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14일 오후 2시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사회적 합의 파기! CJ대한통운 전국대표자 총파업 선포대회`를 열었다.

선포대회에 앞서 일요서울과 만난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 "택배 노동자 과로사를 돈벌이에 이용하는 CJ대한통운을 규탄한다"라 "택배노동자의 연이은 사망사고 이후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이후) 요금인상으로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을 기대했지만 CJ대한통운은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의 배만 불리고 있어 이를 더는 지켜보지 않기 위해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오전부터 전국 88개소 지회장이 참석한 회의가 있었다"라며 "CJ대한통운은 택배 노동자들의 목숨값으로 자신들의 배만 불리고 있어 강신호 대표이사의 퇴진도 함께 요구하는 파업을 이어나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 사회적 합의 이행 나서야!

본지가 택배노조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CJ대한통운은 택배 요금 270원 인상, 별도 요금 100원 책정 등을 통해, 과로사 방지와 택배기사 처우개선을 위해 사용하기로 사회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CJ측은 택배 요금 인상분을 독식하려 탐욕을 부리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3500억 원의 초과이윤을 거둘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는게 노조의 설명이다.

일요서울

진 위원장은 "사회적 합의에서 정부와 사측은 170원 인상에 합의했지만 사측은 51.6원만 택배노동자를 위해 사용하고 나머지 100원은 (사측이) 가져갔다"라고 강조했다. 

CJ대한통운의 저 상 탑차 운영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노조 측은 "저 상 탑차가 택배 노동자들을 골병들게 하는 산재 위험 요인"이라며 "산업안전보건법에 산재에 대한 사측의 개선 책임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음에도 “거점 배송하고 그 비용을 입주민- 택배사-택배기사가 분담하자”라는 노조의 합리적 제안을 거부한 채 저 상 탑차 사용 택배 노동자들의 심각한 고통을 방치하고 있다"라고 했다.

실제 택배노조가 11월29일부터 사흘간 CJ대한통운 김포지회 택배 노동자 35명을 대상으로 한 문진 결과 일반·하이탑차량 사용 노동자의 증상호소율은 58.3%지만 저 상 탑차 사용자는 무려 72.7%가 어깨, 목, 허리, 무릎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일반·하이탑차를 사용하는 노동자들의 증상호소율도 심각한 수준이지만 저 상 탑차 사용자들의 증상호소율은 더욱 심각한 것이다. 이에 택배노조는 오는 1월 초, 문진 결과에 따른 대상자 22명에 대해 병원진단을 진행하고, 산재 집단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저 상 탑차를 사용하는 택배 노동자는 약 4000여 명에 달한다.

CJ대한통운이 다른 택배사들 모두 원안대로 제출한 표준계약서에 ‘당일 배송’, ‘주6일제’, ‘터미널 도착 상품의 무조건 배송’ 등이 포함된 부속 합의서를 끼워 넣어 택배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수년 전으로 후퇴시키고, 자신의 부당한 이윤 편취를 비판하는 노조를 무력화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택배노조는 지난 3일에도 CJ대한통운이 정부에 사업자 등록하며 택배 노동자 과로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취지에 맞지 않는 문서를 제출했다며 이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택배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주5일제라는 사회적 흐름에 역행하고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다시 낳는 CJ대한통운의 부속 합의서를 인정할 수 없다"라며 "이에 대한 즉각적인 폐기를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표준계약서의 도입을 환영한다"라면서도 "롯데, 한진, 로젠 등 타 택배사들이 원안 그대로 표준계약서를 제출해 등록한 반면 CJ대한통운은 표준계약서와 사회적 합의의 취지를 부정하는 부속 합의서를 제출함으로써 또다시 사회적 합의 이행에 난관을 조성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CJ대한통운이 제출한 부속 합의에서는 과로사를 유발하는 `당일 배송`이 명시됐고, 주5일제로 가기 위한 시범운영 등 사회적 합의의 취지에 역행하는 `주 6일제`가 명시됐다"라며 "이러한 부속합의서는 택배 현장의 시계를 과로사의 비극을 낳던 과거로 돌아가도록 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 본부는 CJ대한통운의 도를 넘는 탐욕에 맞서, 이날 대표자회를 개최해 총파업 투쟁 안건을 상정하고, 총파업 찬반투표, 총파업 돌입 등 관련 사항을 논의, 결정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내년에도 사측이 100원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20원만 택배노동자를 위해 사용하려한다"라며 "80원의 인상분도 사측이 삼키려 한다며 이 역시 제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소비자 피해 불가피

한편 CJ대한통운 택배노조원들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면 연말연시 물류대란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편은 불가피하게 됐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 소속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 2800여 명 중 쟁의권이 있는 1700여 명이 오는 28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전체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약 2만 명)의 8.5% 수준이다. 총파업에 참여하는 1700여 명의 택배 노동자들이 하루 300개~400여 개의 택배를 배송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류 차질 발생 규모는 하루 약 51만 개(1인당 최소 300개)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더 큰 문제는 이번에 총파업이 시행되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와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고, 노조는 이번엔 꼭 택배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불편과 피해를 호소하고, 고객사들도 총파업에 고통을 호소할 것으로 예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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