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정보의 급변화와 교통의 발달로 과거에 비해 인간관계가 다양해지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불안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스트레스는 일상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이를 감당하지 못했을 때는 부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진 다. 최근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사회, 개인이 모두 과거와 다른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사회·경제적으로 침체되면서   개개인의 우울한 상태가 더욱 심각해지고 이로 인해 우울증으로 이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울증은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심각한 스트레스들에 대한 하나의 정상적인 반응이다. 우울증에는 슬픔과 실의와 같은 정서적 또는 기분상의 증후와 부정적 사고로 구성된 인지적 증후, 수동적 경향의 동기 저하 및 의욕상실, 수면장애, 피로 및 정력 부족과 같은 신체적 증후로 나타난다. 
최근 경제적 불황과 양극화, 계층이동의 고착화, 노령화 문제 등으로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 노출되면서 개인이 받는 스트레스가 날로 증가해  우리나라에서도 우울증이 심각한 사회적, 보건적 이슈로 떠올랐다. 

2014년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58만 8155명으로 2005년의 43만 5366명에 비해 10년 동안 35%가량 많아졌다. 우울증 및 이로 인한 자살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2007년 7조 3367억 원에서 2011년 10조 3826억 원으로 5년간 그 비용이 41.5% 증가했다. 암, 허혈성 심장질환, 당뇨병 등 주요 만성질환의 발생 위험도 유의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의 평생 유병률은 여자의 경우 10~25%, 남자의 경우 5~12% 정도이며,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우울장애의 평생 유병률이 2001년 4.6%에서 2011년 7.5%로 증가해 10년 사이 63%의 증가를 보였다. 

또한 2011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자살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1.2명을 기록해 2000년 대비 130.2% 증가했다. 이는 2010년 OECD 회원국 평균 자살률(11.3명)의 3배 가까운 수치이며, 한국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1위다. 국내에서 기분장애로 진단되어 발생한 진료비는 2008년 508여 억 원에서, 2011년 약 732억 원, 2012년 약 826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4th edition(DSM-IV)의 주요 우울증 진단기준을 보면, 적어도 2주 동안, 하루의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 기분 또는 모든 활동에 있어서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이 주된 증상이며, 다음의 부가적 증상이 동반된다. ▲체중의 감소나 체중의 증가, 거의 매일 나타나는 식욕의 감소 또는 증가 ▲거의 매일 지속되는 불면이나 과다한 수면 ▲정신 운동성 초조나 지체 ▲피로나 활력 상실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의 느낌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또는 우유부단함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생각, 특정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 생각 또는 자살기도나 자살 수행에 대한 특정 계획실행 등이다. 이중 최소 4가지 이상의 증상을 경험한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우울증의 원인으로는 생물학적 요인이 상당히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아직 그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의하면 뇌 속의 모노아민, 그중 특히 세로토닌(serotonin)과 노르아드레날린(norepinephrine) 양이 감소하면 우울증이 발생한다는 ‘모노아민 가설’이 지지를 받아오고 있다. 양극성 환자에서 우울 상태일 때 노르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의 농도와 활성이 상대적으로 더 낮았으며 우울증에서는 혈중, 소변 및 뇌척수액에서 세로토닌결핍이 발견된 바 있다.

지금까지 서양의학에서는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많은 약물들이 개발되어 왔다. 그 약물들에는 MAO 억제제, 심환계 항우울증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약물인 fluoxetine(Prozac, Seroxat, Zoloft),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등이 있으나 심장병을 유발하거나 불면, 오심, 초조, 어지러움 등의 금단 증상이 발생할 수 있고, 부작용으로 세로토닌 활성과 관련된 위장 관련 부작용과 신경과민, 체중 증가, 성기능 장애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로 인해 최근에는 천연물을 이용하여 우울증에 대한 효과가 좋으면서도 부작용이 없는 방향의 항우울증제에 대해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예로 근래에 Hypericum perforatum이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St. John`s wort 약품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우울증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우울증과 유사한 개념으로 울증(鬱證)이 대표적 증후이고 기울(氣鬱), 전증(癲證), 탈영 실정(脫營失精), 허로(虛勞), 불면(不眠), 불사식(不思食) 등도 연관이 있다. 울증의 주요 원인은 정지 불서(情志不舒), 칠정 소상(七情所傷), 외감(外感), 음식 내상(飮食內傷) 등으로 이 중에서도 특히 중요 원인으로 정지 소상(情志所傷)을 꼽는다. 이를 간울 비허(肝鬱脾虛), 간울 기체(肝鬱氣滯), 담미심규(痰迷心竅), 심비 양허(心脾陽虛), 비신양허(脾腎兩虛) 등으로 구체적으로 분류한다.

침 치료시에는 백회(百會), 태충(太衝), 인당(印堂), 내관(內關), 신문(神門)등의 주요 자침 부위로 사용되었다. 한약재로는 연자육(蓮子肉), 구기자(枸杞子), 지골피(地骨皮), 백강잠(白殭蠶), 녹용(鹿茸), 인삼(人蔘), 향부자(香附子), 수삼(水蔘), 시호(柴胡), 울금(鬱金)등의 약재들이 항우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적으로 사역산(四逆散),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 칠복음(七福飮), 청심온담탕(淸心溫膽湯), 귀비탕(歸脾湯), 귀비온담탕(歸脾溫膽湯), 분심기음(分心氣飮), 보혈안신탕(補血安神湯), 천왕보심단(天王補心丹), 삼정환(三精丸)등의 처방을 사용하여 우울증을 치료하고 있다. 

우울증은 생화학적 이상, 호르몬 변화와 같은 생리적 요인, 실직 등 사회경제적 상황, 개인적 성향과 스트레스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겨나는 질병이다. 정신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42.6%에 달하는 환자가 상담치료, 식이요법, 운동, 종교적 수양 등 정신과 진료 외에 다른 치료수단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약 30%의 환자는 내과, 한의원 등의 진료를 거친 후 정신과를 찾은 것으로 답변했다. 우울증이 단순한 항우울제 복용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비약물 요법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며, 상당수의 환자가 한의원 진료 경험이 있다. 즉 우울증의 치료에는 한의학을 비롯한 스포츠,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융합적 접근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울증이 심화되었으나 코로나 이외에도 현대사회는 나날이 우울증을 심화시키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신속한 치료법이 개발되어 환자의 고통이 해결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참보인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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