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ㆍ신세계인터내셔널 등 하루 만에 시가총액 2000억 원 손실
- '멸공' 절필 선언에도 불매 움직임…일각에서는 옹호 발언 나오기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사실상 '멸공(공산주의를 멸함)' 발언 절필을 선언했지만 한번 성난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으며 증시에도 그 여파가 미쳤다. 정 부회장은 해명 글을 올리며 정치와는 선을 긋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멸공'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표현의 자유냐, 부적절한 처신이냐 '논쟁'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10일 신세계 주가는 6.8% 하락 후 마감했다.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도 5% 넘게 급락하면서 하루 만에 두 회사 시가총액이 2000억 원 넘게 줄었다.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정 부회장의 동생, 정유경 부회장이 사실상 대주주로 중국을 상대로 면세점과 화장품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정 부회장이 시진핑 주석 사진이 담긴 기사에 '멸공' 글자를 붙여서 인터넷에 올린 글이 중국 시장에 위험 요소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 불매운동 움직임도 있다. 오픈채팅방에는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포스터가 공유되며,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일부 네티즌들은 스타벅스 불매를 강조한다. 신세계그룹과 이마트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분석한 한 게시글에 따르면 이마트의 3분기 영업이익에서 스타벅스가 55%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네티즌은 "이마트는 안 갈 수 없으니 스타벅스를 불매하자"고 불매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지난 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부회장은 숙취해소제 사진에 '#멸공' 해시태그를 붙였다. 다음날에는 중국 시진핑 주석 사진이 들어간 기사에 또 '#멸공'을 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정 부회장은 해당 게시물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으로 변경하고 '멸공' 언급은 "위에 있는 애들(북한)"을 향한 것이라고 했다.

이후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인스타그램에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멸치와 콩을 태그로 달았고 나경원 김진태 전 의원 등이 가세하면서 '#멸공'은 급기야 정치권의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멸공’이란 단어가 마음에 안 든다고 낱말을 사용할 타인의 권리를 빼앗아도 되느냐”며 비판했다. 그는 “훈련소에서 ‘멸공의 횃불’ 안 불렀냐. 불만 있으면 그때 항의했어야지”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11일 여권의 ‘멸공’ 논란을 거론하며 “적당히 좀 해라”, “구역질 난다” 등의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그는 또 “‘멸공’이란 단어가 마음에 안 든다고 그 낱말을 사용할 타인의 권리를 빼앗아도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과거에 6.25가 했던 역할을 이제는 민주화운동이 하는 듯... 고작 이 꼴 보려고 운동했냐?”라며 “너희들이 대중가요 검열하고 음반 뒤에 건전가요 끼워 넣던 박정희, 전두환이랑 뭐가 달라?”라고 지적했다.

그는 “너희들은 훈련소에서 ‘멸공의 횃불’ 안 불렀냐? 꼬우면 그때 항의를 했어야지”라며 “진심으로 그게 그렇게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군가목록에서 그 노래 없애자고 문재인 국방부를 향해 집단으로 발광을 하시든지 왜 가만있어?”라고 밝혔다.

- "멸공 발언 안 할 것"…사태수습 나서나

논란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지자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멸공은 누구한테는 정치겠지만, 나한테는 현실"이라고 항변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도 장문의 글을 올려 "사업하는 집에 태어나 사업가로 살다 죽을 것"이라며 "진로 고민 없으니 정치 운운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는 멸공 논란을 두고 여당과 야당이 극명하게 대립하면서 정 부회장이 정계에 입성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 데 대해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나는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대한민국 헌법도 전문에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 한다는데 쟤들(북한)이 미사일 날리고 핵무기로 겁주는 데 안전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 부회장은 이후 "더 '멸공' 관련 발언이나 해시태그 등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지며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게시글 하단에 적어둔 ‘멸공’ 해시태그도 모두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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