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치유의 비밀 [5]

 

플라세보 효과의 대표적인 예가 장기간의 이점과 안전성이 입증된 적이 없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200년 넘게 의사들이 심장병 치료에 사용한 디기탈리스(digitalis)라는 약이다. DIG(Digitalis Investigation Group)가 실시한 3년간의 이중맹검법(환자와 의사 양쪽에 치료용 약과 위약의 구분을 알리지 않는 실험) 연구에 따르면, 디기탈리스를 투여한 3397명의 심장병 환자 중 1181명의 환자가 연구 기간이 끝나기 전에 사망했다고 한다. 위약을 받은 3403명의 환자 중 사망한 1194명의 환자와 비교해 보면, 디기탈리스가 심장 질환에 의한 사망 예방에 설탕 약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명백해진다. 

그래도 그것은 여전히 (플라세보보다) 선호되는 치료법이다. 연구 기간 중에 죽지 않은 디기탈리스 그룹의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남은 것은 디기탈리스를 처방해서가 아니라 플라세보 그룹의 사람들이 살아남은 것과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 거의 동일한 사망률 수치를 감안할 때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에서 보여주듯, 디기탈리스의 유일한 가치는 위약이 그랬던 것처럼 플라세보 효과를 유발하는 것이었다. 즉 플라세보 반응의 방아쇠가 되는 것 말곤 그 약의 어떤 이득도 존재하지 않는다.

약은 투여받는 사람의 35%에서만 효과를 보일 수 있다. 나머지는 약의 부작용 때문에 결과가 없거나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다. 의사들은 또한 의사가 호전을 보장한다면 특정 약물로 환자의 상태가 좋아질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환자가 약만 봐도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약물 자체보다 환자의 상상력과 믿음에 더 의존한다.

자발적 치유의 기적

현대 의학은 신체의 치유 메커니즘을 놓고 사실상 헛발질을 하는 상황이 대다수다. 전 세계 의사들이 사용한 수천 개의 약물과 치료에 대해 행해진 거의 모든 과학적 연구들은 플라세보 효과를 포함한다.

플라세보 효과는 환자나 시험 대상자의 순수한 주관적 반응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것으로 여겨지는 의학 연구에서 필수 요소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 자체의 치유 메커니즘을 나타내는 플라세보 효과는 연구 대상이 된 적이 없다. 어쨌든 플라세보 치유 반응에 특허를 내서 돈을 벌 수는 없다.

이러한 약물이나 치료법은 (신체만이 치유할 수 있는) 어떤 질병도 치유할 수 없기 때문에 플라세보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외하곤 그 자체로 치유를 장려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증상을 억제하는 것이 치료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러한 접근 방식에 실제로 어떤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이차적인 가치일 뿐이다.

더욱이 특정 치료법에 따른 증상의 개선이 반드시 그 치료에서 비롯되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치료는 스스로의 치유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플라세보나 신체의 치유 반응을 유발하는 역할을 할 수 없는 한 아무런 효과가 없다. 게다가 치료는 단지 그 원인과 무관하게 질병의 증상을 없애는 데에만 맞춰져 있고, 진정한 치유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증상의 일시적인 호전이 환자에게 바람직할 수도 있고 의사에게 만족감을 줄 수도 있지만 그러한 접근법은 장기적으로 몸이 스스로 치유되는 것을 점점 어렵게 만들면서 종종 만성 질병으로 이어진다. 진정한 치유는 이미 존재하는 정신과 신체의 연결, 내적 정체(停滯)의 제거 그리고 신체 고유의 치유력에 기인한다.

신체의 강력한 치유 메커니즘은 세 그룹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전적인 연구에서 분명히 증명되었는데, 연구 대상자들은 모두 위에서 피를 흘리는 궤양으로 고통받았다. 각 그룹의 환자들은 궤양의 출혈을 막을 수 있는 신약의 효능을 검사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 그룹은 신약을 받았고, 두 번째 그룹은 출혈을 증가시키는 약을, 세 번째 그룹은 불활성 위약제를 받았다. 환자들은 이 신약이 그들의 고통스러운 건강 문제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되기를 절실히 바라는 이들이었다.

그 결과는 연구자들을 놀라게 했다. 모든 그룹의 환자들, 심지어 출혈이 증가하는 약을 받은 사람들까지도 출혈이 멎었다. 이 새로운 불가사의한 약물에 대한 믿음이 피를 유도하는 약물의 높은 독성까지 무시할 만큼 강력했던 것일까.

환자의 몸은 희망과 신뢰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감정에 반응하여 궤양의 출혈을 효과적으로 멈추게 하는 특수 약물을 생산했을 뿐만 아니라 출혈을 유도하는 약물에 함유된 독성 물질을 중화시켰다.

수천 개의 다른 연구들이 플라세보 반응의 놀라운 효과를 말해준다. 1950년에 실시된 또 다른 고전적인 연구에서는 입덧을 심하게 한 임신부들에게 이페칵(ipecac) 시럽을 투여했는데, 이것은 구토를 유도하는 화합물이다. 여성들은 이페칵이 메스꺼움의 강력한 새로운 치료법이라고 들었다. 놀랍게도 그 여성들은 구토를 중단했다.

의대 학생들의 도움으로 또 다른 흥미로운 실험이 이루어졌다. 56명의 학생이 설탕으로 만든 분홍색 또는 파란색 알약을 받으면서, 이 약이 신경안정제나 흥분제라고 들었다. 그중 세 명만 이 약이 아무 효과가 없다고 보고했다. 파란 약을 받은 학생들은 대부분 신경안정제라 추정했고, 72%는 졸음을 느꼈다. 게다가 파란 약을 두 알 먹은 학생들은 한 알만 먹은 학생들보다 졸음을 더 느꼈다.

반면 분홍색 약을 먹은 학생의 32%는 피로감이 덜하다고 답했고, 학생들의 3분의 1은 두통, 저림, 눈물 흘림, 위경련, 복통, 사지 가려움증, 보행 장애 등의 부작용이 있다고 답했다. 그들 중 세 명을 제외한 모든 학생의 반응은 그들의 상상력의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 코비드-19 감염병 시대를 사는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면역력은 자가 치유에 바탕을 둔 질병 치유 능력이다. 단순 질병 치료를 뛰어넘어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 예방하는 접근법이 최근 각광 받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에서는 아유르베다 의학과 홍채 진단법의 창시자인 안드레아스 모리츠의 ‘건강과 치유의 비밀’을  통해 독자에게 검증된 대체의학 치유법을 제안한다. 인체는 최적의 균형과 효율로 돌아가는 조건을 충족시켜 주면 치유가 저절로 이루어진다. 지속적이고 활기찬 건강한 몸이란 신체와 정신이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다. 건강한 식생활부터 자연 치유력을 회복하는 내용까지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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