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내분을 수습키 위해 선대위 전면 개편에 나섰다. 그는 15일 내분에 휘말렸던 선대위를 해체하고 실무형 선대본부를 새로 구성했다. 말썽 빚던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은 사퇴시켰다. 그러나 윤 후보의 기존 선대위 해체 결단은 대선을 2개월 앞둔 시점이었다는 데서 너무 늦은 감을 금할 수 없게 한다. 일부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은 반사적으로 승리감에 도취돼 선거가 끝난 것 아니냐며 반색했다.

윤 후보는 선대위의 자중지란이 제 탓이고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했다. 그러나 선대위 내파는 윤 후보만의 탓이 아니다. 당보다는 나 개인을 앞세우고 감투나 노리며 각자도생 하는 국민의힘 고질병이 도진데도 기인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좌파 이념을 위한 결속과 투쟁정신이 강렬해 하나로 뭉칠 수 있는데 반해, 국민의 힘은 각기 감투 꿰차기 내부 경쟁에 몰입하며 뿔뿔이 흩어지는 유전자(DNA)를 지니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윤 후보 여론조사 지지율은 이재명을 크게 앞섰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도 압도적이었다. 그래서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들은 대선 승리를 자신하며 집권 후 감투 쓰기 위한 논공행상에 매몰되었다. 그로 인해 대선 운동은 한 팀이 돼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각자 논공행상 쟁탈을 위한 내부 총질로 일탈했다.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은 윤석열 선거운동보다는 자기들 입신을 위한 기회로 삼고자 했다. 이 대표는 윤 후보 측이 당 대표인 자신을 소홀히 대한다며 11월 말 잠적했었는가 하면, 12월 중순엔 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장직에서 물러난다고 했다. 당 대표로서 정권교체를 위해 선봉장이어야 할 사람이 도리어 바지 가랑을 잡고 늘어졌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개탄대로 한국 정당사에 유례없는 자해행위다. 당 대표 일지라도 대선 체제에선 대선 후보의 보좌역에 그쳐야 한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대통령 후보 부하가 아니다라며 도토리 키재기 경쟁이나 벌이며 내분을 조장한다.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도 선거 운동과 관련 그립(장악력)을 좀 더 강하게 잡고가겠다며 자기의 독단적 지도력을 강조했다. 며칠 뒤에는 윤 후보에게 선대위가 해달라는 대로 연기만 잘하면 선거는 승리할 수 있다라고 했다. 윤 후보를 자기 지시에 복종하는 핫바지로 만들어 자신의 선거공학 능력을 과시하려는 언사였다.

39일 대선은 이제 두 달로 다가섰다. 앞으로 국민의 힘은 윤 후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산다. 지리멸렬하며 내부 총질이나 한다면 세월호처럼 침몰한다. 윤 후보도 반성해야 한다. 그는 선대위 전면 개편이 하루면 족할 텐데 이틀이나 두고 장고했다. 너무 느렸다. 김종인과 이준석 처리도 초기에 일찌감치 매듭지었어야 했다. 곪아 터질 때까지 방치했다.국가 최고 통수권자로서 위기관리 능력을 의심케 한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두 달 동안 마지막 카드로 최선을 다 한다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세 가지다. 1) 집권세력의 치적 2) 경제 상황 3) 여론 동향이다. 이 셋 중 여론 동향을 빼고는 모두 윤 후보에게 유리하다. 여론은 수시로 변한다. 윤 후보 측이 승기를 되찾기 위해선 먼저 하나로 뭉쳐야 한다. 동시에 윤 후보는 검사 시절 몸에 밴 딱딱하고 군림하는 식의 말투를 벗어나 부드럽고 차분한 설득 어조로 가야 한다.

또한 윤 후보는 중도층을 흡수한다며 퇴물 좌파인사들을 접촉하는 등 정체성을 의심케 해선 안 된다. 지난날 윤석열에 대한 지지는 집권세력의 압박 속에서도 굽히지 않고 맞섰던데 기인한다. 자유민주와 법치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간다는 단호한 의지를 꿋꿋이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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