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아들 잘못 사죄...치료 받도록 하겠다”
野 “李, 중범죄를 단순 치료 대상 정도로 치부”
정의당 “정책 실종...차기 대선 범법행위로 도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 이 후보의 아들 도박 의혹 관련 사과 발언을 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아들 이동호 씨(29)의 도박 의혹을 인정하고 허리를 숙였다. 아울러 의혹의 당사자인 이 씨도 공식 사과문을 내고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여당 대선 후보의 장남 불법 도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정치권에선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중범죄를 단순한 ‘카드게임 사이트 유혹’에 빠진 치료대상 쯤으로 치부해 버렸다”고 이 후보의 사과 발언을 문제 삼았다. 정의당은 “범법행위로 도배된 콩가루 대선”이라며 이 후보와 ‘가족 리스크’에 노출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동시 타격했다. 

이날 이 후보는 입장문을 내고 “아들의 잘못에 대하여 사죄의 말씀 드린다”라며 “언론보도에 나온 카드게임 사이트에 가입해 글을 올린 당사자는 제 아들이 맞다. 아들이 일정 기간 유혹에 빠졌던 모양이다. 부모로서 자식을 가르침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의혹을 인정했다.

이어 “아들도 자신이 한 행동을 크게 반성하고 있다. 스스로에 대해 무척이나 괴로워한다. 온당히 책임지는 자세가 그 괴로움을 더는 길이라고 잘 일러주었다”라며 “제 아들의 못난 행동에 대하여 실망하셨을 분들께 아비로서 아들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치료도 받도록 하겠다”라고 사과했다.

이 후보의 장남 이 씨도 이날 오후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을 통해 공식 사과문을 내고 “부적절한 처신으로 상처입고 실망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반성하며, 당사자로서 모든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속죄의 시간을 갖겠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조선일보는 단독 보도를 통해 이 후보의 장남 이 씨가 2019~2020년 상습적으로 불법 도박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씨는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한 온라인 포커 커뮤니티에서 ‘이기고싶다’라는 닉네임으로 200여 개의 게시글을 작성했고, 여기엔 1400만 원 상당의 해외 포커 사이트의 칩(게임 머니)을 거래하자는 내용과 특정 게임에서 500만 원을 잃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국힘·정의당, 이 후보 장남 도박 사태에 맹폭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장남 불법 도박 사태에 극도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경력 논란이 재점화된 가운데 맞불을 놓은 모양새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이날 이 후보가 아들의 도박 논란에 대해 사과한 것을 두고 “중범죄를 단순한 ‘카드게임 사이트 유혹’에 빠진 치료대상 쯤으로 치부해 버렸다”고 꼬집었다.

이양수 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후보 아들이 올린 글을 보면 스스로 ‘도박꾼’이라고 했고, 도박 초기 550만 원을 땄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해당 도박사이트에서 55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억대 도박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이라면 도박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는지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과의 내용만 보면 아들이 단순히 게임사이트 유혹에 빠져 살았던 것에 대해 사과한다는 것”이라며 “이와 같은 이재명 후보의 사과 방식을 보면 지난번 끔찍한 ‘모녀살인사건’을 ‘데이트폭력’ 사건으로 둔갑시켜 사과한 일이 오버랩 된다”고 이 후보의 사과에는 논란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재명 후보 역시 전과 4범이다. 이쯤 되니 아들의 ‘불법상습도박’ 정도는 ‘단 한 톨의 먼지’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범한 일상으로 비쳤는지도 모른다”며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가 뒤따라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번 사태를 놓고 정의당은 거대정당 후보 가족들의 범법행위로 점철된 ‘콩가루 대선’이라며 여야를 모두 직격했다.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정책이 아닌 가족 논란으로 환부가 노출된 상황을 적극 비판한 것.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양당체제 타파를 강조한 만큼, 차기 대선에서 군소정당의 입지를 드높이기 위한 셈법이 깔린 것으로도 풀이된다.  

김창인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정책은 없고 양당 후보와 가족들의 범법행위로만 도배되고 있다”며 “콩가루 대선”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이 후보가 곧바로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사과문으로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미 대선은 콩가루가 되고 있다”며 “시대정신에 대한 비전과 민생을 향한 정책은 없고, 온통 양당 후보와 가족들의 범법행위로만 도배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정치가 실종된 초유의 대선이 되고 있다. 양당과 두 후보는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며 “예외 없는 사법적 잣대로 법의 엄중함을 증명하고, 양당 후보들에 대한 남은 의혹들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이것이 콩가루 대선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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