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냉증]

양방보다 한방치료를 선호하는 환자들은 본인의 주요 질병 이외에도 평소 불편한 증상과 관련된 여러 문제점을 문의한다. 이러한 대표적인 문의중에 하나가 손과 발의 냉증과 저림증상인 '수족냉증'이다. 

특히 심한 다이어트로 체지방이 적은 마른 여성이나 고령층에서 고충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증상들을 단순할 것 같지만 서로 대조하고 감별해야 할부분이 많아 단순 명료하게 답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이번 주에는 수족 냉증에 대해 알아보겠다. 

“손발이 차요”라고 호소하는 사례는 예나 지금이나 대단히 많다. 한방에서는 수족냉증이라는 큰 범주에서 논해지고 있는데 증상이 주관적이여서 객관적 진단이 모호한 부분이 다수다. 

최근에는 적외선체열진단기(DITI)를 통한 손과 발의 체열을 객관적으로 측정하여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검사상 실제 손과 발의 체온이 낮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증상이 있어 원인에 따른 감별진단이 필요할 수 있다.

먼저 "손가락이 추운데 가면 색이 변하나요?" "색이 흰색이나 푸른색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여기에 해당된다면 레이노이드 현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레이노이드 현상은 특정한 원인 없이 말초혈관이 추위에 노출될 때 순간적인 발작 증상으로 수축되어 색이 창백하게 변하는 질환을 의미한다. 

또한 '혈압약, 피임약의 복용 여부' 도 중요하다. 혈압약 중 베타차단제와 경구 피임약은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손과 발의 냉감과 저림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쪽 손이나 팔로만 시린 감각이 있다면 흉곽출구 증후군(흉곽 상부 구조물에 의해 상완 혈관, 신경 등의 압박으로 증상 발생)등을 의심해보고 정형·신경외과적 검사와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체질적으로 양기(열에너지 생성)가 부족한 사람은 평소 추위를 잘 타고 찬 음료보다는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음료를 선호하며 여름에도 이불을 꼭 덮고 자는데 이 체질에 속한 대부분은 손발의 냉감을 수일 내지 수년동안 경험한다. 

또 다른 경우는 평소에 몸과 마음이 편안할 때는 손발이 그렇게까지 냉하지는 않았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긴장하거나 잠이 잘 오지 않는 불면증을 호소할때 손발이 찬 경우는 자율신경계의 긴장이 원인이다.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말초혈관이 수축하여 손발에 냉감을 겪는 경우로서 이는 많게는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할 만큼 흔하다.

'손발이 저려요' 라고 문의하는 환자들은 대개 '피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며 이에  의사들도 그렇게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손 발의 저림증상이 혈액순환 장애라는 넓은 범주 안에 포함될 수 있지만 앞서 손 발의 냉감증과 마찬가지로 환자들의 내과적 병력청취, 정형·신경학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질환과 감별하여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진료에 임하면 치료계획 수립 및 예후 판단에 도움이 된다.

'저리다'라는 것은 한방용어로 비(痺) 또는 마목(痲木)이라 한다. 비(痺) 증은 정기가 부족해서 기혈이 허약해진 상태에서 근골‧신경‧경락‧피부의 순행이 원활하지 못해 감각이 이상해 지거나 저린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마목(痲木)의 마(麻)는 기허(기운이 허약한 상태)로 인해 저린 것, 목(木)은 순환이 정체되어 발생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한의학적으로 저린 증상은 기력이 쇠한 상태나 극심한 피로 누적 상태, 소화장애로 영양이 부족한 상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 등 혈액순환이 정체되어 나타나는 증상으로 보았다.

손발 저림을 호소하는 환자에게는 일차적으로 손과 발의 말초혈관의 순환이 잘 되지 않는 기저질환인 당뇨병이나 갑상선 기능 저하증, 신장질환 등을 앓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고 이로 인한 증상일 가능성이 있음을 환자에게 고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에 심인성 원인으로 자율신경 균형이 무너지지는 않았는지, 수면 패턴은 괜찮은지, 혹은 과호흡증후군의 가능성도 고려해 빠른 호흡, 과도한 호흡으로 인한 체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 생기는 사지의 저림 증상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손발 저림은 관절, 인대 등의 구조물에 의해 말초신경, 혈관이 압박되어 나타나는 문제 경우도 많은데 손 부위의 저림으로는 엄지, 검지, 중지의 저린 증상이 많이 나타나는 손목터널 증후군(손목 부위의 정중신경 압박으로 인한 증상 발생)이 가장 흔하다. 이는 손을 많이 쓰는 사람들에게 호발 되며 티넬, 팔렌 테스트로 쉽게 감별진단할 수 있다.

또한 경추, 요추에서 빠져나오는 신경이 압박되어 손과 발이 저린 증상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는 흉곽출구증후군, 목디스크, 허리디스크, 허리협착증 등을 감별해야 한다. 디스크로 인해 신경이 압박되면 팔에서 손까지 전기가 오는 느낌이 들거나 허리에서 다리까지 선을 따라 저리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이때는 해당 부위에 대한 정확한 검진을 위해 MRI와 같은 영상촬영이 필요할 수 도 있다.

손발 냉증과 손발 저림의 한방치료로는 겉과 속을 통(通)하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중완혈, 기해혈, 관원혈 등에 쑥뜸을 떠서 속을 따뜻하게 하여 전신 순환을 개선시키고 자율신경긴장을 이완시킨다. 

또한 침 치료로 팔풍혈, 팔사혈, 곡지혈, 내관혈, 외관혈, 소부혈, 노궁혈 등을 통해 손발의 혈액순환을 직접적으로 공급하고 신경을 안정시킬 수 있다. 약물요법으로는 스트레스 등 심인성으로 인한 경우 막힌 기운을 소통시키는 가미소요산, 시호소간산 등을 사용하고 몸에 양기가 없는 냉한 사람일 경우 따뜻하게 보하고 순환을 개선시키는 보중익기탕, 이중탕 등을 사용, 근육이나 신경의 순환에 문제가 생긴 경우 해당 구조의 침 치료와 함께 오적산 혹은 구미강활탕 등의 근육·관절·신경통 관련 처방을 사용하면 좋다. 

또한 당뇨나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같은 내과적 기저질환이 해결되지 않은 경우라면 해당 질환에 대한 치료를 같이 병행하는 것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생활습관으로는 마르고 추위를 잘 타는 체질의 경우 꾸준한 유산소와 근력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려서 자신의 기초대사량을 높이고 본인 체질에 맞는 식단을 통해 몸이 더 따뜻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체질에 상관없이 과음이나 흡연은 손과 발의 말초혈액순환을 방해하므로 금지해야 한다. 

<한동화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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