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불황에도 잘 되는 업종은 있다. 창업환경의 변화가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하고, 그 변화에 혁신적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2년 차인 올해도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면서 크게 성장한 업종도 있었고, 환경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한 브랜드는 상대적 성장을 이어가기도 했다.

변화와 혁신은 불가역적이다. 올해 역시 미래 지향형 업종들은 발전했고, 프랜차이즈 산업은 자영업의 브랜드화와 투자유치 및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형 프랜차이즈화 움직임도 많이 일어났다. 공정한 경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요구는 줄어들지 않으면서 창업시장의 법적 제도적 성숙도 이루어졌다.

-  외식업 중 점포 운영 용이한 커피전문점
- 커피 한잔 1500원...불황 장기화 위드코리나 시대에 부응


커피전문점은 외식업 중 비교적 점포 운영이 쉽다는 장점과 남 보기 좋은 업종을 선호하는 한국인 국민성과 더불어 시장에 진입하는 창업자들이 최근 10년이 넘도록 해마다 증가하는 현상을 보인다.

올해만 1만 6000여 개 점포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작년과 올해 가장 크게 성장한 업종은 단연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1500원 선인 저가 커피전문점이다. 지난해 선두 그룹 4개 브랜드인 빽다방, 메가엠지씨커피, 컴포즈커피, 더벤티가 총 1000여 개의 점포를 열었는데, 올해는 이들 빅4 브랜드만 1500여 개의 점포가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 창업시장의 법적 제도적 성숙 이뤄

선두 주자인 빽다방은 올해 250여 개 점포가 늘어나면서 연말 기준 970여 개 점포가 돼 탄탄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메가MGC커피는 올해까지 3년 연속 400여 개 점포를 개설하면서 이미 점포 수가 1600개를 넘어섰다.

그리고 부산에서 시작한 컴포즈커피와 더벤티도 올해 많은 점포가 개점했다. 컴포즈커피는 이미 550개를 넘겨 개설했고 연말 기준으로 점포가 1300개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벤티 역시 연말 기준 270여 개 점포가 순 증가해 780여 개 점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4000원대인 고가 커피와 3000원대인 중간 가격대 커피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몇몇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저가에 대한 인기는 다른 업종에서도 나타났다.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부응한 이들 업종은 가격은 낮추고, 양은 줄여서 다양한 메뉴를 선택하게 하는 전략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살얼음 맥주로 최근 몇 년간 인기몰이 중인 역전할머니맥주는 올해도 100개 이상 점포가 개설되면서 780여 개의 점포로 늘어났다. 비슷한 콘셉트의 브랜드도 다수 등장하면서 새로운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저가 수산 요리 전문점 어사출또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전국 120여 개 점포가 점포당 연평균 매출이 6억 원이 넘을 정도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경남 통영에서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올라오는 활어회, 세꼬시, 해산물, 구이 및 요리, 식사와 매운탕, 세트 메뉴까지 거의 모든 수산 요리 메뉴를 소주 한 잔과 함께 즐겨도 1인당 객단가 1만5000원 이내에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선도와 가격만족도, 가맹점주 마진율 모두를 보장하는 것이 수산 요리 전문점의 승패를 좌우하는 관건인데, 직영 양식장을 운영하는 어사출또가 바로 그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것이 외식 전문가들의 평가다. 향후 위드코로나 시대가 정착되면 더욱 선전이 기대되는 업종이다.

- 프랜차이즈 산업 질적 성숙과 세분화 진행

프랜차이즈 업계에 본격적인 ESG 경영, 즉 환경보호(Environment)·사회공헌(Social)·윤리경영(Governance)이 시작되었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이제 필수로 인식돼 기업의 의무로 전가되고 있고, 지구 환경보호에 대해서도 기업에 요구하는 수준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나아가서 이제 기업은 윤리경영 차원을 넘어서는 지배구조로 투명한 외부 감시·감독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은 가맹점과 상생발전은 기본이고, 가맹본부와 가맹점 등 브랜드 공동체가 사회적 책임을 더욱 많이 분담해야 하는 의무를 요구받고 있다.

브랜드 공동체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구성요소라는 것을 소비자에게 심어줄 때 그 브랜드는 지속적인 성장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사회공헌활동이 면피용이나 마케팅 수단으로 단순히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지속성, 진정성, 실질적 효과성이 점점 더 요구되고 있다.

개정된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앞으로는 직영점 1개를 1년간 운영해야만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게 됐고, 가맹점 사업자단체의 교섭권도 실질적으로 인정되면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는 법적 제도적 기준이 정비되었다.

한편, 올해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인수·합병도 활발히 일어났다. 중견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노랑통닭, 메가엠지씨커피, 크린토피아,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반올림피자샵 등이 사모펀드에 매각됨으로써 프랜차이즈 업계의 새로운 피가 수혈되기도 했다.

이제 프랜차이즈 산업은 영세 자영업자가 가맹점을 모집하여 브랜드화하는 부분과 어느 정도 성장한 브랜드에 외부의 큰 자본이 투자되어 전문 경영인이 운영하는 기업형 프랜차이즈로 두 부류가 공존하는 흐름을 보인다.

이는 마치 벤처가 스타트업에서 출발하여 투자받고 인수·합병 과정을 거치거나 상장을 통해 성장하는 흐름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자본과 경영전략이 개입되어야만 산업이 발전하고 세계적 상표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프랜차이즈 산업이 양적 팽창을 넘어서 질적으로 성숙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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