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옵션 이행 가처분 기각...가압류도 해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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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그룹 회장이 풋옵션(특정가격에 팔 권리) 계약을 이행하게 해달라며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28일 법조계와 교보생명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7일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제기한 계약이행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신 회장에 대한 가압류를 모두 취소했다.

이는 지난 9월 단심제로 법원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가 신 회장과 어피니티컨소시엄 사이 주주 사이 분쟁에서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판결로 신 회장 측은 어피니티컨소시엄과 김앤장을 상대로 한 국제중재에 이어 또다시 완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교보생명은 그동안 풋옵션 분쟁 등의 문제로 위축됐던 경영 활동에서 이제는 과감한 공격경영으로의 전환이 예상된다. 특히 기업공개(IPO)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굴레 벗어나…교보생명 탄력받을 듯

업계도 신 회장 개인 재산에 대한 가압류 해제로 교보생명 IPO의 걸림돌이 사라졌다고 평가한다. 상장심사를 위해선 최대 주주 주식 의무 보호예수 등을 해야 하는데, 신 회장의 교보생명 주식이 일부라도 가압류된 상황에서 IPO를 하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21일 한국거래소에 IPO 관련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상장 목표는 내년 상반기다. 공모 규모와 시기는 시장 상황과 공판 결과 등을 종합 검토해 확정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이 IPO에 성공하면 단기적으로는 자본 확충을, 장기적으로는 지주사 전환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도 교보생명의 IPO 성공 가능성도 크게 보고 있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사 빅3 중 유일한 비상장사로, 보험업계에 남은 마지막 상장 대어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가 추산하고 있는 교보생명의 기업가치는 3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내년 IPO 후보 기업 중 5위권이다.

교보생명도 기존 계획대로 내년 IPO 추진을 서두른다는 태도다. 우선 지난 27일 임원 인사에서도 박진호 부사장과 조대규 전무 등 IPO를 추진하는 핵심 라인을 모두 유임시켰다. 정우철 본부장 등 신규 임원 7명을 승진시키는 등 임원 대거 교체에도 IPO 담당자는 대부분 연임시켰다.

특히 박 부사장은 지속 경영지원실장으로 교보생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다. 미국 계리사 출신으로 교보생명 IPO 추진의 총책임자다. 박 부사장은 교보생명 내에서 신창재 회장(대표이사·25년)을 제외하고 임원 재직 기간이 가장 긴 임원이다. 2006년 임원을 달아 올해로 16년째다.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교보생명 측은 “경영 효율 증대를 위한 조직개편”이라며 “지난 21일 예비상장심사를 신청했고 내년 상반기 IPO 목표에는 변동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 어피니티 측 "2차 중재 신청" 검토 중

앞서 어피니티컨소시업은 중재판정부의 결정 이후 신 회장 측이 평가기관을 선임하지 않으면 어피니티 측이 신 회장을 상대로 계약상 의무 이행을 청구하는 등 국내법에 따라 구제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난 10월 서울북부지법에 신 회장에 대한 계약이행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면서 어피니티컨소시엄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신 회장이 40만 9912원에 매수하면 신 회장의 자산이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북부지법에 신 회장의 자택과 급여, 배당금 및 교보생명 지분을 가압류한 바 있다.

어피니티 측은 이번 판결에서 신 회장의 의무 위반을 확인한 만큼 2차 중재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어피니티 측은 복수 매체를 통해 "투자자 측은 2012년 ‘풋옵션 행사를 통한 투자금의 적시 회수를 보장하겠다’라는 신 회장의 약속을 믿고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면서 1조2000억 원을 투자했고, 2018년 10월 주주 간 계약에 따라 풋옵션을 행사했다"라며 "그런데 신 회장은 스스로 약속한 주주 간 계약상 의무 이행을 거부하면서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고, 결국 2차 중재가 불가피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2차 중재 방식에 대해선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20일 주요 피고인에 대해 1년에서 1년6개월의 징역과 추징금 약 1억3000 만원을 구형했으며 내년 2월10일 판결이 선고될 예정이다.

교보생명
교보생명

한편 어피니티의 의뢰를 받고 교보생명의 주당 가치를 40만9912원으로 평가했던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명과 어피니티컨소시엄 임원 2명은 공인회계사법 위반으로 기소돼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재판 1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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