부 등을 출입했고, 1987년 8월 성곡언론재단 펠로우로 선정돼 뉴욕 컬럼비아신문대학원 연수를 통해 CAIR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1988년 한국일보로 전직, 외신부(국제부) 기자로 1989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 지역에 파견돼 당시 소련(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현지 취재로 백상대상 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1994부터 1997년까지 워싱턴특파원을 거쳐 1998년 국제부장이 됐고, 2001년부터 2007년까지는 코리아타임스 편집국장과 상무이사 등을 역임했습니다. 2011년부터 한국일보 대표이사와 부회장(HMG 대표이사 겸임)을 역임하고, 2017년 8월부터 SEN(서울경제TV)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이상석 서울경제TV 대표 (발행인 및 편집인)
이상석 서울경제TV 대표 (발행인 및 편집인)

- 요즘 대표님은 하루 일과를 어떻게 보내시나요.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거의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고 있어요. 새벽 4시50분에 기상해서 5시20분 지하철로 출근하면 7시30분쯤 사무실에 도착합니다. 도착한 즉시 일정 확인 후 미국에 계신 장재민 미주 한국일보 회장에게 한국 상황 등을 보고하고 간부들에게 비대면으로 업무지시를 합니다.

점심은 가능하면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먹거나 인근 식당에서 일찍 먹습니다. 코로나 감염이 우려돼 다중 공간은 회피하고 있어요.

오후 3~4시경 지하철로 퇴근하면서 이동 근무를 시작하는데, 저는 사실 24시간 근무체제를 지향하고 있어요. 기자는 언제 어디서나 근무 태세를 갖춘 상태에서 항상 소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항상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항상 일에 치여 살자는 얘기는 아니에요. 현재 저는 주 4일 근무제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모든 직원이 자율적이고 탄력적으로 근무시간을 운용하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저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퇴근길에 동네 스포츠센터에서 운동한 후 6~7시에 귀가해서 10시 이전에 취침하는 편입니다.

- 기자 활동 시절에 인터뷰를 많이 하셨을 텐데, 최악의 인터뷰이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그리고 당시 대표님은 어떻게 대응하셨나요.

▲최악의 인터뷰 대상은 논리가 맞지 않는 얘기를 늘어놓는 사람들과 언론을 이용해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들이에요. 저는 인터뷰이가 누구든 절대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대응합니다. 미국 대학의 저널리즘 강의 시간 첫머리에 듣는 말이 “If your mom says she loves you, check it out (don't believe her)”이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외교부 재직 시 ‘미꾸라지(slippery eel)’로 소문날 정도로 언론의 예봉을 잘 피해 간 인물이에요. 행간을 읽는 능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는 거죠.

- 언론은 특정 대상을 대변하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지만, 도구 또는 무기로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언론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신문은 누구도 이용할 수 있으나, 아무도 이용할 수 없다.” 이 말은 한국일보 창간인 백상 장기영 씨의 어록입니다. 참된 언론인의 자세는 정직과 용기라는 가치관에 뿌리를 두어야 해요.

언론인들은 어떤 어려움이나 위기 상황에서도 이와 같은 가치관을 바탕으로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는 저널리즘, 즉 public service journalism을 지향해야 합니다. 나아가 단순한 사실의 전달 기능을 넘어 사안의 전체를 관통하는 지혜까지 제공하는 지식 저널리즘(wisdom journalism)을 실천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상석 서울경제TV 대표 (발행인 및 편집인)
이상석 서울경제TV 대표 (발행인 및 편집인)

- 언론인을 지망하는 청소년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학창시절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다독, 다작하는 습관을 키워야 해요. 이 외에 비판적인 사고와 창조적이고 개방적인 마인드, 그리고 글로벌한 시각을 갖기 위한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와 국외의 대표적 매체를 한 가지씩만이라도 매일 체크하는 습관을 기르면 글쓰기에도 도움이 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최근 허위조작 정보의 범람과 언론의 신뢰도 하락으로 저널리즘이 위기를 맞고 있는데, 언론이 신뢰를 회복할 방안은 무엇일까요.

▲현대는 IT 기술의 발달로 fake news가 창궐하는 위험한 시대입니다.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구분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죠. 국민 모두 초등학교 때부터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능력을 필수과목으로 수업하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언론인들은 좀 더 높은 도덕성과 사명감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현역 언론인들의 재교육 과정도 절실한 실정이에요. 윤리뿐만 아니라 전문분야에 대한 심층 교육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요즘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많이 대체하고 있습니다. 향후 언론계도 그럴까요.

▲이미 방송계에는 AI 아나운서가 등장한 상황이고 일부 선진국에는 기자들을 대신해 기사를 작성하는 AI 로봇이 있습니다. IT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터넷이 사람을 대체하리라는 전망은 40여 년 전 나의 기자 초년병 시절에도 있었어요. 그렇게 빨리, 모든 것을 기술이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기계와 인간 간의 협업은 끊임없이 진화할 것이라고 봅니다.

- 언론인에 대한 전망은 어떠할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또한 언론인이 앞으로 유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언론계, 특히 신문업계의 침체는 세계적인 현상이에요. Dying industry인 셈이죠. 언론 종사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기레기” 소리까지 듣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민주사회의 발전에 자유언론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예요. 더구나 가짜 뉴스 시대에 참 언론의 존재 이유는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NYT, WP, 영국의 Independent 등 권위지들의 영향력이 여전함이 이를 증명하고 있죠. 언론인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기술의 진화에 적응하는 열린 자세와 최고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윤리의식으로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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