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할납부 방식 채택…배당 확대, 지분 매각 택할 듯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삼성 오너 일가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최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생명 주식 약 346만 주를 처분했다. 앞서 언니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보유한 삼성 계열사 주식 일부를 매각하고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았다. 고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 전 관장과 아들 이재용 부회장도 주식 공탁을 통해 상속세 마련에 나서고 있다. 재계는 삼성 오너 일가가 배당 확대와 지분 일부 매각, 계열 분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상속세 재원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 일가가 납입해야 할 상속세는 12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주식·부동산·미술품 등 약 26조 원의 유산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가운데 계열사 주식 지분 가치만 약 19조 원에 달한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4,151만9180주,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 삼성SDS 9701주, 삼성물산 542만5733주 등의 주식을 유산으로 남겼다. 금액으로 환산해보면 홍 전 관장은 약 7조 원, 이 부회장은 약 6조4000억 원, 이부진 사장 5조8000억 원, 이서현 이사장은 5조2400억 원 가량을 상속했다.

국내 기업인 가운데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 수 8조4000억 원을 크게 웃돌 뿐 아니라 지난해 상반기 4조1000억 원과 비교할 때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삼성 일가는 지난 4월 용산세무서에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5년간 6차례에 걸쳐 1조8000억 원씩 연부연납(분할납부) 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일가는 이 기간 동안 주식 담보대출이나 배당소득 또는 주식 매각 등의 방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진다.

- 대량매매(블록딜)로 재원 마련

이미 고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유족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계열사 주식을 매각하고 있다. 홍 전 관장은 지난 10월 삼성전자 주식 1,994만1860주를 매각하기 위해 KB국민은행과 주식 매각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처분 주식 가치를 처분 시점 종가 기준(7만1500원)으로 환산하면 1조4258억 원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같은 날 삼성 SDS 주식 150만9430주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생명 주식 345만9940주와 삼성SDS 주식 140만9430 주식 처분신탁 하기도 계약했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달 2일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대출도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 10월27일 현대차증권으로부터 삼성전자 주식 253만2000주를 담보로 1000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주식의 0.04%로, 대출 당일 종가 7만100원 기준 1774억9320만 원 규모다. 이자율은 4.00%, 담보 설정 기간은 내년 1월 24일까지다.

이서현 이사장은 지난 3일 삼성생명 주식처분 신탁을 담당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 삼성생명 지분 1.73%를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이 이사장은 본래 691만9863주를 들고 있었으나 보유한 주식의 절반을 팔았다. 매각된 주식의 양은 345만9940주, 매각금액은 주당 6만2500원으로 총 2188억 원 규모다. 이는 상속세를 조달하게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블록딜로 이 이사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3.46%에서 1.73%로 낮아졌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삼성물산 지분 17.49%와 삼성SDS 지분 9.2%를 지난 4월 서울서부지법에 공탁했다. 삼성전자 지분에 대해서는 지난 4월 계약 체결 때까지만 하더라도 0.7% 수준인 4202만 주를 공탁했으나, 최근에 0.1% 수준으로 계약 내용이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도 홍 전 관장과 이재용-부진-서현 남매는 상속세 연부연납을 위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생명 등 보유 주식 일부를 법원에 공탁했다. 아울러 아직 내야 할 상속세가 많아 삼성 일가는 향후 추가로 자산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상속세 규모가 워낙 커 삼성 오너일가의 재원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관측한다. 지분 매각 과정에서 그룹 지배 구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의 주식 보유현황을 보면 이재용 부회장에서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의혹 등으로 재판받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지배 구조의 변화도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당장은 삼 남매를 주축으로 한 경영 체제가 이어지지만 계열 분리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맡고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 이서현 이사장이 삼성물산 패션 부문을 맡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故 이병철 선대 회장 역시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력 계열사를 이건희 회장에게, 다른 계열사는 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 등에게 나눠 준 바 있다.

- 상속세 개편 VS 부 대물림 차단해야

한편 삼성 오너일가의 천문학적인 상속세액이 알려지면서 세금폭탄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과 부의 대물림에 따른 정당한 세액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속세 똑바로 내라`는 엄포부터 내놓는 정치권이 과연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 저는 의문입니다"라며 "우리는 이제 이 문제(상속세)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과 사회적 합의를 새롭게 만들어가야 합니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이어 “캐나다, 호주, 스웨덴과 같은 나라는 상속세를 폐지했다. 또 주요 유럽 국가들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경우도 많다”라며 “대한민국의 상속세율이 과연 생산적인 가업승계와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의 국내기업 보호에 있어 올바른 수준인지 근본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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