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례평석
강간죄에 실행의 착수가 없어 강간미수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해도, 피고인이 잠을 자고 있는 피해자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면서 간음을 시도한 것이므로 그에게 적어도 준강간죄(형법 299조)의 실행의 착수는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준강간죄나 강간죄(형법 297조)나 똑같이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사건이 파기 환송되더라도 검사가 공소장을 준강간미수죄로 변경할 경우 피고인이 이마저 피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대법원이 사건을 위와 같은 이유로 파기 환송할 실익이 있는지에 관하여는 의문이 든다.

7. 강간치상죄에 있어 ‘상해’의 의미
가. 구성요건 요소
강간치상죄는 강간 등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함으로써 성립되는 범죄이다(형법 301조). 그런데 이 죄에서는 ‘상해’에 이르렀는지 여부가 중요한 구성요건 요소인데, 이 점에 관하여 대법원에서는 다음과 같이 각각 판결하였다.
 
나. 임신을 하게 한 경우(강간치상죄 성립 부인)
강간으로 인해 피해 여성이 임신을 한 경우 이것이 상해에 해당되는가가 쟁점인데, 대법원에서는 이를 부인하여 강간치상죄의 성립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 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9도834 판결
 [사실관계 및 원심판결]
피고인은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취하여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방에 누워있던 피해자(여․27세)를 강간하였고 이로 인해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 검사는 준강간치상으로 피고인을 기소하였다. 1심은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볼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피해여성이 이를 원하였는지는 고려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임신에 따른 여성의 신체에 큰 변화와 불편이 생기지만 이는 임신이라는 생리적 기능의 정상적 발현으로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보기 어렵고 원하지 않는 임신의 의미가 모호할 뿐 아니라 합의에 의한 성관계에 수반한 원하지 않는 임신을 상해 또는 과실치상으로 처벌하여야 하는지와 같은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성범죄 관련 양형기준에서 임신을 특별가중요소로 규정한 것도 임신이 상해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한 것으로 성범죄로 인한 원하지 않는 임신을 가중처벌하는 새로운 입법적 조치는 별론으로 임신 자체를 상해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시하여 준강간치상의 공소사실을 부정하고 준강간죄만을 인정하였다. 항소심 역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판단은 형법에서 정한 상해의 의미와 헌법에서 정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준강간치상죄에 있어서의 상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 약물을 먹여 의식을 잃게 한 행위(강간치상죄 성립)

대법원은, 수면제를 몰래 탄 커피를 건네 상대방 의식을 잃게 한 뒤 강간을 했다면 단순 강간죄가 아니라 강간치상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즉 피해자가 잠이 들게 한 것도 신체기능의 일시적 장애를 초래한 것으로 강간치상죄의 구성요건인 ‘상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5도3939 판결
 강간치상죄에서 상해는 피해자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고 생리적 기능이나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육체적 기능뿐만 아니라 정신적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경우도 포함된다. 이는 객관적,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신체․정신상의 구체적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4606 판결; 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1도7928 판결 등 참조).

수면제 등 약물을 투약하여 피해자를 일시적으로 수면 또는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한 경우에 약물로 인하여 피해자의 건강상태가 나쁘게 변경되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었다면 이는 상해에 해당한다. 피해자가 자연적으로 의식을 회복하거나 후유증이나 외부적으로 드러난 상처가 없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이때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하였는지는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신체․정신상의 구체적인 상태, 약물의 종류․용량․효과 등 약물의 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요소에 기초하여 약물 투약으로 피해자에게 발생한 의식장애나 기억장애 등 신체․정신상 변화의 내용이나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8. 다른 죄와의 경합 관계

강간죄가 성립되면 폭행․협박죄, 강요죄는 이에 포함되는 법조경합관계이므로 별도로 처벌받지 아니한다. 하지만 예컨대, 피고인이 피해자가 자동차에서 내릴 수 없는 상태를 이용하여 강간하려고 결의하고, 주행 중인 자동차에서 탈출불가능하게 하여 외포케 하고 50킬로미터를 운행하여, 여관 앞까지 강제로 연행하여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경우 위 협박은 감금죄의 실행의 착수임과 동시에 강간미수죄의 실행의 착수라고 할 것이다. 이것은 감금과 강간미수의 두 행위가 시간적, 장소적으로 중복될 뿐 아니라 감금행위 그 자체가 강간의 수단인 협박행위를 이루고 있는 경우로서 감금과 강간미수죄는 일개의 행위에 의하여 실현된 경우로서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범에 해당된다(대법원 1983. 4. 26. 선고 83도323 판결).

Ⅲ. 유사강간죄
1. 법 규정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형법 297조의 2). 아동․청소년에 대해 유사강간죄를 범한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아청법 7조 2항). 나아가 13세 미만의 사람에게 유사강간죄를 범한 경우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으로 더욱 가중 처벌된다(성폭법 7조 2항). 장애인에게 유사강간죄를 범한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성폭법 6조 2항). 다만 친족관계 있는 사람을 유사강간한 자에 대한 가중처벌규정이 없는데 입법상 미비로 보인다.

2. 2012. 12. 18. 신설
유사강간죄는 원래는 강제추행죄로 처벌하던 행위 중 무거운 것, 즉 성교행위와 다름없을 정도로 침해의 강도가 높고 성적 수치심이 강하게 되는 행위에 관해 특별히 강간죄에 준하게 처벌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이는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중간 영역에 해당되는 범죄이다.처해야 한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