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상무, 45세 부사장'...신성장 시대 젊은 피 수혈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계가 속속들이 2022 정기임원인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코로나19와 오미클론의 확산으로 내년 사업 환경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안정 속 변화'를 모색중이다. CEO급의 변화폭은 좁았지만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에서 젊은 피 수혈 현상이 뚜렷해 미래 준비에 대한 의지를 엿 볼수 있다. 일각에선 젊은 임원 승진발탁을 이유로 세대교체에 의미를 부여하지만 나이 자체보다 철저한 실력주의라는 평가도 많다. 

 - "실력만 있으면 임원 자리쯤야" 기업 조직문화 변화 뚜렷
 - 세대교체 의미 부여보다 철저한 실력주의 평가도 많아

삼성전자 임원인사는 ‘파격’과 ‘변화’가 돋보였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특히 성장 잠재력을 갖춘 인물을 과감하게 발탁해 이재용 부회장의 세대교체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삼성은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이 탄생하는 등 젊어진 ‘뉴 삼성’을 기대하게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김찬우 삼성리서치 스피치 프로세싱 랩(연구실)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는 45세다. 김찬우 서울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 학사, 석사를 거쳐 카네기멜론대(Carnegie Mellon) 컴퓨터과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그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음성처리 개발 전문가로 디바이스 음성인식 기술 고도화를 통한 전략제품 핵심 소구점 강화를 주도해 왔다.

- 성과주의 인사로 ‘젊은 리더’ 내세워

부사장 승진자 중 유일한 40대 여성인 홍유진 부사장(SET부문 무선사업부 UX팀장)도 이목을 끈다. 그는 1972년생(49세)으로 연세대 식품공학 학사 졸업 후, UCLA 컴퓨터과학 석사를 마쳤다. 소프트웨어(SW)와 풍부한 사용자경험(UX) 개발 경험을 보유한 UX 전문가로 폴더블폰 UX 개발, 워치 UX 및 Note PC UX 개선 등 무선 제품 사용자 경험 강화를 주도했다.

이와 함께 상무로 승진한 30대 4명도 눈에 띈다. 이전까지 삼성전자에서 가장 젊은 상무는 만 40세(1981년생)이었는데, 이번 인사로 37~39세의 MZ세대(1980년대초부터 2000년대초에 출생한 사람을 아우르는 세대 구분) 임원이 나타난 것이다.

가장 젊은 상무는 박성범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사업)부문 시스템LSI사업부 SOC(통합칩)설계팀 상무로, 모바일 프로세서 설계 전문가로 꼽힌다. 내년 임원인사 때는 더 많은 30대 임원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SK그룹도 지난 2일 2022년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SK그룹은 1975년생으로 올해 46세인 노종원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사장으로 발탁했다. SK그룹 역대 최연소 사장이다. 이전 최연소 사장은 지난해 SK E&S 사장으로 승진한 추형욱(47) 대표로 1974년생이다. SKC에서는 박원철 SK수펙스추구협의회 신규사업팀장(부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지난달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최대 규모로 임원 인사를 단행한 LG그룹은 132명의 신임 상무를 발탁하면서 젊은 인재를 대거 내세웠다. 특히 40대의 젊은 임원이 82명으로 전체 승진자 중 62%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LG그룹의 전체 임원 가운데 1970년대생의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1%에서 올해 말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지주 회사인 ㈜LG 주요 팀장들도 모두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생 임원들로 교체했다. LG전자에서 전무 승진 대상자 중 40대는 장진혁(49) 상무가 있다. 장 전무는 LG전자가 지난해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로, 내부에선 온라인 영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혁진 책임연구원(여·45), 신정은 책임연구원(여·41) 등도 능력을 인정받아 이번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특히 신 상무는 이번 승진 임원 가운데 가장 젊다.
코오롱그룹 신임 상무보 21명 가운데 18명도 40대로 40대 신임 임원의 비중이 85%를 넘어섰다. 성과주의 원칙을 반영한 것이라고 사측은 설명한다.

그룹 관계자는 본지"과감한 세대 교체와 능력있는 40대 신임 임원 발탁을 통해 그룹의 역동적 성장을 꾀한 게 특징"이라고 전했다. 

네이버(NAVER)도 지난달 18일 1967년생인 한성숙(54) 현 대표가 물러나고 그 자리에 1981년생인 최수연(40)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가 새 최고경영책임자(CEO·Chief Executive Officer)에 내정됐다고 발표했다.

- 기업 내 조직 문화 따라 젊은 임원 보는 시선 달라 

이런 분위기를 두고 MZ세대의 약진이라는 해석이 많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매체를 통해 "무게 중심이 1960년대생에서 1970년대생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가고 있다"며 "특히 변화 속도가 빠른 IT나 유통, 통신 등 분야에선 1970년대생의 주도 하에 1980년대생도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간 삼성전자의 CEO급 인사는 내부 발탁이 대부분이었다"며 "이와 달리 다른 계열사에서 CEO를 선임했다는 것은 과감한 조직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모 기업 인사담당자는 "고위급 승진 인사에서 나이?경력과 상관없이 실력이 있으면 얼마든 승진할 수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높은 자리 올라갈 수 잇다는 메시지로 읽힌다"는 긍정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너무 이른 나이에 승진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담당자는 본지에 "젊은 사람이 많은 조직에 있는 사업군에서는 젊은 임원에 대해 받아들이는 인식이 강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업장에서는 '나이 어린 게'라는 문화가 존재한다"라며 "인식의 차이와 연륜을 중시하는 기성문화 사업장에서 젊은 임원의 등장은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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