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올 들어 한 달 사이 극초음속 발사체를 포함 미사일을 7차례나 발사 도발했다. 미국*일본*유럽연합*브라질*아랍에미리트*알바니아 등이 북의 호전적 도발을 규탄하고 나섰다. 하지만 유독 피해 당사국인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북의 도발을 ‘규탄’ ‘도발’이라고 맞서지 못하고 그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정도로 그쳤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은 북의 도발 속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며 규탄 대신 1월5일 대화 추진이나 독려했다. 

그러나 광기 서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미사일 도발에 문 정권이 ‘규탄’ 조차 못하며 대화나 구걸한다면, 남한은 무방비 상태로 북에 당할 수 있다. 냉전시대 미국이 소련을 압도할 수 있었던 건 소련 도발에 대한 강경 대응 덕이었다. 미국은 핵*미사일을 증강하면서 소련의 주요 도시들을 반격해 초토화하겠다고 맞섰다. “상호 확증 파괴” 보복 전략이었다. 

미국은 소련과 핵전 방지를 위해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며 대화를 애걸하미국은 소련과 핵전 방지를 위해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며 대화를 애걸하지 않았다. 그 대신 미국은 핵*미사일을 강화하며 소련 핵공격의 급박함을 국민들에게 주지 시켜 철저히 대비했다.

허만 칸 박사는 ‘생각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생각’ 저서를 통해 핵전쟁도 재래식 전쟁처럼 사소한 충돌로 촉발된다고 경고했다. ABC 방송은 에드워드 흄 각본의 ‘그날 이후(The Day After)’를 방영해 핵전쟁 참상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 ‘그날 이후’는 1억 명이 시청했다. 소련의 핵공격 대상이 된 캔자스시를 비롯한 몇몇 도시들은 피난 행렬과 생필품 사재기로 아우성이었다. 피난 가기를 거부했던 시민들은 원폭으로 몰살했고 방사능 후유증은 참담했다. 그 밖에도 조나탄 셸의 저서 ‘지구의 운명’ 등을 비롯한 많은 책과 논문들이 핵에 의한 인류종말의 처참한 최후를 담았다. 

미국은 정부의 대소 강경책과 흄의 ‘그날 이후’ 등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핵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경각심과 대응 여론을 조성했다. 똑같은 맥락에서 한국도 북한의 핵공격을 저지키 위해선 한*미공조 통한 대비태세 강화와 북핵 공격에 의한 ‘그날 이후’의 참상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하지만 문 정권은 거꾸로 간다. 북핵 위험을 축소하고 대화 재개나 간청하며 경계심을 마비시켜 버린다. 북한 김정은에 대한 적개심을 차단하고 북핵에 대한 두려움을 희석시켜 실패한 대북 유화책을 호도하려 든다. 동시에 대북 유화책이 남북 간의 화해로 이어졌다는 “가짜 평화” 분위기를 조성코자 한다.

저 같은 북핵*미사일 위협 축소나 “가짜 평화” 분위기 연출은 북핵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과 대비태세를 해체한다. 문 정권도 미국처럼 상대편 도발에 대한 강경 대응과 핵 피격에 의한 참혹한 결과를 국민들에게 알리며 착오 없는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정상 회담하자고 해도 김이 외면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김은 문 대통령이 자기를 남북*미북 정상회담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정상회담에 응해주면 대북제재를 풀어줄 것 같이 유도한 걸로 간주, 문재인을 배신자로 불신한다. 

문 정권은 3월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정은과 마지막 정상회담을 기대하며 김의 미사일 도발마저 강력히 규탄하지 못한다. 김이 화낼 걸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은 대선 직전 정사회담에 나서 준다면 문재인 집권세력 득표에 크게 유리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김은 문재인을 돕는 정상회담엔 나설 리 없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퇴임 3개월을 앞두고서도 정상회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북이 미사일로 도발해도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저자세로 임한다. 문 대통령은 5000만의 안보를 책임진 국군 최고통수권자이다. 되지도 않을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미련을 접고 참혹한 ‘그날 이후’에 빈틈없이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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