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벌써 두 번이나 “선거에서 손을 떼겠다”고 되풀이 선언했다. 이유야 어떻든 국민의힘 대표가 자중지란을 일으킨 거나 다름없다. 이 대표는 당의 선거대책위원회 인선과 선거 캠페인 전략에 불만을 나타내며 11월29일 당무를 중단했다.

그는 그 날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 까지입니다” 말을 남기고 지방으로 떠났다. 그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측이 충청 일정을 자기에게 미리 물어보지 않은 채 자신이 간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한데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윤 후보가 12월3일 울산으로 찾아가 이 대표를 만났고 두 사람은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을 받들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일체가 되어 가기로 했다.”고 한다. 동시에 “긴밀히 모든 사항을 공유하며 직접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또 다시 12월21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내에서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내 의지와 다르게 역할이 없기 때문에 선대위에서 사퇴”한다”고 했다. 울산에서 윤 후보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일체”가 되기로 선언한지 18일만의 변심 이었다. 이 대표가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건 선대위 공보단장의 반발이 발단이었다. 공보단장인 조수진 최고위원은 선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에게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대응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조 단장이 자기 지시를 거부했고 “선대위 존재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선대위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2개월 여 앞둔 지금 국민의힘은 모든 당 체제를 후보 중심으로 가야 한다. 물론 윤 후보측은 당 대표 의사를 경청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당 대표나 원로나 할 것 없이 불만족스러운 구석이 있더라도 모두 입 다물고 대선 후보인 윤석열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11월21일 당의 모든 체제를 이재명 후보 중심으로 재편했다. 송영길 당 대표는 대선 후보에게 초점을 맞춰주기 위해 모든 행사를 자제키로 했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이준석은 “내 의지와 다르다”고 선대위에서 사퇴한다고 몽니를 부렸다.

이 대표는 “내 의지”를 고집하며 당을 위한 제언이 “민주주의”라며 자중지란을 일으킬 때가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이 대표는 “내 의지”가 반영되지 않더라도 조용히 물밑 조언으로 그쳐야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가게 마련이라는데 서도 그렇다. 이준석의 자중지난과 김건희 경력 부풀리기 악재 등으로 여론 조사에서 앞서가던 윤석열은 29%에 그쳤고 이재명은 35%로 올라섰다.

이 대표는 27세 때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의해 정치권에 영입되었다. 그러나 그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위기에 내몰리자 자신을 발탁한 박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고 돌아섰다. 그로인해 그에게는 의리 없고 경망스럽고 재승박덕하다는 오명이 따르게 됐다. 그러나 그는 30대의 나이에 피선출직 경력 없이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되었다. 적지 않은 국민들은 이 대표의 패기 넘치는 젊음에 기대를 걸면서도 경망스럽지 않겠나 걱정했다.

그들의 우려대로 이 대표는 자기 의도대로 안 된다고 경망스럽게 몽니를 부렸다. 3선의 김태흠 의원은 성명을 내고 “이 대표의 철딱서니 없고 오만하고 무책임한 행동”을 규탄했다. 지금은 국민의힘도 민주당처럼 대선 후보를 정점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때이다. 당 대표 의지를 경시했다고 선대위를 거듭 보이코트해선 안 된다. 대선승리에 독이 되는 내부총질이다. 이 대표는 윤 후보와의 12.3 울산 합의정신 대로 정권 교체를 위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일체”가 되어야 한다. “철딱서니 없는 행동”은 자제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