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2월13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동계 올림픽에 한국으로선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은 중국의 신장 자치구 내 위구르 종족 학살 등 인권탄압에 대한 외교적 제재 조치이다. 이 제재는 12월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의해 선언되었다. 선수들은 올림픽에 출전시키되 공식 정부 대표는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질랜드는 즉각 미국 보이콧에 동참키로 했고 영국, 유럽연합(EU), 호주, 일본 등 서방 자유진영 대부분이 미국의 보이콧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의 혈맹이고 자유진영의 일원인데도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동참하지 않는 이유로는 중국의 경제적 보복이 꼽힌다. 그러나 미국·일본·EU·호주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의 보복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데도 그들은 보복을 감수하면서 보이콧에 참여한다.

한국의 보이콧 동참 거부에는 중국의 보복 외에 다른 복심도 깔려 있는 듯싶다. 중단된 남북정상회담을 재개키 위한 분위기 조성으로 보인다. 문 정권은 보이콧 동참을 거부함으로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바라는 대로 탈미(脫美) 민족자주로 간다는 걸 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 북한의 민족자주 코드에 맞춰 탈미 자주노선으로 나섰으니 대화하자는 대북 메시지 아닌가 싶다. 하지만 김정은은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를 풀어주지 않는 한 문 대통령의 자주노선 천명만으로 대화에 호응할 리 없다.

동시에 문 정권은 미국을 의식, 반중(反中) 미국 편에 서기도 한다. 문 대통령은 12월14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공동성명에서 미·중간의 남중국해 분쟁에서 항해 자유를 지키려는 미국 측 입장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문 정부는 지난 10월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미국과 협의하기 위해 ‘워킹(실무)그룹’을 결성키로 잠정 합의했다. 문 정권은 저와 같이 중국 편에도 섰다가 미국 쪽을 편들기도 한다. 미·중 사이에서 양다리 걸치기 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보다는 확실한 혈맹 우선주의로 가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한국은 미국의 희생적 참전으로 6.25 남침에서 살아남았다는 데서 미국 편에 서야 한다. 중국은 6.25 남침 때 경기도 평택까지 쳐내려왔고 미국은 그런 중국군을 피흘려 격퇴시켜 준 혈맹이다. 그런데도 한국이 중국 편에 선다면 중국은 기뻐하면서도 속으론 문 정권이 혈맹도 배신하는 믿을 수 없는 자로 불신하게 된다. 스스로 배신자 되기를 자청하는 셈이다.

둘째, 중국은 지난 2000여 년간 끊임없이 한반도를 침공, 종주국으로 군림하기도 했다. 중국과 한민족은 역사적으로 갑과 을 관계였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된 건 2차 세계대전 말이었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일본을 쫓아내고 대한민국을 세워 지켜 주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지금도 중국은 역사적 갑·을 관계 습성에 젖어 한국에 갑질을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이 자주권을 영위하기 위해선 미국을 등에 업고 중국에 맞서는 길 밖에 없다. 미국이 떠나면 한국은 다시 중국에 갑·을 관계로 전락, 종속되고 만다.  

셋째, 중국은 공산당 1당 독재국가이고 미국은 자유민주 국가이다. 1당 독재와 자유민주간의 대치에서 한국이 서야 할 자리는 명백하다. 일본·EU·호주 처럼 자유민주 미국 편에 서야 한다. 그렇지 않고 중국 쪽에 붙는다면 자유를 반납하고 독재 굴레로 스스로 기어드는 거나 다름없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당당하게 혈맹 우선주의로 가야 한다. 국제적으로 배신자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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