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실행의 착수시기
강간죄는 강간의 고의로 폭행․협박을 시작한 때에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본다. 반드시 실제로 옷을 벗기거나 스킨십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강간죄에 있어 실행의 착수시기는 언제인가?
 
가. 실행의 착수를 인정한 사례
여자 혼자 있는 방문을 두드리고 여자가 위험을 느끼고 가까이 오면 뛰어내리겠다고 하는데도 창문으로 침입하려 한 때에는 폭행에 착수하였다고 할 수 있으므로 강간죄에 대한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본다.
 
▶ 대법원 1991. 4. 9. 선고 91도288 판결
 제1심판결이 증거로 채택한 C씨의 진술(법정증언과 수사기관에서의 진술포함) 중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하려고 하였다는 말을 들었다는 부분이 있고 구정을 쇠러 가족과 함께 본가에 갔던 피고인이 느닷없이 다음날 새벽 4시에 집으로 돌아와 18세 처녀가 혼자 자는 방으로 들어가려고 기도한 것은 명백한 것이므로 그 방실 침입의 목적에 관한 합리적인 변명이 없는 이 사건에서 원심이 그 적시의 증언에 의하여 간음 목적으로 그 방에 침입하려고 하였다고 인정한 것을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며 피고인이 여자를 간음할 목적으로 그 방문 앞에 가서 피해자가 방문을 열어 주지 않으면 부수고 들어갈 듯한 기세로 방문을 두드리고 피해자가 위험을 느끼고 창문에 걸터앉자 가까이 오면 뛰어내리겠다고 하는데도 그 집 베란다를 통하여 창문으로 침입하려고 하였다면 강간의 수단으로서의 폭행에 착수하였다고 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강간의 범의가 없었다거나 아직 강간의 착수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는 상고논지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 모텔방에서 목숨 걸고 뛰어내린 여자의 강간고소

필자가 검사시절 수사했던 사건이다. 노래방 카운터 여직원이 남자손님과 모텔에 들어갔다가 모텔 창밖으로 뛰어 내려 다리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여자는 엉금엉금 기어가서 인근에 있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경찰에 신고했고, 모텔에 함께 투숙했던 남자는 강간치상죄로 구속되었다. 필자가 그 남자를 직접 조사하였는데 남자의 진술에 의하면, 자신은 여자와 30만원에 성관계 하기로 합의하에 모텔방으로 들어갔었는데, 먼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여자가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하면서 모텔 창밖으로 뛰어내렸다는 것이다. 반면 여자의 진술에 의하면, 자신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남자에게 이끌려 모텔에 들어갔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자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것을 보고 자신을 강간하려는 것으로 생각하여 이를 모면하기 위해 기겁을 하고 창밖으로 뛰어내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모텔방은 2층이고 여자가  뛰어내린 장소는 건축폐자재와 철근 등 예리한 물건들이 널려있어 상당히 위험한 곳으로서 잘못 뛰어내리면 생명에 위험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사실 여자의 진술에 더욱 신빙성이 있어 보였는데, 남자가 하도 간곡하게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필자는 사건의 구성을 처음부터 다시 되짚어 가기로 했다. 먼저 사건의 단서는 최초 상황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여자가 뛰어내린 뒤 기어가서 신고한 장소를 알아봤는데 인근 만두집이었다.

그래서 만두집 주인아주머니와 최초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을 조사했다. 그런데 그들 진술에서 의외의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여자가 만두집에 기어가서는 전화를 빌려 경찰에 신고했는데 막상 경찰이 그곳에 출동하자 여자는 경찰관에게 만두집 아주머니가 자신을 인신매매하려고 납치했다고 진술한 것이다.

결국 그 사건은 여자가 술에 취할 경우 망상에 빠지는 정신착란 증세가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나서 남자를 무혐의 석방하면서 끝이 났다. 만약 만두집 주인아주머니와 최초 출동한 경찰관을 조사하지 아니하였다면 아마 그 남자는 강간죄의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어 강간치상이란 중죄로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만 했을 것이다.
 
나. 실행의 착수를 부인한 사례

대법원은 피고인이 강간할 목적으로 피해자의 집에 침입하였다 하더라도 안방에 들어가 누워 자고 있는 피해자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면서 간음을 기도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강간의 수단으로 피해자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게시하였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 대법원 1990. 5. 25. 선고 90도607 판결
 원심판결이 유지한 제1심판결은 범죄사실 2항에서 ‘피고인은 1989. 7. 18. 02:50경 자기의 사촌여동생인 피해자 A(여, 18세)를 강간할 목적으로 A의 집에 담을 넘어 침입한 후 안방에 들어가 누워 자고 있던 A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면서 A를 강간하려 하였으나 A가 “야” 하고 크게 고함을 치자 도망감으로서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고 인정한 다음 법령의 적용에서 피고인의 위 소위가 형법 제300조, 제297조 소정의 강간미수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강간죄의 실행의 착수가 있었다고 하려면 강간의 수단으로서 폭행이나 협박을 한 사실이 있어야 할 터인데 위 판시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이 강간할 목적으로 A의 집에 침입하였다 하더라고 안방에 들어가 누워 자고 있는 A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면서 간음을 기도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강간의 수단으로 A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개시하였다고 하기는 어렵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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