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년간 지속된 낙하산 원장 선임 폐습, 이번에는 끝내야
- 시일은 다가오는데 기관들은 눈치만...4월 정시 선임 요구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금융결제원 내부가 흉흉하다. 차기 수장 인선을 놓고 노사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김학수 원장의 뒤를 이을 후임 선임 절차를 위한 원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도 못하고 있다. 전례를 볼 때 늦어도 지난 1월에는 위원회 구성 등 선임 절차가 본격적으로 개시되어야 했지만 감감무소속이다. 

금융노조 금융결제원지부는 최근 성명을 내고 "국민감정에 배치되고 결제원 직원들의 열망을 무시하는 부당한 낙하산 원장 선임이 강행될 경우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금융노조도 "이해할 수 없는 사유로 금융결제원장 선임을 연기하거나, 공정과 정의에 반하는 낙하산 인사를 강행하는 것은 금융노조와 국민에 대한 배반으로 간주할 것임을 천명한다"라며 금융결제원지부 투쟁을 지원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 또 정권 말기 낙하산 논란, 이번만큼은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의 임기는 오는 4월 초까지다. 금융결제원은 아직까지 원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있다. 향후 공직자윤리위원회 등 필요한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3월 말까지 인선이 마무리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결제원 원장 선임 관련해 부당한 외부 낙하산 인사 재현과 인선 지연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노사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금융결제원장 선임에 있어 전체 직원들과 노동조합이 반발하는 외부 낙하산 인사 또는 이해할 수 없는 선임 지연이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금융노조 금융결제원지부의 원장 선임 투쟁에 연대의 뜻을 밝힌다. 

금융결제원은 금융산업 및 국가 경제의 중요한 부분인 ‘소액 지급 결제 시스템’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기관이다. 고도로 전문화되고 오류를 용납하지 않는 직무 특성상 전문적인 식견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합당한 인물이 금융결제원장으로 선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융결제원이 한국은행 등 권력기관 출신 인사의 인사 배출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시 선임도 중요하다. 금융결제원장을 둘러싼 권력 기관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선임이 지연되는 것은 부당하다.  

금융결제원 직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한 선임 절차 역시 필요하다. 한국노총 출신 김주영 의원이 2021년 국정감사에서 한은 총재에게 “금융결제원 원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을 한국은행에서 결정하는가?”라고 질의하자 한은 총재는 “맞다”라고 자인한 바 있다. 한국은행 총재가 일방적으로 선임한 추천위원들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신뢰할 수 없다. 원장후보추천위원회 규정또한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 

- 적기에 공정하고 정의롭게 선임돼야 

금융노조는 지난 3일 “4월 초 임기가 만료하는 금융결제원장 후임 원장 선임 절차가 시작할 기미가 없다”며 “전례를 볼 때 1월에는 원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같은 절차를 시작해야 하지만 감감 무소식”이라고 지적했다.

[뉴시스]
[뉴시스]

금융결제원장은 금융결제원 사원총회를 열어 임명한다. 통상 모집공고와 자격검증 같은 시간이 필요해 임기만료 3개월 전에 시작한다. 그러나 현재 4월7일 임기만료까지 3개월도 남지 않은 김학수 원장 후임을 위한 절차가 개시하지 않은 것이다.

원장을 임명하는 금융결제원 사원총회는 사실상 한은이 주도한다. 사원총회는 한은을 비롯한 시중은행 등 10개 은행이 모인 최고의사결정기구로, 한은 총재가 의장을 맡고 있다. 원장후보추천위 구성권도 사실상 한은이 독점한다. 형식적으로 마련하는 노동자위원의 원장후보추천위 참여도 막혀 있다.

최재영 노조 금융결제원지부 위원장은 “한은에 집중한 원장후보추천위 규정을 개정하고 기관 설립 후 36년이 지난 만큼 금융결제원 내부 인사의 원장 취임이 필요하다”며 “금융결제원 업무의 성실한 이행을 위해 임기 공백 없는 적시 인사와 공정한 선임 과정을 담보해야 하는데 현재는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금융계는 김 원장의 후임 선정은 대선 이후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간 기관과 달리 공공기관은 정부 흐름에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본지에 "당장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고 다음 정권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수장들의 행보가 달라지는 현 시점에서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조직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도 이와 같은 흐림이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결제원뿐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에서 불거지는 현상이다"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한편 규정상 후임 원장 임명이 지연하면 김학수 원장이 후임 임명시까지 임기를 이어 간다. 현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의 경우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했다. 그동안 금융결제원장은 한국은행 출신이 맡아왔는데 금융위 출신이 선임된 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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