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얼어붙은 강 위에 돌덩이로 생후 2개월 된 강아지를 묶어놓은 학대 동영상이 화제가 됐다. 그대로 사라졌던 50대 견주는 결국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개주인은 작은 강아지가 말을 듣지 않아서 잠깐 혼내려고 묶어둔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동물 학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현재 대한민국은 반려견 1000만명 시대로 자식은 없어도 반려견은 있다라는 말이 나돌정도로 인구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건국대학교는 올해 국내 수의과대학 최초로 동물암센터의 문을 열면서 동물 애호가들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재계 회장부터 정치.경제.사회에서 유명한 인사들이 반려동물을 안고 문턱이 닳도록 찾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재인 대통령도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며 관계부처 검토를 지시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와 개식용 금지를 반대하는 단체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혔 해법찾기가 난망했다.

여야 대선후보도 의견이 갈렸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유승민 후보는 자신은 개식용에 대해 반대한다며 윤석열 후보에게 개식용에 대한 입장을 물었고 윤 후보는 저는 개인적으로 반대하지만, 국가 시책으로 하는 데 대해선 많은 분의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식용개는 따로 키우지 않나라고 발언했다가 역풍을 받았다. 이재명 후보 역시 개를 식용개와 반려견으로 나누는 것을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개식용을 반대하는 동물단체에서는 최근 국회앞 국민의힘 당사 앞에 차량에 모니터를 설치해 개도살하는 장면과 소리를 매일 틀다시피하고 있다. 국힘 당사앞은 식당가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이동인구도 가장 많은 곳이다. 그런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개가 쇠몽둥이로 맞아 죽어가는 신음소리로 가득해 인접한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거북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더 놀라운 것은 무감각해진 여의도 사람들은 해당 동영상을 힐끗보고 동행한 사람들과 아무일 없다는 듯 다시 대화에 매몰되는 모습이었다. 약속장소에서 만난 여의도 인사에게 동영상관련 섬찟하지 않느냐물으니 그렇다. 관할 구청은 대체 뭘하는지..하면서 바로 화제를 정치 이슈로 돌려 얼굴이 화끈거렸다. “동영상이 켜 져 있는 동안은 국회앞에 오고 싶지 않다는 말로 대화는 끝났지만 회사로 돌아오는 내내 동영상이 머리에 남아 하루 종일 찜찜했다.

무엇보다 여의도 대선판과 학대 동영상이 오버랩되면서 권력을 잡기위해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여야와 무엇이 다른지 헷갈렸다. 여당은 당내 갈등은 수습을 했지만 경쟁자인 윤석열 후보와 처, 장모에 대해선 여전히 서슬퍼런 칼날을 갈고 있다. 아직도 내분이 가라앉지 않은 윤 선대위는 아군끼리 피터지게 싸우고 있다. 내분이 가라앉으면 역시 그 총구는 여당 후보를 겨누며 죽자살자 싸울 것이 불보듯 훤하다.

그 한가운데에서 권력싸움을 매일 봐온 여의도 사람들은 때만 되면 인간계에서도 권력을 잡을려고 서로 물고 뜯는 것을 목도하다보니 인간과 동물사이에 벌어지는 폭력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정도로 정신적 맷집이 강해져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찝찝함을 지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치가 인간미가 사라지고 동물적 근성만 남는다면 어느 순간 정치는 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을 것이고 결국 가족.친구 누구도 주변에 남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20년 여의도 생활도 전과처럼 인생에서 숨겨야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섬뜻한 생각마저 들어 저절로 몸이 움츠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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