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01. 10. 30. 선고 2001도4462 판결
 
[1] 피해자는 피고인과 만나게 된 과정에 대하여, 사건 당일 21:00경 피씨(pc)방에서 피고인과 인터넷 채팅을 하였는데, 영어회화를 가르쳐 준다고 하여 배울 욕심에 피고인이 가르쳐 준 핸드폰 전화로 연락을 하여 같은 날 22:00경 피해자가 지정한 신사동 소재 커피숍에서 피고인을 만났다.

피고인과 같이 여관에 가게 된 과정에 대하여, 피고인과 커피숍에서 만나 20분간 이야기를 한 후, 피고인이 노래방에 가자고 하여 따라 나섰는데, 피고인이 어떤 건물 앞에 이르러 자신의 숙소라며 숙소에 짐과 책, 그리고 노래방 갈 돈이 있는데 가지고 나와야 되니까 잠시 올라갔다 나오자고 하여 여관인 줄 모르고 의심 없이 6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고, 피고인이 6층 카운터에 있는 아줌마에게 갖다 오더니 자신의 손을 잡고 계단을 통하여 8층 806호실로 데려갔다.

그 때 자신은 엘리베이터 옆 거울을 보면서 머리손질을 하고 있어서 아줌마와 무슨 대화를 하였는지는 몰랐으며,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다. 여관방에 들어가고 나서의 행적에 대하여, 방안에 들어가 피고인의 연락으로 종업원이 갖고 온 담배를 피우면서 살펴보니 숙소 같지 않아 그만 가자고 일어섰더니, 피고인이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머리채를 잡아 당겨 침대에 밀어 넣더니 몸으로 가슴을 짓누르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으로 반항을 못하게 한 후 1회 강간하고 나서, 씻으라고 하여 화장실에 가서 양치질만 하고 있으니, 피고인이 자신을 다시 침대로 끌고 가서 다시 강간을 하였고, 다시 씻으라고 하여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검찰에서는 물만 틀어 놓고 울고 있었다고 진술하다가, 제1심 및 원심 법정에서는 샤워를 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그 진술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전화벨소리가 울리는데도 피고인이 받는 기색이 없어 이상하여 나와 보니 피고인은 보이지 않아 전화를 받았더니, 종업원이 “같이 있던 남자가 밖으로 급히 뛰어 나갔는데 별일 없느냐”라고 물어 창피한 마음에 “괜찮아요”라고 대답한 후, 그 곳을 벗어나려고 옷을 입으려고 하는데 탁자 위에 자신의 지갑이 열린 채로 있고, 현금 23만원이 없어졌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2] 그러나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거나, 강간당한 피해자의 행동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고, 객관적인 사실관계와도 어긋나는 등으로 그대로 믿기 어렵다. (1) 우선 피고인이 채팅에서 만난 모르는 남자를 영어회화를 배울 욕심에 밤늦은 시간에 바로 만났다거나, 노래방에 같이 가면서 짐과 책 등을 가지러 숙소에 들어갔다 오자는 피고인 말을 믿고 의심 없이 따라 들어갔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거니와, 앞서 본 실황조사서의 기재와 같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여관임을 누구나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처음 만나는 남자의 숙소에 들어가면서 아무런 주의도 기울이지 않았으므로 여관인 줄을 모르고 방안에까지 따라 들어갔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2) 방안에서의 행적에 대하여서도, 피해자 스스로 피고인의 연락으로 종업원이 갖고 온 담배를 나누어 핀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피고인이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때린 시기에 관하여 옷을 벗기기 전에 때렸다고 진술하기도 하고, 바지를 벗긴 후 혹은 상․하의를 모두 벗긴 후 때렸다고도 하여 그 진술의 일관성이 없으며, 피해자의 주장과 같이 주먹으로 머리를 심하게 구타당하고, 가슴을 짓눌리는 등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도움을 청하지 못할 정도로 폭행을 당하였다면 머리나 가슴부위 등에 상당한 정도의 상해를 입을 만한데 아무런 상해진단서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고, 다만 사건 직후 경찰에서는 머리가 조금 아프고 왼쪽 손목이 긁혔고, 손목이 아프다고 진술하다가, 원심에서는 그 이튿날 멍은 없었고 노랗게 된 상태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상해부위의 사진 등 이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3) 또한, 피해자가 성관계를 맺은 뒤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다가, 전화벨이 울리는 바람에 피고인이 먼저 여관을 나갔음을 확인하고서도 안부를 묻는 종업원의 전화에 오히려 괜찮다고 하였다는 피해자의 행동이나 태도는 강간당한 후의 것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만일 피해자의 주장과 같이 심하게 구타를 당하고 강간까지 당하였다면 당연히 도움을 청하였을 법한 데도 피해자는 그러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4) 그 후 피해자는 돈이 없어진 것을 확인한 후, 종업원에게 돈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만 하였고, 구원요청을 한 장○○에게도 강간당한 사실은 말하지 않고 피고인이 돈을 가져갔다는 이야기만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반면에, 장○○은 돈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하고 강간당하였다는 취지의 전화를 받고 여관에 달려 왔다고 진술하여 그 진술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4) ‘오빠 이건 강간이야’라는 말에 성행위 중단․사과했다면 강간 안됨
군대에서 외박 나와 옛 연인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남자에 대해 1심과 2심 모두 실형이 선고되었는데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된 사건이 있었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술을 마신 뒤 모텔에 함께 들어간 옛 연인이 성관계 중에 ‘오빠 이건 강간이야’라는 말에 즉시 성행위를 멈추고 사과했다면 강간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인데, 그 외 여러 가지 정황에 비춰 강간죄에서 요구하는 폭행․협박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고인은 묵시적 동의하에 화간을 했다고 주장하였고, 반면 피해자는 물리적인 힘으로 제압당해 강간을 당했다고 치열하게 다툰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묵시적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는지 여부에 관해 1,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이 완전히 다른 판단을 한 것으로서 결국 화간과 강간의 구별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다시금 느끼게 되는 사례라 하겠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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