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철부지 엑스맨인가 vs 선거 공천욕심인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좌충우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보다 더 주목받은 뉴스메이커로 등장했다. 다만 20대 대선이 불과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선후보와의 극한 대치와 극적 봉합을 되풀이하면서 여론의 피로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여야를 대표하는 청년 정치인이다. 박근혜키즈에서 출발해 10년간의 원외생활을 거쳐 제1야당 대표로 수직상승했다. 풍부한 경륜의 다선 중진 의원을 능가하는 특유의 정치적 감각과 발빠른 이슈파이팅 능력으로 차세대 기대주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정권교체의 명운이 달린 대선정국에서 윤 후보와의 크고작은 갈등이 되풀이되면서 이 대표를 향한 불평과 불만도 국민의힘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대선정국에서 윤 후보의 발목은 잡는 게 대표로서의 과연 정당한 행보냐는 비판이다. 오히려 지나친 내부총질로 당의 이미지만 깎아먹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 대표의 잦은 가출정치에 윤석열 후보의 낙마나 후보교체를 원하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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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가출정치에 피로감 증가사퇴론·탄핵론 봇물
3.9 재보선·6월 지방선거 공천권 놓고 갈등 재점화 우려
나만 옳다독선적 이미지, 향후 행보에 걸림돌 작용

국민의힘 소속 현역 의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사실상 대표로서의 권위와 정치적 신임을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6일 국민의힘 마라톤 의총에서 소시오패스·또라이·양아치등의 거친 표현과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했다. 이 대표의 대표직 자진사퇴를 촉구한 목소리가의총장을 뒤덮었다. 한마디로 대선 득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민주당의 엑스맨이라는 반발이다.

반면 차기 대선의 중대 변수로 떠오른 MZ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이른바 이준석 역할론은 여전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60대 이상의 지지를 기본으로 20·30세대의 지지를 플러스해서 대선에 승리한다는 세대포위론은 대선전략 측면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국민의힘 내홍 상황은 극적으로 봉합됐지만 이 대표가 또다시 분란의 씨앗을 만들지 않겠느냐는 불안한 시선도 여전하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보다는 대선 이후 6월 지방선거 공천에서의 주도권 행사가 이 대표의 속내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 대표가 차차기를 겨냥해 ‘MZ세대 우군확보라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의도적인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거듭되는 가출정치사퇴론 빗발 윤과 불안한 봉합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 이후 크게 두 차례 충돌했다. 1차 대전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문제로 당무를 거부하고 지방잠행에 나선 것이다. 첫 번째 갈등은 지난달 3일 이른바 울산합의로 해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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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대전은 1차 때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한 가운데 이 대표가 정면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제3지대 군소후보에 불과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국민의힘 내홍의 여파로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야권 단일후보로 윤 후보가 아니라 안 후보가 더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최악의 위기 상황에 내몰렸지만 이 대표는 사실상 내가 옳다며 마이웨이를 외쳤다.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원을 빈다. 당 대표로서는 당무에 충실하겠다.” 이 대표는 윤 후보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의 결별을 선택하고 선대위 쇄신책을 발표한 5일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이수정·김민전 공동선대위원장, 신지예 새시대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등 이른바 본인이 반대했던 인사들에 대한 영입과 조수진 선대위 공보단장과의 갈등이 누적된 가운데 본인의 정치멘토인 김종인 위원장이 선대위에서 축출당하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대선후보를 도와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 완성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 대표의 지나친 자기정치는 국민의힘을 위기로 거듭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은 철딱서니 없고 오만하고 무책임하다이 대표는 비단주머니 운운하며 제갈량 노릇 그만하고 자기만이 세상의 중심이고 가장 옳다는 오만에서 빨리 벗어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표의 거듭되는 가출정치에 국민의힘은 패닉 상황에 내몰렸다. 지난 6일 국민의힘 의총에서는 이준석 대표 탄핵론이 쏟아져나왔다. “사이코패스·찌질이라는 거친 표현마저 등장했다. 대다수 의원들이 이 대표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의총뿐만 아니었다. 주요 포털 정치기사의 댓글창은 물론 커뮤니티 사이트마저 보수 지지층의 분노로 들끓었다. “과연 제1야당의 당 대표가 맞느냐”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위해 헌신하는 민주당의 엑스맨이 아닌가이 대표를 향한 성토가 난무했다.

장이라도 당이 두 쪽 날 것 같은 상황은 이 대표가 5일 오후 5시경 의총장에 직접 나와서 정권교체를 향한 진정성을 호소하고 윤 후보가 이후 8시경 도착해 이 대표와 포옹과 만세를 부르면서 극적으로 봉합됐다. 이 대표는 세 번째 도망가면 당 대표를 사퇴하겠다당사에 야전침대를 놓고 숙식을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윤 후보도 모든 게 다 후보인 제 탓이라면서 이준석 대표를 여러분이, 국민이 뽑았다. 저와 대표와 여러분 모두 힘 합쳐서 3월 대선을 승리로 이끌자고 화답했다.

선출된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당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1.06.11. 뉴시스
선출된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당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1.06.11. 뉴시스

대선후 권력지형 주도권 다툼에 재보선·지선 공천권까지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처럼 으르렁거리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와의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봉합됐다. 다만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두 사람의 갈등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휴화산이다. 탄핵 위기에 내몰렸던 이 대표와 지지율 하락에 위기감에 느낀 윤 후보가 손을 잡긴 했지만 양측간 근본적 불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나이 어린 당 대표라는 윤 후보 측의 무시에 반발해왔고 윤 후보측 역시 이 대표가 당장은 고개를 숙였지만 상황에 따라 또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불신이 팽배하다. 여야를 넘나든 킹메이커김종인마저 내친 윤 후보의 고집과 적군보다 아군에 더 날카로운 비판의 창을 들이댄 이 후보의 고집이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은 다분한 셈이다.

특히 오는 39일 차기대선을 앞두고 한 번 더 불거질 수 있다. 또 대선 승패와 관계없이 대선 이후에도 정면충돌이 재현될 수 있다. 당장 3.9 재보선과 6월 지방선거 공천이 또다른 불씨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진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선은 서울 종로뿐만 아니라 서울 서초갑, 경기 안성, 충북 청주상당, 대구중남 등 전국 5곳에서 치러지는 미니총선 성격이다. 윤 후보는 대선후보로서의 당무 우선권을 내세울 방침이지만 이 대표는 공천은 당 대표의 권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윤 후보 측은 이 대표의 가출정치와는 별개로 대선 이후 정치지형의 변화를 고려해 이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 축소를 위한 모종의 플랜을 작동해왔다는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이준석 대표의 서울 종로 보궐선거 차출론이다. 물론 이 대표는 종로 보선에 관심없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원외 대표로서의 한계를 고려할 때 단순한 립서비스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만일 이 대표가 종로 보선에 출마할 경우 당 대표로서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여의도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돼온 임종석 vs 이준석종로 빅매치가 성사될 경우 이 대표로서는 본인 선거가 더 급하다. 대선 전략이나 메시지에 관여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윤 후보로서는 이 대표의 간섭이나 반발 없이 본인의 구상한 대로 차기 대선준비에 매진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극심한 내홍에 내몰렸을 때 최고위원 사퇴를 통한 이준석 체제 붕괴 이후 이른바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미확인 소문도 비슷한 맥락이다. 아울러 윤 후보가 대선 승리 이후 당을 확고하게 장악하기 위해 이 대표의 내각 입각을 추진해야 한다는 설도 흘러나왔다.

더 큰 갈등은 대선 이후 6월 지방선거 공천이다. 윤 후보는 단순한 대선승리를 넘어 집권 이후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지방선거 공천에서 영향력 행사가 불가피하다. 이 후보 역시 대선 이후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공천결과에 관여하지 않을 수 없다. 윤 후보는 선대위 재편과 과정에서 4선 중진인 권영세 의원을 사무총장에, 이철규 의원을 전략기획부총장에 각각 임명했다이 대표는 이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는 지방선거 공천권의 최종 권한은 당 대표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부터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자격시험제 도입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주도권과 영향력 확대를 노려왔다.

노이즈 마케팅 '집중' 좌충우돌 캐릭터 부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2022.01.01. 뉴시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2022.01.01. 뉴시스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우리의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춰질 것이고, 이 변화를 통해 우리는 바뀌어서 승리할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매우 이색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가수 임재범의 메가 히트곡인 너를 위해가사를 일부 패러디한 것이다. 이 대표의 톡톡 튀는 행보는 사실 이때부터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원외 중진으로 불리는 정치적 역량에도 헌정 최초의 30대 제1야당 대표를 바라보는 당 안팎의 불안한 시선에 대해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다만 차기대선을 앞두고 좌충우돌 행보에 우려의 시선이 쏟아진다.

이준석 효과는 애초 극적이었다. 영남과 장년층의 기반으로 하는 꼰대정당의 이미지에서 일순간에 젊은 정당으로 탈바꿈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압도적 승리를 통해 정권교체 발판을 마련했다. 2017519대 대선 패배, 20186월 제7회 지방선거 참패, 2020421대 총선 참패 등 계속된 선거패배의 악몽을 끊어낸 것이다. 이후 30대 중반의 젊은 당 대표를 내세워 당 쇄신 효과를 극대화했다. 주요 여론조사에서도 정치지형의 변화가 두드려졌다. 4월 재보선 승리 이후 차기 지지율은 물론 정당 지지율도 라이벌인 민주당을 앞섰다.

상황은 급변하면서 이 대표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것은 물론 노이즈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회의론이 적잖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처럼 능력은 뛰어나지만 통합과 포용에는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점에서 타협과 조정도 필요한데 지나치게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면서 불필요한 갈등을 키운다는 것이다. 당 대표로서의 행보는 신중함과 무게감이 필요한데 원외 시절 정치평론가처럼 너무 가볍게 발언하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판단력과 행보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발빠르다. 영리한 수준을 넘어 얄밉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라면서 국민의힘 내분 상황에서 보여준 이 대표의 치고 빠지기식 아웃복싱은 의도된 도발로 보는 게 타당하다. 만일 차기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분열의 장본인이라는 낙인과 더불어 정치생명의 회복이 어려운 수준에 내몰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윤석열 후보와의 갈등 국면에서 MZ세대의 표심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대남의 상징적 대표자로서 정치적 위상을 굳건히 했지만 이는 대선승리 이후에나 가능한 전략이라면서 이 대표가 정치적으로 큰 꿈을 그려나가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대선승리에 대한 헌신과 더불어 나만이 옳다는 독선적인 이미지를 버려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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