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중원공략’을 이끌기 위해 지난 12일 김한길 위원장의 새시대준비위가 본격 출범했다. 김 위원장은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도 결론은 정권교체다. 정권교체가 시대정신”이라며 “정권교체를 실현해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윤 후보 뿐”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새시대준비위는 ‘반문(反文) 빅텐트’를 치기 위한 전진기지로 후보 직속의 ‘별동대’ 기구다. 자체 6개 본부와 공보실, 상황실, 비서실 등으로 구성된다. 역할은 정권교체를 원하지만 국민의힘 혹은 윤 후보에게 아직 마음을 열지 못하는 중도, 합리적 진보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동교동계 출신으로 중도 확장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선대위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다. 오로지 국민을 위한 실사구시 실용주의 선대위”라며 보수·진보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정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탈 이념적 지향을 제시했다. 또한 “국민의힘도 실사구시 실용주의 정당으로 확 바뀌어야 한다”고 하면서 “새시대준비위가 선두에서 국민의힘이 확 바뀌게끔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의 공식 슬로건은 ‘국민이 불러낸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러낸 건 맞지만, 국민 중에서도 보수우파 국민이다. 무도한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끝낼 야권의 후보감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지지층의 뿌리와 몸통은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한 보수이지 중도가 아니다. 보수에 중심을 두고 중보 진보로 외연을 확대하는 전략은 맞지만, 보수는 당연히 나를 지지할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정권교체에는 찬성하지만 윤 후보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15~20%의 국민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은 광우병 사태 후 “나는 보수가 아니라 실용”이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보수의 지지로 당선 된 대통령이 보수의 이념을 배신한 결과 이명박 대통령이 감옥 가게 되었을 때 박근혜 대통령과는 달리 동정하는 국민이 거의 없게 된 것이다.

윤석열 선대위에 친이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인지는 모르지만,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전에 ‘보수도 아니고...’라는 윤 후보의 발언은 보수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실언이다. 윤 후보는 “그럼 윤석열을 왜 뽑아야지” 하고 실망하는 정통보수 세력에게 적절한 해명을 해야 한다.


윤 후보는 현판식 직후 ‘집권하게 되면 여소야대인데 향후 새시대준비위로 정계 개편을 노리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연스럽게 (정계개편이) 이뤄질 수 있는 문제다. 누가 강제적으로 할 수 있지 않다”라고 답했다. 이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공언한 정개개편과 민주통합정부 발언과는 결이 달라 안정감을 준다.

사실 김종인 위원장의 정계개편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이는 5년에 걸친 자유우파 국민의 애국투쟁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더불어민주당과 사실상 야합을 하겠다는 의도이다. 민주통합정부는 사실상 거국내각을 위한 내각제 개헌을 민주당과 함께 하겠다는 것으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구·경북(TK) 민심을 잡기 위해 ‘동진(東進) 전략’을 쓰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경북 칠곡의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구·경북이 낳은, 평가는 갈리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라고 평했지만, ‘무례한’ 평가다. 전두환 대통령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삼저 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고 평했지만, 광주에서 한 발언과 달라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국민의힘 박주선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12일 영호남 통합에 나설 것이라고 하면서, “‘DJ(김대중) 정신’이 계승, 발전돼 이번 정권교체의 에너지가 되고 새로운 나라가 만들어지는 것이 내 목표이자 역할”이라고 했다.

내년 대선은 해방 공간의 좌·우익 대결을 방불케 할 정도로 ‘자유민주 세력’과 ‘체제전복 세력’ 간의 사생결단이 될 것이다. 국가위기 때에 국민은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강력한 지도자 출현을 기대한다.

위기의 대한민국호 선장은 ‘박정희정신’을 계승해 ‘대란대치(大亂大治)’의 지혜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윤 후보도, 국민의힘 선대위의 그 누구도 ‘박정희정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국민의힘 선대위와 새시대준비위에는 지난 5년 동안 체제수호를 위해 싸워온 상징적인 자유우파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홍준표, 나경원, 이정현 같은 간판 보수들이 선대위 전면에 나서 보수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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