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처가가 경산이다. 이번 설 연휴동안 34일 보냈다. 경산은 대구 바로 옆에 인접해 있는 도시로 사실상 대구 민심을 잘 알 수 있는 지역이다. 70대 장인.장모님과 50대 큰처형과 둘째처형에 20대 조카들까지 대식구다.

셋째 사위인 필자가 정치권에 몸담고 있다 보니 차기 대권 관련 질문을 명절때마다 받아왔다. 이번 설에도 장인께서 차기 대선에서 누가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가 물어보셨다. 아직은 미정이라고 말하니 대뜸 윤석열은 힘들고 이재명이 낫다고 재차 강조했다. 장인 어른신은 대구에서 조그만 사업을 오래 해오셨고 건설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일해왔다. 이유는 대통령 감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평생 장사를 해오신 장모님은 그래도...”라며 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는 윤 후보에게 관심을 갖는 듯 모습이다. 큰처형과 둘째처형 역시 윤 후보보다는 이 후보가 낫다고 봤다. 20대 대학생인 남녀 조카는 정치에 무관심했다. 장인의 속내는 모르겠지만 나랏일을 할려면 어느 정도 일을 해봐야 하는데 검사 생활로는 부족하다는 것이고 검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한몫하고 있어 보인다. 40대 후반인 와이프는 이재명 팬이다. 처가는 전체적으로 이 후보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다.

이해가는 측면이 있다. 대구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윤 후보가 영남과 지역적으로 인연도 없고 그렇다고 국민의힘 출신도 아니다. 부인인 김건희씨가 영부인이 된다는 것도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듯 보인다. 반면 이 후보는 경북 안동출신이라는 점도 호감을 갖는 요인으로 보이지만 내색은 절대 안했다.

본가는 대전이다. 70대 중반인 어머님은 대전 토박이로 역시 70대인 이모 두 분과 외삼촌이 대전에서 함께 살고 있다. 모두 대전에서 태어났고 자랐다. 50대인 동생과 40대인 제수씨와 20대 여대생인 조카는 어머님과 인접해 살고 있다가 최근 세종시로 옮겼다.

간만에 만난 어머님 역시 차기 대통령에 누가 될 것 같으냐고 물으셔서 아직 모르겠다고 말씀드렸다. 장녀인 어머님은 이재명도 윤석열도 마음에 안든다차라리 안철수가 나아 보인다고 했다. 동생 역시 둘 다 마음에 안들어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만약 찍는다면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낫지 않느냐 했다. 제수씨 역시 같은 입장 같았고 20대 여대생인 조카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동생이 대신 말했다. 대전 민심 역시 기준은 대통령 감이었다. 리더로서 그동안 양자가 벌인 네거티브전이 오히려 호감도를 서로 깎아내린 셈이다.

대구 처가와 대전 본가의 호불호 차이라면 본가에서는 부동산 문제에 민감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을 너무 올려놔서 서민들이 고생을 한다고 했다. 대전/세종시가 부동산에 민감한 탓이 반영된 결과 같았다. 이재명 후보가 향후 문재인 정부의 공과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대전.세종 민심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대구 민영방송인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대구와 경북에 거주하는 유권자 803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이재명 후보가 대구·경북(TK) 지역 40대와 50대에서 선방하고 있었다. 반면 대전은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윤-이 양후보간 혼전 양상이다. 반면 충청남북도는 윤이 다소 우세하게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제 대선은 한 달 정도 남았다. 3김 시대가 끝나고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등 여야 스타급 대통령의 시대가 저물면서 지역, 이념 대결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대신 그 자리에 세대, 성, 가치관 대결이 두드러지고 있다. 과연 이번 대선은 지역, 이념을 넘은 첫 번째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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